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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제 풀기 전 영향 요인 검토도 선행돼야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진료받고 처방전을 전송해 약까지 받아보는 상황을 상상해 본 적 있을까? 몇 년 전까지 상상도 못 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됐다. 국내 보건의료 환경에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은 아직 민감한 문제지만 인공지능(AI), 키오스크 활용, 처방전 온라인 전송, 자동조제기(ATC)와 같은 디지털 기술은 이미 약국으로 들어와 있다.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장애인 등 일부 환자에게만 약 배송을 허용하고 있지만, 최근 정부가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디지털 혁신과제로 추진하고 22대 국회가 입법정책 현안으로 선정한 상황에 비추어 보면 머지않아 가시화되리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범위에 약 배송을 포함하는 것은 약사사회의 강력한 반발이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약분업 및 의료보험체계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사례는 어떨까. 일본에서 약국의 디지털화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하게 찾아왔다. 2022년 온라인 복약지도가 허용되고 2023년 전자처방전이 도입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아마존의 약 배송 서비스가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새로운 변화에 앞서 관련 규제 개선에 힘을 쏟았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2022년 온라인 복약지도 허용하면서 약사의 업무공간, 온라인 복약지도료 산정 등 영향 요인을 살펴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일본 약사회는 온라인 복약지도가 가능해짐에 따라 정보통신기기 사용과 정보 보안 관련 지식 습득, 시스템 도입, 업무 활용 부분에서 약사들을 돕는다고 밝혔다. 특히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사업을 받아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에서 약사의 자질 향상을 위한 ICT 연수 프로그램, e-러닝 자료를 제작하며 디지털 시대의 약사 역할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는 약 배송 허용 정책에 반발한 시위와 항의 방문 등 대안 없는 혼란만 계속될 뿐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규제를 풀기에 앞서 영향 요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플랫폼 독점 문제 △비대면 복약지도 관련 수가 △약 배송 주체 △배송 과정 등 세부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약사회는 약국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회원들의 혼란을 줄이고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활용 관련 교육과 약사 역할 확대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온라인에 익숙해진 젊은층과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고령 세대의 증가로 미래 약국은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약사의 역할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