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
환자가 尹케어에 묻는다… 균상식육종·시자리증후군
항암 치료 효과는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과 함께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에 이어 표적치료제가 나왔고, 지금의 임상 치료 현장에는 면역관문억제제와 4세대 항암제인 항체약물접합제(ADC)까지 공존한다. 하지만 이 같은 치료제의 발전은 아쉽게도 환자가 많은 암종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환자 수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의 경우 병의 발견은 물론 치료도 쉽지 않다.
① 원인도, 예방법도 미궁인 피부암
② 임상 현장에서는 의학적 미충족 수요 존재

균상식육종 또는 시자리증후군은 피부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에서도 매우 드문 질환으로, 2022년에 발표된 국내 피부암 발생 빈도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에서 매년 10만명당 0.17~0.24명으로 보고됐다 (Annals of Dermatology 2022).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는 국내 대형병원별로도 1년에 새롭게 진단하는 케이스가 10명 남짓일 정도라고 말했다. 더욱이 피부에 발생하는 T-세포 림프종이다보니 '삶의 질'과 직결되고, 해결되지 않는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남아있기 때문에 치료옵션이 많아져야 하는 분야라고 밝혔다.
"균상식육종의 경우 피부병변을 보고 병기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체 체표 면적에서 어느정도 피부를 침범한지를 보고, 모양이 가벼운 피부 발진정도의 수준인지 덩어리를 만들었는지 등에 따라 구분하는 거죠. 결국 피부가 국소적으로 변색된 정도의 병변이면 초기이고, 범위가 넓거나 덩어리를 만들면 진행된 것으로 봐요. 나아가 내부 장기 침범까지 발생하면 더욱 병기가 진행된 것으로 되고요."
균상식육종은 발병시기에 따라 극명하게 치료법이 달라지는 암종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위암의 경우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을 할 수 있지만 균상식육종은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게 된다.
"통상적으로 국소적으로 피부색이 변한 정도라면 피부과에서 자외선이나 광선 치료를 시행합니다. 또 범위가 조금 넓더라도 혹 또는 덩어리를 형성한 것이 아니라면 역시 피부과적인 치료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범위가 더 넓어지고 피부에 대한 치료에 반응이 없어지면서 덩어리를 형성하거나 내부 장기를 침범했을 때 저희 혈액종양내과로 오셔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사실 균상식육종은 비교적 임상 경과가 완만하게 진행하여 진단받고 오래 생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1기 또는 2기 상태로 피부과 치료를 받으면 10년 이상 오랫동안 잘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의 상태가 진행하여 혈액종양내과의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후부터는 계산을 해보면 5~6년 정도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시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치료기간을 합하면 생존기간을 20~30년이라고 보지만 정작 집중 치료가 필요하고 질병으로 고통을 받기 시작하면 서부터는 공격적인 림프종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어요."
"피부 병변에 암이 발병하는 것은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아무래도 얼굴과 같이 노출 부위에 병변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다른 암 환자들 보다 오래 살 수는 있어도 오히려 사는 게 더 힘든 환자들도 있어요. 입원 환자들 중에는 피부가 벗겨지고 냄새가 나기도 하니 창피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 계시는 분들도 왕왕 있어요. 비관해서 자살을 기도하는 환자들도 있죠."
김 교수는 균상식육종을 타깃한 약제는 없기 때문에 임상현장에서 미충족 수요가 항상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를 투약해 부분반응을 지켜보고, 암이 진행되면 또다른 항암제를 처방하지만 시간연장 개념일 뿐이다. 동종이식도 하지만 치료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있다.
"최근에는 브렌툭시맙 베도틴(제품명 애드세트리스)이라는 약제가 나와 처방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통적인 항암제들보다 약효가 좋은 신약이기는 하지만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빈번한 균상식육종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여전히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는 남아있는 실정입니다. "
이 같은 상황에서 모가물리주맙(제품명 포텔리지오)이 허가돼 치료 옵션이 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균상식육종 및 시자리증후군 등 T세포의 악성종양세포에서 자주 발현되는 C-C 케모카인 수용체4형(CCR4)을 표적하는 인간화 단클론 항체다. 포텔리전트 기술을 통해 푸코오스 함량이 낮게 제조돼 '항체의존적 세포매개 세포독성(ADCC)' 작용을 향상시켜 CCR4 발현 악성 T세포에 항종양 효과를 보인다.
"어떤 약제가 비교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치료옵션이 제한된 상황에서 또 다른 치료 옵션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에요. 최근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내원하신 환자 분이 계셨어요. 안타깝게도 그 분에게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었습니다.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개념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모든 치료 옵션을 다 받은 후 내원하셨기 때문이었어요. 우리나라 치료 한계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는 처방이 가능한 약제인데 우리는 불가능하니까요. 적어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도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같아야 되는 것은 아닌지 또 급여가 되어서 희귀암 환자들이 본인에게 꼭 필요한 고가의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피부 관련 림프종은 완치를 말할 수 없는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하는 입장에서 더욱 어렵고 조심스럽다는 김 교수. 신약이 허가되어 있지만 급여에 가로막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