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윤재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첫 1~2주일 내 환자 사망, 만성 신기능 악화 가능 …심사기간 단축 필요
충분히 고심해 사전심의신청 …추가 논의 기회 없는 '불승인' 불합리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한 '사전심의제도'의 승인 기준 및 심사 기간이 질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aHUS는 체내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보체가 유전적 결함으로 과활성화되는 질환이다. 미세혈관 내 혈전이 생기는 다양한 질환군 중에서도 혈관 내피 손상에 따른 피브린 혈전에 의해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100만 명 당 2~3명 만이 발생하는 이 희귀 질환 환자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이 유발됨에 따라, 심장, 뇌 등 주요 장기에 허혈성 손상을 입는다. 특히, 장기 중에서도 신장의 기능이 극도로 저하돼 요독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aHUS 환자의 46%는 첫 TMA 발생 이후 1개월 이내에 말기콩팥병으로 진행되거나 사망했으며, 64%의 환자는 5년 이내에 말기콩팥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질환 치료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솔리리스(성분 에쿨리주맙)’가 있다. 솔리리스는 체내 C5 단백질과 결합하여 보체 연쇄 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치료제로,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aHUS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솔리리스는 고가의 약제를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사전심의제도를 통해서 급여 적용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치료제 투약 전 적격 환자를 판단하는 사전 심사와 심사 승인 이후 치료제 투약 지속 여부 심사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이 제도 승인 기준과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aHUS의 특성과 맞지 않다는 의료진의 지적이 이어져왔다. 현재 심평원은 기존 60일이 소요되는 사전심사제도 정기심사를 aHUS에 한해 14일 이내에 통보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응급을 요하는 aHUS에는 긴 시간이라는 것이 의료진의 의견이다. 

aHUS 치료를 위해 솔리리스를 치료받기 위해서는 9가지 제외 기준 및 4가지 대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사전심의제도를 통한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제외기준은 ①Shiga toxin으로 인한 용혈성 요독 증후군 ②활동성 악성종양 ③활동성 HIV 감염 ④이식(단, 신장이식의 경우에는 예외) ⑤약물(항암제, 면역억제제, 퀴닌, 고용량의 칼시뉴린 저해제, 항혈소판제제, sirollmus anti-VEGF 제제 등) ⑥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혈관염 또는 감염 ⑦섬유소 혈전증(파종성혈관내응고증, 헤파린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증, 헬프증후군,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파국적 항인지질 증후군) ⑧패혈증 ⑨기타 이차성 용혈성 요독 증후군 등이다. 

이 제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활성형 혈전미세혈관병증 정도 △신장손상 정도 △ADAMTS-13 활성도 정도 △대변 STEC(Shiga toxin-producing E.coli) 결과 등 대전제를 충족해야 한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솔리리스의 사전심의제도 승인율을 살펴본 결과, 최초 승인율은 2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유지 심사율은 90.5%). 또, 2023년에는 총 47건의 솔리리스 최초심의 신청 중 단 3건(6%)만 승인됐을 정도로 낮은 승인율을 보였다.

히트뉴스는 윤재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만나 aHUS 질환 특성과 이 질환 치료를 위한 현 사전심의제도의 한계 및 개선 필요성을 들어봤다.

 윤재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경력]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벼원 혈액내과 전임부교수
가톨릭대학교 내과학 석/박사
[학술 활동]
대한혈액학회 성인림프구성백혈병·조직구증식증연구회 운영위원
대한혈액학회 정회원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정회원

 

aHUS는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환자 특징과 진단 및 치료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윤재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 사진=황재선 기자

윤재호 교수 = "aHUS를 의심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용혈성 빈혈과 혈소판 감소, 그리고 TMA로 인한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 나타나는 양상을 들 수 있습니다. 

용혈성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과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단백뇨나 혈뇨, 그리고 급성 신부전이 흔히 관찰됩니다. 혈전이 망막 혈관을 막으면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거나 복시 증상이 나타나고, 뇌혈관으로 혈전이 가면 발작이나 의식 저하를 보이기도 합니다.

aHUS 진단을 위해서 유사한 임상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과 구분하기 위한 감별 진단이 선행됩니다. TTP(혈전혈소판감소자색방변)를 진단하는 'ADAMTS13 활성도 검사', STEC-HUS(대장균성 용혈 증후군)를 진단하기 위한 'Shiga-toxin(시가독소생산대장균 검사법)' 및 'EHEC(장출혈성대장균 검사법) 검사'를 우선 진행해 해당 질환이 아님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ADAMTS13 검사는 외부 기관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 이상 소요됩니다. 

