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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규 재인알앤피 대표 "춘천마라톤 10회 완주는 해야죠"
29일 오전 9시 '2023 춘천마라톤'이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에서 열린다. 27일 업무차 춘천을 찾은 기자는 시내 곳곳에 춘천마라톤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보며 이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22년째 모래주머니 차고 다니는 50대 '늦깎이 마라토너' 고성규 재인알앤피 대표다. 지난달 이뤄진 고성규 대표와의 인터뷰는 본지가 발행하는 계간 <끝까지HIT> 7호에 실렸다. 2023 춘천마라톤을 앞두고 고 대표와의 인터뷰를 온라인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Intro
20년이 넘도록 '모래주머니'를 차고 활동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있는가? 50대에 늦깎이로 마라톤에 입문한 재인알앤피 창업자인 고성규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성규 대표는 한의학 박사(MD)와 의학 박사(Ph.D) 등 2개의 박사 학위를 보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현재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이자 경희대 한방내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 암연구소와 임상시험센터의 교환 교수 경력도 갖고 있다. 삶 속에서 공부만이 전부였을 것 같은 그에게 '마라톤'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취미이자 어느덧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메이저 대회에서만 8번이나 완주한 고 대표의 달리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학교와 회사를 넘나들며 몸이 여럿이라도 모자랄 것 같은 고 대표를 만나 그에게 마라톤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또 앞으로 인생 목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학력사항
現 경희대 한방내과 전문의/한의학 박사(MD)
現 서울대 종양생물학/의학 박사(Ph.D)
경력사항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
前 서울대 암 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엠디앤더슨 암 센터 초빙교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회 생명의료전문위원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 바이오산업분야 자문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안전성평가전문위원
아내의 권유로 마라톤에 입문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며 마라토너로 거듭나
Q. 마라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네. 번민속에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라톤은 아내가 먼저 시작하였는데요. 아내는 애들 양육과 직장일을 병행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죠. 저는 직장생활에 정신이 없을 때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매우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집사람이 힘듦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당시 양재천과 한강변에서 운동을 하다가 활기차게 뛰는 마라토너들을 보고 마라톤 클럽을 다니며 입문하였습니다. 그 후 3~4년에 걸친 아내의 설득과 배우자로서 마라톤 클럽 사람들을 식사 자리 등에서 보면서 저도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고 마라토너가 되었습니다."

Q. 마라톤에 입문한 이후 현재까지 몇 번의 완주 기록을 갖고 있나요?
"현재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메이저 대회로만 8번의 완주 기록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풀코스를 완주한 게 2017년 가을인데, 코로나 3년의 기간이 없었다면 거의 20회 정도는 뛰었을 것 같습니다. 매년 3회 정도를 메이저 대회에서 규칙적으로 뛰고 있다고 본다면요."
Q. 메이저 대회에서 풀코스만 8번 완주했다니 대단합니다. 베스트 레코드는 어떻게 되나요?
"2017년 10월 29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멋진 풍경의 춘천 의암호를 도는 '춘천마라톤'에서 4시간 11분 2초의 꽤 괜찮은 기록으로 첫 완주를 했습니다. 최고 기록은 2018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4시간 6분입니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 못하고 있고, '서브4(마라톤 풀코스를 4시간 이내로 완주하는 것)'도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 직업상 훈련 시간이 절대 부족한 데다 나이가 점점 먹어가면서 못 깰 가능성이 높고요. 그렇지만 즐겁게 완주만 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Q. 지금껏 마라톤을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당연히 첫 완주 때의 기쁨입니다. 생각보다 쉽게 완주하였고, 그 기록도 제가 다니는 마라톤 클럽에서 첫 완주 기록으로서는 놀랄 정도의 기록이다 보니, 제 또래의 선배 마라토너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춘천 의암호 호반을 뛰면서 터널 구간마다의 외침, 차만 타고 다녔지 걸어 볼 기회가 없었던 의암호 주변 도로에서의 질주, 그리고 마지막 몇 킬로미터를 남겨놓고 달리는 쾌감, 골인 지점에서의 해냈다는 충만감, 완주 후 마지막으로 춘천 닭갈비와 함께한 시원한 막걸리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Q. 반대로 가장 힘들었거나 아찔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코로나19 이후 첫 마라톤인 올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을 준비해야 하는데 솔직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못 뛰다가 완주 전에 뛰어줘야 할 32킬로미터를 채우기 위해 저녁 늦은 시간에 무리해서 달린 적이 있습니다. 몹시 힘들어서 고생했는데요. 수년 전 한여름에 야간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후 구토 등을 하며 힘들었던 때가 생각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연습량을 가져가야 하는구나'를 다시 느꼈습니다."

