박혜경 교수, 제네릭 많은 우리나라 실정서 약품관리-안전사용 도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INN 적극 활용...국내 사회적 합의는 과제

신규 허가가 예정된 제네릭과 혼동 가능성이 큰 유사명칭 의약품을 대상으로 '국제일반명(INN)'을 우선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동일성분 제네릭이 150개나 되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투약 오류로 인한 안전 문제를 예방하고 건강보험 재정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박혜경 교수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박혜경 교수

박혜경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과 서영석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경기도약사회가 주관한 '제네릭 의약품의 국제일반명(INN)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국제일반명(INN)은 1953년 WHO가 '의약 물질 또는 활성 성분을 구별하기 위한 고유이름'으로 처음 개발했다. 1993년 WHO가 제네릭 의약품에 상품명이 아닌 제약사명과 국제일반명(INN)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등 다수 국가에서 ''INN+제조사명' 형태로 제품명을 정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은 규정에서 INN 사용을 강제하지 않지만 대부분 INN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단일제에 INN을 의무화하고 복합제에 공통일반명을 사용해 90% 이상 상품명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동일성분 제네릭 150개...유사명칭 검증·모니터링체계 있어야 

해외 주요국들은 의약품 상품명 등록 시 심사, 평가 절차를 두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유사명칭을 걸러내고 있다. 미국은 포장과 라벨링 등 전체적인 검토 절차를 거치며 메드워치 프로그램을 통해 투약오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도 제약회사 주도로 의약품 사용자들이 의약품명을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박 교수는 "환자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인도 모든 의약품의 성분명을 인지하기는 어렵다"며 "국제일반명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면 의약품 성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의약품 관리를 효율화해 중복, 상호작용 등 약물 관련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의과학대학이 전국 20~60대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제네릭 의약품명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동일 성분 의약품을 알기 쉬운 유형으로 INN 제품명을 지목했으며, 제네릭 약품명에 INN을 적용하면 △의약품 성분파악 용이 △유사제품명으로인한 혼란 방지 △동일성분 중복처방·구입 방지 △복용 오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허가 예정인 신규 제네릭과 유사 명칭 의약품에 INN을 시범 적용하고 단계적인 확대와 의무화를 고려할 수 있다"며 "제네릭 수가 많고 약효동등성에 대한 불신이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 INN 제품명을 활성화하면 의약품 안전사용과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외국가 달리 의약품 명칭 관련 전담부서가 없고 유사명칭을 걸러낼 프로그램이 없어 의약품 허가를 마친 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수정하는 문제도 생긴다"며 "식약처 내 담당부서를 만들고 유사도 평가기준, 위원회 구성 등 의약품 명칭 유사성 검증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네릭 국제일반명(INN)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 학계, 소비자단체, 약사회 관계자들이 단계적 도입 및 사회적 합의 필요성 등 의견을 교환했다.
제네릭 국제일반명(INN)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 학계, 소비자단체, 약사회 관계자들이 단계적 도입 및 사회적 합의 필요성 등 의견을 교환했다.

"INN 유용하지만 전문가도 잘 몰라"...제도 홍보-사회적 합의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 학계, 약업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INN 제도 홍보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사전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소비자의 의약품 인지수준 높여 치료순응도를 개선하고 안전사용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INN 제도를 알릴 필요가 있다"며 "국제일반명 처방을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제덕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은 "INN은 새로운 형태의 상품명으로서 의사의 처방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의약품과 관련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며 "예전부터 국제기준에 맞는 INN 명명법 적용을 검토했으나 이해단체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는데 식약처, 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전향적인 의사결정을 바란다"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INN을 도입하면 재고의약품, 약제비 측면의 비효율성을 일소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민뿐만 아니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제도 홍보가 미진한 점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측 관계자로 참석한 남후희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INN 방식으로 의약품 이름을 정한다면 누구나 들어도 쉽게 알 수 있고 환자의 혼란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도입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갖춰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환자와 보건의료 전문가 사이에서 INN 상품명 활용에 대한 동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이의경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동숙 국립공주대학교 교수,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 연제덕 경기도약사회 부회장,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남후희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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