감별 진단 검사 외에 aHUS의 최종 진단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보체계 활성화를 반영하는 C3, C4 검사와 보체계 활성화 연관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최종 확인합니다.

급성으로 악화되는 aHUS 특성상 환자가 첫 1~2주일 내에 기관 손상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신기능 악화가 만성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감별 검사와 동시에 다양한 임상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광범위한 치료를 시행합니다.

대개 시작 요인으로서 감염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항생제 투여와 동시에 콩팥 기능 저하된 경우에는 투석을, TTP가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나 혈장교환술 등의 면역치료를 시행하며 감별을 위해 진행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최종 진단이 나오면 그에 맞는 치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솔리리스 최초 사전심의 승인율이 20% 수준입니다. 

심평원은 국정감사에서 급여 기준에 대한 요양기관의 낮은 이해도를 이유로 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재호 교수 = "제외 기준을 실제 질환의 특성에 맞추어 보다 완화하고, 불승인이 됐을 경우 그 사유를 좀 더 상세하게 전달을 해줬으면 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환자를 보는 담당 의사와 심의 위원회가 함께 환자를 두고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제 환자 중에 백혈병 치료를 위해 2년 전 조혈모세포이식을 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이 환자에게 TMA가 발생했고, 여러 증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aHUS가 강력히 의심돼 사전심의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2년전 이식을 했다는 이유로 불승인됐습니다. 

제외 기준에 이식이 있는 이유는 면역 체계가 불안정하여 면역억제재를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이식 초반에 '이식과 관련한 TMA(Transplantation-associated-TMA)'가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인데요. 이 환자는 이식한지 2년이 지나 면역억제제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는 안정적인 상태였고 이식 전문가로서 전형적인 이식 관련 TMA 양상과는 달랐음에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이식 환자라서 불승인한다는 답변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또, aHUS는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신장 기능 및 허혈성 기관 손상을 더욱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 최대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고 싶지만, 현재 솔리리스는 응급 심의에 14일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일주일 내로는 투여가 될 수 있도록 심의 과정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나라의 경우, 혈액학적 지표의 일부만 만족해도

솔리리스 급여가 인정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두 만족해야하는데, 아쉬운 부분은 없으신가요? 

윤재호 교수 = "여러모로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aHUS에 사용되는 솔리리스는 고가의 약물이므로 급여 적용 투여를 위한 심의 과정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으나, 심의를 하는 입장과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간의 간극이 큰 상황입니다. 

최근 의료진들은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마주하고 있고, 다양한 TMA에 대한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사전심의 신청은 무분별하게 하는 것이 아닌 굉장히 고심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의료진의 의견이 반영되기 보다는 수많은 조건 중 일부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승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입니다. 

치료비가 건강보험료에서 지출이 되는 만큼 재정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투여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 이러한 불승인 절차는 고도의 전문가로서 수차례 고민한 부분에 대한 판단이 일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것으로 이는 전문가로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며 추가 논의도 없이 치료 기회마저 잃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질환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자세히 규명되므로 진단이나 치료 가이드라인이 계속 변화합니다. aHUS도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현재 솔리리스 급여는 과거의 진단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많은 기준을 동시 충족해야 하는 다소 까다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원마다 환자의 정상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를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aHUS 사전심의 개선을 위한 제언을 해주신다면요?

윤재호 교수 = "aHUS는 심의 결과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솔리리스의 투여 여부가 치명적인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희귀질환입니다. 보험 재정 안정성과 치료 접근성 보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환자의 상황도 좀 더 고려가 됐으면 합니다. 

aHUS 급여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정부와 의료진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진이 사전심의 신청을 '안되면 말고'라는 식으로 가볍게 신청하는 것이 아닌, 진료 경험을 토대로 요청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덧붙여 심의 프로세스 또한 좀 더 단축해 치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치료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소개해드린 환자의 경우에도 보체계 유전자 돌연변이가 이후 확인돼 솔리리스 불승인 조치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환자들이 조기에 적절히 치료받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빠른 조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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