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학술지 논란 'Experimental and Therapeutic Medicine' 논문 차용
HLB "논문 게재 지원하지 않아…임상 결과 배포했을 뿐"
난감한 이슈를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보도자료' 지적

HLB가 난소암 재발 환자의 과거 17개 임상 결과를 메타 분석한 연구논문이 의학 저널에 게재됐다며 효과를 입증했다는 내용을 전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해당 논문이 실린 학술지와 함께 회사가 과도한 홍보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회사 측은 논문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홍보자료를 만들었다는 입장인데, 바이오텍 관계자들은 회사 측이 최근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서류 반려 문제로 부정적인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학술지에 나온 내용을 HLB에 유리한 식으로 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HLB는 지난 12일 "의학전문지 'Experimental and Therapeutic Medicine' 7월호에 난소암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과거 17개 임상 결과를 메타 분석한 연구논문이 게재됐다"고 밝혔다.

회사가 밝힌 자료를 보면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 1228명에 대한 연구 결과로 이중 555명은 리보세라닙+화학요법을, 229명은 리보세라닙 단독 투여, 444명은 화학요법을 단독으로 투여했는데 리보세라닙 병용군은 최대값 기준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3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mPFS)은 9.7개월로 나타났다.

HLB 측은 리보세라닙이 모든 지표에서 화학요법에 비해 현저히 높은 치료효과를 보였다는 문장과 함께 객관적반응률(ORR) 비교에서도 리보세라닙 병용군은 화학요법 대비 최대 2.5배 높아 mPFS와 mOS가 연장되는 등의 내용을 설명했다.

사진=Experimental and Therapeutic Medicine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Experimental and Therapeutic Medicine 홈페이지 화면 캡처

업계의 지적은 논문이 게재된 'Experimental and Therapeutic Medicine' 학술지에서 시작한다. 실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 석사 강태영씨와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 강동현씨는 2022년 5월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Experimental and Therapeutic Medicine 저널은 2018년 글로벌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에서 등재가 취소됐다"며 "해당 저널을 발간하는 출판사 스판디도스(Spandidos)는 논문 방앗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0년 시작된 해당 학술지는 피인용 등을 비롯 학술지의 가치를 따지는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2.4를 받은 바 있다. 특히 Experimental and Therapeutic Medicine 저널에선 현재까지 약 86건의 논문 철회가 있었으며, '논문 게재 시 신중하라'며 중국과학원이 제공하는 '조기경보 목록'에 2024년 포함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철회 건수가 높다는 이유를 들며 발표된 연구의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입장을 전한다. 모든 논문이 오픈 액세스(Open access)로 제공되지만 저자에게 게재료를 요구할 수 있어 편집 기준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되는 등 약탈적 학술지로 의심될 만한 소지를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HLB 관계자는 이와 관련 "HLB에서 해당 논문 게재를 지원하지 않았다. 회사는 그동안 리보세라닙 관련 임상 논문들을 검색해 왔다"며 "이번 논문도 그런 업무의 일환으로 찾게 됐다. 임상 결과가 의미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해당 논문은 중국 상양시에서 진행한 보건의료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한 것으로, 저자들 역시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는 없음을 밝히고 있다. 다만 바이오텍이 과거 약탈적 학술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저널에 게재된 논문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이 과도한 홍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학술지 가치 의심보다 중요한 건

리보세라닙 '보여주기식' 보도자료 비판 

물론 바이오텍 관계자들은 단순히 학술지를 약탈적 학술지 의심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지점에 국한해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보도자료는 회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본질적으로 회사 측 주가부양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은 경계하고 있다.

가령 회사 측은 보도자료에서 나온 임상 연구진이 말했다는 내용을 이렇게 전하지만, 실제 내용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내용을 택하고 있다.

(패러다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은 해당 문장 하나뿐임) The introduction of anti-angiogenesis treatments has shifted the treatment paradigm for ovarian cancer. In particular, apatinib, a small molecule tyrosine kinase inhibitor that can target VEGFR-2, has been demonstrated to improve survival and quality of life in patients with ovarian cancer.
 문장을 번역기로 전환  항혈관신생 치료제의 도입은 난소암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특히 VEGFR-2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소분자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인 아파티닙(리보세라닙과 동일어)은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HLB  임상 연구진은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현재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젬시타빈 등 다양한 화학요법 대비 현저히 개선된 치료효과를 보여, 백금 화학요법에 불응하는 환자들에게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된다"며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난소암 치료에 있어 앞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문장은 항신생혈관 치료제가 시장에서 큰 역할을 했고, 아파티닙이 그 중 한 종류로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항신생혈관' 치료제인 것이지, 보도자료처럼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이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HLB가 보도자료에서 제기한 뒷 문장을 동일 기전이라는 이유로 자기 논에 물대듯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이유는 이 때문에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 안에서는 HLB가 리보세라닙이 FDA에서 한 번 허가가 반려된 이후 부정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보도자료를 과장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보세라닙 허가 반려 이후 HLB는 수 번의 기자간담회 개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한 투자자 달래기는 물론 관련 보도자료를 꾸준히 배포하기도 했다. 

특히 해당 연구의 인용 과정이 연구원과 협의 없이 나오는 등의 사례 역시 메타분석인 만큼, 회사가 동의를 구하거나 하는 부담감이 덜하다고는 해도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이슈를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급함의 발로가 아니겠냐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논문을 특정 저널에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저널의 타이틀보다 (논문에 언급된) 데이터 퀄리티와 보도자료의 문장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과도한 PR 적절성 여부를 따질 수 있다. 다만 해당 저널은 과거 논문 방앗간이라는 비판을 받은 만큼, 보여주기식 보도자료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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