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쌍수 원료의약품전문위원회 위원장, 출입기자단 12일 간담
2022년 기준 원료약 자급률 11%…152개 업체 평균 매출 222억
약가 인센티브 원료약 전체로 확대, 생산 설비·R&D 투자 지원
제약바이오산업 정책의 방향성과 맞물려 원료의약품 산업도 격렬하게 시소를 탔다. 1988년 국산 합성원료 약가우대제 도입을 계기로 탄력 받은 원료의약품 산업은 2002년 DMF(원료의약품신고제도·Drug Master File) 제도가 도입되고 개량신약 및 퍼스트제네릭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호황을 맞았다. 일괄약가인하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자체 합성원료 약가우대 폐지 등 정책이 연이어 시행되면서 완제의약품 회사들은 싼 원료를 찾아 인도, 중국으로 수입선을 갈아타기 시작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은 이때부터 시들기 시작해 2022년 기준 자급율 11.9%까지 곤두박질쳤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원료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필요성을 절감한 복지부, 식약처 등 정부 당국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등 유관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정책 대안 수렴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까지 도입된 지원책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15개 기업이 참여한 원료의약품전문위원회가 출범했다. 제약바이오협회 주선으로 한쌍수 위원장(이니스트에스티 대표)을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 이니스트에스티 본사에서 만났다. 이날 간담은 제약바이오협회기자단 공동으로 진행됐다.

국내 원료의약품 시장의 현주소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율은 평균 23.1%로 해외 의존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백신 원료 생산이 많아 36.5%까지 상승했지만 2022년에는 11.9%까지 떨어졌어요. 원료의약품 기업은 수입까지 포함해 국내 152곳이 있는데 총 생산액이 3.4조원에 불과합니다. 업체당 222억 정도로 영세한 수준이에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고 봐야겠지요?
"맞습니다. 중국, 인도산 원료가 국산 대비 1/3 가격이다 보니 완제의약품 회사들이 수입 쪽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어요. 보험약가가 떨어지니 완제사들이 싼 원료를 찾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국내 원료 시장은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고 인건비 같은 고정 경비가 올라가니 원료업체 입장에서도 원가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국내 원료 시장을 중국산이 37.5%, 인도산이 10.2% 정도 차지하고 있어요."
대책이 있나요?
"정부 지원이 시급해요. 원료의약품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간담회 같은데 자주 불려나가는데, 그런 자리에서 지원해달라는 말, 자존심 상해서 솔직히 하기 싫어요. 산업 경쟁력은 일단 우리 스스로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정부가 정해놓은 완제의약품 약가 구조 하에서 원료 공급가격은 무한경쟁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경제 논리로 구축된 시장이 아니에요. 제약바이오산업이 필요 없다면 모를까, 이런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산업을 살려 놔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차원에서 싫지만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원료의약품전문위원회는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그렇습니다. 코로나 이후 원료약 자급 문제에 관심이 쏠리면서 정책 대안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제도 시행으로 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어요. 제약주권은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높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는데, 정작 그 목소리를 대변할 기관이나 단체가 없었어요. 14개 업체 임원급 이상 위원과 팀장급 이상 실무 위원이 모여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지난 6월 27일에 첫 회의를 했는데 앞으로 분기 1회 모여서 정책 개발과 정보 공유, 회원사간 협력방안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위원장) 이니스트에스티 (위원) 경보제약, 동아에스티, 에스텍파마, 영진약품, 유한화학, 일동제약, JW중외제약,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한미정밀화학, 휴온스메디텍
원료의약품 산업을 지원하는 현행 제도는 없나요?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요. 자사 합성 원료를 쓸 경우 출시 이후 1년간 약가를 68%까지 우대하는데, 기간도 짧고 대상 품목도 많지 않아서 산업 전체의 장려정책으로 보긴 어려워요. 주요 원료의약품 플레이어의 상당수가 대형 제약회사들의 자회사니까 그런 회사들 몫이라고 봐야 지요. 또 R&D와 생산설비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원가를 낮추고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데, 정부의 과감한 지원 정책 없이 개별 기업의 결단에만 온전히 맡길 일은 아니라고 봐요."
국산 원료를 사용할 경우 주어지는 약가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할 정책 대안이겠네요.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현행 약가 인센티브는 원료의약품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기업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요. 국산 원료 전체로 인센티브 범위를 확장해야 합니다. 이 경우 국산 원료의 범위, 정의 그리고 적절한 약가가산 요율 등을 정해야 하는데 우리 위원회가 기술적으로 논의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를 1순위 논의사항으로 상정하고 있어요."

가격 경쟁력이 원료 의약품 산업을 살리는 핵심 포인트라고 봐도 될까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놓고 보면 그렇게 이해가 됩니다만.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우리 보다 높은 30~40% 수준입니다. 가격 경쟁력만 놓고 보면 중국, 인도에 밀리지만 일본의 경우 완제의약품 업체들이 자국에서 제조한 원료의약품을 첫번째 공급선으로 선정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또 신약 개발에 성공한 업체들이 많다 보니 임상약 단계부터 원료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거든요. 이런 신약 CMO 콘셉트가 한 20% 정도 자급률을 떠받치고 있어요."
신약개발 성과가 가져오는 기대효과를 말씀하신 건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도 희망을 가져볼만 하겠네요?
"전방산업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후방산업이 따라가는 거니까 그렇게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원료 아무리 잘 만들어도 국내 수요가 1차적으로 없으면 어렵습니다. 해외 시장은 더 치열하거든요. 품질 측면에서도 우리 원료약 산업에 경쟁력이 있습니다. 규격에 맞아야 수출하는거니까 인도, 중국산 원료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할 순 없어요. 다만, GMP 시스템 측면에서 우리가 훨씬 더 선진화되어 있다는 점 만큼은 자신할 수 있어요. 이런 흐름 속에서 CMO, CDMO 쪽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찾는 원료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환율도 급등하면 정부가 개입하잖아요. 정부와 원료약 업계가 머리를 맞대 성공 사례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어요. 산업계가 정부 지원만 바라고 가만 있겠다는 건 아닙니다. 특화된 설비와 특화된 기술로 차별화된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원료의약품전문위원회의 활동 방향성에 대해 마지막 말씀 부탁드립니다.
"업계 이익만을 단순히 쫓는 그런 위원회가 되지는 않겠다고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의약주권과 원료의약품 자급률 향상을 위해 실천 가능한 대안과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가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