50대 늦깎이 마라토너의 비기(祕器)는 '모래주머니'
1주일에 한 번 뛰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지만
대회 앞두고는 1주일에 2번 정도는 뛰려고 노력
Q. 매일 모래주머니를 차고 생활한다고 들었습니다. 계기가 있을까요?
"모래주머니는 2002년 교환교수 프로그램으로 교육부 지원을 통해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암연구소에서 연구할 때부터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평상시 제가 원주의 상지대 한의과대학에 발령나 있을 때 운동량이 부족해서 가끔 학교 운동장을 저녁에 뛰고는 했는데요. 서울에 오니 시간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우연히 알게 된 모래주머니를 차게 되었고, 지금 22년째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365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비교적 쉽게 마라톤 완주를 하게 한 원동력인 거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Q. 마라톤을 위해 매일 달리는 편인가요?
"지금은 실제 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 1주일에 한 번 뛰기도 힘듭니다. 실제 많은 마라토너들이 매일, 아니면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뛰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런 연습량은 현재 업무상 불가능한 것 같고요. 어떨 때는 2주일에 한 번 뛰기도 바쁩니다. 다만 메이저 대회가 가까워지면 1주일에 2번 정도는 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연습량으로도 완주가 가능한 것은 아마 역시도 모래주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Q. 마라톤 말고 다른 취미나 관심 있는 운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끔 주말에 등산을 하는 편입니다. 주로 5시간에서 8시간 정도의 종주를 좋아합니다. 골프도 즐기는 편인데요. 항상 모래주머니를 착용한 채 많이 걸으면서 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즐거웠고 기억에 남는 것은 제주도에서의 '한라산 트레일런'입니다. 2018년 10월 20일 토요일이었는데요. 전날인 금요일 늦은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 후 다음 날 새벽 4시에 기상, 5시 제주대 도착, 6시 달리기를 시작해 '제주대~관음사(9㎞)~한라산 정상(20㎞)~성판악(27㎞)~절물휴양림(36㎞)~한라생태숲(45㎞)~제주대(56㎞)의 산악 코스였습니다. 첫 도전이었고, 바빠서 연습도 못 해서 '완주만이라도 하자'가 희망 사항이었습니다. 만약 완주한다면 내심 목표였던 13시간 30분 컷오프 이내에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초과 달성하였습니다. 12시간 48분 36초로 아내와 나란히 들어왔는데, 저는 첫 도전 치고는 56㎞ 전체 완주자 423명 중 286위, 아내는 423명 중 287위, 특히 여자 중에서는 62위를 하였습니다."

Q. 트레일런은 처음 들어봅니다. 특별한 경험이었겠네요.
"수없이 많이 왔던 제주도이지만, 한라산은 53살 만에 처음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봤습니다. 워낙 날씨가 좋아서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리고 제주도가 이리 아름다운 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일찍 제주국제공항 라운지에서 편안히 마신 모닝커피 한잔은 가장 맛있었던 커피 중의 하나로 기억합니다."

마라톤은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사회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좋은 운동
스트레칭 및 운동 습관 잘 유지하면 이보다 더 좋은 운동 없어
Q. 한의학 박사이자 의학 박사로서 마라톤의 장점을 꼽는다면?
"마라톤은 신체 건강, 정신 건강 및 사회건강적인 측면에서 가장 좋으면서 시간상 경제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운동인 것 같습니다. 많은 동료 의료인들이나 일반인들이 '그러다 무릎에 문제 생긴다' 등 걱정을 많이 해주는데요. 스트레칭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 운동 습관만 잘 유지하면 달리기를 통해서 무릎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들이 잘 단련돼 오히려 무릎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순환기계 질환의 개선 및 예방 등에는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으로 많이 바쁜 분들이 시간적, 비용적인 제약 없이 혼자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석오조' 이상의 좋은 운동인 것 같습니다."
Q. 마라톤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기에 마라톤은 여러 운동 중 특히 저처럼 바쁜 척하는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운동입니다. 굳이 마라톤을 하지 않더라도 달리기를 조금씩 하면 나이 든 분들에게는 건강 증진, 한방에서 말하는 '양생(養生)' 방법으로는 최고의 수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도 건강해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마라톤에서의 목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마라톤을 50살이 넘어서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무리할 생각은 없습니다. 마라톤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춘천마라톤은 10회 완주를 하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하고 싶은데요. 춘천마라톤은 가을에 JTBC마라톤과 1주일 차이로 열려서 격년으로 참가합니다. 이미 춘천마라톤은 2번 완주했으니, 앞으로 8번을 더 하려면 16년이 걸리겠네요. 꾸준히 달리기를 즐기면서 70대까지 마라톤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가졌으면 합니다."
고성규 대표는 기자에게 "29일 2023 춘천마라톤에도 참가하는데,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춘천마라톤 3번째 완주에 도전하는 고 대표를 응원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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