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감소 화이자, 씨젠 인수로 승부수
MASH 신약 개발 격동 중… 마이크로바이옴 첫 신약 등장

[끝까지HIT 8호] 끝까지 HIT는 2023년 한 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를 달군 7가지 뉴스를 뽑아 소개합니다.

① 노보노디스크 질주에 덴마크 경제 들썩… '국민 기업'으로 등극

2023년 한 해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해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삭센다(SAXENDA)'와 2형 당뇨 치료제 '오젬픽(OZEMPIC)'의 인기에 힘입어,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지난 9월 덴마크 주식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12월 8일 기준 2조3000억크로네(약 437조원)다. 덴마크 통계청에 따르면 덴마크의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1.9%에서 노보노디스크가 1.7%를 차지한다. 커진 사업 규모만큼 납부하는 세금의 규모도 훌쩍 커지며, 덴마크에서 '효자 기업', '국민 기업' 대접을 받고 있다. 

 

② 올해 가장 '플렉스' 했던 기업은? 바로 화이자

지난 3월 13일(현지 시각) 화이자(Pfizer)는 씨젠(Seagen)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했다. 올해 최대 규모의 딜이다. 씨젠은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12개의 ADC 의약품 중 4종에 씨젠의 기술이 활용됐을 정도다.

화이자의 항암 파이프라인은 약세에 접어든 상태로, 대표 제품 '입랜스(IBRANCE)'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엑스탄디(XTANDI)'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화이자는 씨젠을 전격 인수하며 ADC 항암제 분야에서 새로이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③ 첫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가 왔다

신기술인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을 받아온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업계에 한 줄기 빛이 닿았다. FDA는 4월 26일(현지 시각) 세레스테라퓨틱스(Seres Therapeutics)의 경구용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인 '보우스트(VOWST)'를 허가했다. 관련 업계 전반은 보우스트 허가 소식을 크게 반기며 "이번 승인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신규 모달리티(Modality)로서 자리매김할 것", "업계 전반에 투자와 인력 유입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전망하기도 했다.

 

④ 격동하는 MASH 치료제 시장

'신약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사이상관련간염(MASH) 치료제 개발 시장에서 또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허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던 인터셉트파마슈티컬스(Intercept Pharmaceuticals)의 '오칼리바(OCALIVA)'의 개발이 좌초되며, 인터셉트는 결국 알파시그마(Alfasigma)에 인수됐다. 반면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레스메티롬(Resmetirom)' 개발은 순항해 지난 9월 13일 FDA 신약허가신청(NDA) 우선 심사가 시작됐다. FDA는 내년 3월 14일까지 레스메티롬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⑤ 요로상피암 1차 치료제 등장…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에 기립박수

미국 머크(MSD)와 씨젠(Seagen)·아스텔라스(Astellas)가 공동 개발 중인 '파드셉(PADCEV)'+'키트루다(KEYTRUDA)' 병용요법이 항암화학요법으로 진행되던 요로상피암 1차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1980년대 항암화학요법이 이 적응증의 표준요법으로 설정된 지 약 30년 만의 변화다. 임상 3상 시험 'EV-302'에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전체생존율(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을 2배 증가시켰다. 해당 결과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던 스페인 마드리드의 유럽종양학회(ESMO) 2023 현장에선 참가자들의 환호와 기립박수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⑥ 노벨 생리의학상, mRNA 백신 기술 발명자 2인에게

전세계가 코로나19에 신음하던 지난 4년, 인류의 패배로 기억될 뻔했던 시기는 과학에 의해 구원받았다.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 바이오엔텍(BioNTech) 부사장과 드류 와이즈만(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니아 의대 교수의 끈질긴 노력 덕이다. 이 둘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기초 기술을 연구해 코로나19 예방백신 상용화에 기여한 공로로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⑦ 첫 유전자가위 치료제 '카스게비' 승인… "역사적 순간"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에 빛나는 크리스퍼캐스나인(CRISPR/Cas9) 기술이 치료제 허가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영국의약품규제청(MHRA)은 11월 16일(현지 시각) 버텍스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와 크리스퍼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가 공동 개발한 '카스게비(CASGEVY)'에 조건부 판매허가를 승인했다. 이로써 카스게비는 사상 첫 CRISPR/Cas9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역사에 기록됐다. 업계에선 "영국이 미국보다 빨리 카스게비를 승인해서 교과서에 실리고 싶었던 것 같다"는 재미난 뒷이야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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