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러, 그만"…단순하지만 확실한 효과의 GLP-1
기존 약과 대비 강점은 가벼운 부작용
식욕억제제 시장 재조명…GLP-1은 중심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효과에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덜한 GLP-1 성분 비만 치료제가 당분간은 비만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향후 시장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GLP-1을 비롯한 호르몬 제제간 혼합이 주를 이룰 것이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융합된다 하더라도 GLP-1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BNH인베스트먼트는 13일 'BNH Insight Seminar'를 개최하며 비만 치료제 기전 및 전망을 소개했다. 이날 서울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는 '우리는 왜 살이 찌는가'를 주제로 GLP-1의 기전 및 향후 식욕억제제들의 전망 등에 대해 발표했다.

"배불러, 그만"…단순하지만 확실한 효과의 GLP-1
최형진 교수에 따르면 식사는 크게 2개의 호르몬 효과에 따라 이뤄진다. 위에서 분비되는 Ghrelin 호르몬과, 장에서 분비되는 GLP-1(CCK, PYY 등)이 그것이다. 먼저 Ghrelin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하루 3번 크게 분비된다. 대표적인 기능은 식욕 촉진으로, 하루에 3번 배가 고픈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Ghrelin 호르몬의 영향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그러면 우리의 장은 식사를 시작한 지 10분 이내에 '이제 배부르다, 섭취를 멈추자'는 신호를 보내는 'GLP-1'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뇌에 닿으면 우리는 배가 불러 노곤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기존 약 대비 강점은 '가벼운 부작용'
2000년대 초반부터 GLP-1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한 최근까지 식욕억제제 시장은 제약업계의 기피 영역이었다. 소위 마리화나 수용체라고 불리는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기전 식욕억제제가 치명적인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며, 이를 개발한 제약사들 역시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마리화나에 중독되면 식욕이 대폭 증가하는데, 연구자들은 이에 착안해 우리 몸에서 마리화나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억제하면 식욕도 억제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실제 개발로 이어졌다"며 "해당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사업은 급격히 수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식욕억제제 시장은 2005년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후 10여년이 지난 GLP-1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최 교수는 "GLP-1 제품 출시 후 10여년이 지나 부작용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며 "이후 제약사들은 GLP-1을 비만 치료제로 본격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최 교수는 "GLP-1은 우리 몸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며,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역할에 핵심인 물질"이라며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적으며, 의약품 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식욕억제제 시장 재조명…GLP-1은 중심
그간 식욕억제제 시장이 △GLP-1의 주사 횟수 감소(하루 2회→하루 1회→주 1회 등) △경구용 GLP-1 치료제 등 복용 편의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왔다면, 향후 식욕억제제 시장은 최근 관련 호르몬간 복합 연구와 디지털 헬스케어 등 기술 융합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최 교수 의견이다.
최 교수는 "최근 GLP-1을 베이스로 GIP, Glucagon들의 복합제 개발이 연구되면서 해당 결과들이 공개되고 있다"며 "GIP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중이지만 '식욕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얻고 있고, Glucagon은 간에 있는 포도당을 꺼내는 등 지방간에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자약, 디지털 치료기기 등 디지털 기술 역시 GLP-1과 병용 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최 교수는 "대뇌피질직류자극 전자약은 식욕 억제, 쾌락 중추 억제 기능 등이 보고되면서 치료제와 병행할 수 있는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생활 패턴 조언, 운동 방법 교육, 영양 코칭 등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치료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