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GRAPHIC | 대한민국 신약개발 지도 '위암편'
위암 임상시험 1위, 기관-세브란스병원·임상의-라선영 교수

위암의 특성, 고약하다
[끝까지HIT 7호] 위암은 다른 암종보다 유독 고약하다. 모든 암이 그렇지만 위암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위암은 치료제 개발이 어렵고, 일부 PET 촬영으로도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제 개발 양상에 따른 위암 특성은 표적치료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방암의 경우 HER2+, 비소세포폐암 등 폐암은 EGFR 변이 등 암을 만드는 '소인(oncogenic·온코제닉)'에 의존성이 높아 해당 타깃을 제거할 경우 암세포가 유의미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위암의 경우 이 같은 온코제닉 의존성이 낮아 타깃을 제거하더라도 암세포가 살아있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또 '튜머 헤테로지니어티(Heterogeneity·암종간 이질성)'가 다수 포함돼 있어 특정 물질을 타깃하더라도 다른 세포가 그대로 살아 암을 퍼트린다. 실제로 위암은 HER2 발현에 따라 양성(+)와 음성(-)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 환자 구성은 HER2+가 15%, HER2-가 85% 비중이다. 즉, 타깃할 변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표준치료법은 독성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으로 다양한 요법들의 병용으로 이뤄져 있다.
독성항암제에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병용
HER2+(전체 환자의 15% 비율)의 경우, 1차 치료법은 'Platinum', '5FU 유사체' 등 독성항암물질에 표적치료제(트라스트주맙)을 합한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후 2차 치료에서는 또다른 독성항암제인 '파클리탁셀'과 '라무시루맙'이 사용되며, 3차 치료법에는 '이리노테칸' 혹은 '트리플루리딘'과 '티피라실염산염' 성분이 결합된 복합제와 '트라스트주맙'과 '니볼루맙'이 사용된다. 여기서 트라스트주맙과 니볼루맙은 '비급여'로만 복용할 수 있다. HER2-의 경우 1차 치료법은 Platinum, 5FU 유사체에 면역항암제인 니볼루맙, 펨브롤리주맙이 사용되며, 2차 치료법은 HER2+와 동일하고, 3차 치료법에는 표적치료제를 제외한 요법이 사용된다.

병용요법 연구, 고약한 위암 치료를 위한 필수 선택
2023년 9월 16일 기준, 위암 치료제로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기관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확인됐다. 총 26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중복기관 포함), 삼성서울병원(23건), 서울아산병원(19건)이 뒤를 이었다.

위암 치료요법의 가장 최신 지견은 기존 치료요법인 독성항암제(화학요법)와 니볼루맙, 펨브롤리주맙 등 면역항암제의 병용치료다. 여기에 HER2+의 경우에는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트주맙까지 포함된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를 필두로 한 다기관 연구진은 HER2+ 위암 환자 치료에 있어 3중요법의 객관적 반응률 76.7%를 기록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여러 요법간 병용 연구는 고약한 위암 치료를 위한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라선영 교수는 1990년 펠로우(Fellow·전임의) 시절부터 위암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위암 치료제 임상시험 11건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파클리탁셀에 여러 표적치료제 결합을 연구하는 'K-엄브렐라 트라이얼'을 주도하는 등 우리나라 위암 치료 선구자로 꼽힌다. 위암 임상의사 중 가장 많은 임상을 수행하고 있다.
암 생존율, 폐암·대장암 진전있는데 위암만 제자리
1990년대 6개월 남짓이던 모든 암의 전체 생존율은 최근 폐암의 경우 3~5년까지 크게 늘었다. 4기 대장암 역시 1년 6개월가량으로 늘어났지만, 위암은 최근까지도 1년 6개월 남짓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클리탁셀에 여러 표적치료제 결합을 한꺼번에 연구하는 'K-엄브렐라 트라이얼(K-umbrella trial·한국형, 전향적 다기관, 위암 우산형 임상연구)'은 작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1차 요법 후에 2차 항암요법으로 파클리탁셀과 라무시루맙에 트라스투주맙을 병용하는 연구자 임상시험은 미국 머크(MSD) 등 위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개발 니즈가 적은 미국 등에서도 치료요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라선영 교수는 연구자 임상시험은 위암과 같은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항암요법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라 교수는 "타깃이 상대적으로 적은 위암 치료제 개발은 '거북이 걸음'이지만, 그럼에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며 "연구자 임상시험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많은 대학병원과 교수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치료물질을 동원해 위암 치료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차 치료요법으로 연구 중인 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까지 많은 가능성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