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곧이곧대로 [10]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혁신 방향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최근 방송에 '간병살인, 간병파산' 관련 뉴스가 종종 나온다. 간병 고통과 간병비 부담을 얼마나 큰지 시청각적으로 이해시키는 주는 '긴 병에 장사 없다' 라는 옛 속담도 있다. 환자가 중병으로 장기간 투병하면 막대한 치료비 부담과 함께 실직이나 휴직으로 생계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족의 간병 부담까지 더해지면 환자의 투병 의지나 가족의 간병 의욕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간병은 가족 중 주로 여성이 한다. 엄마나 아내가 많다. 자식이나 남편이 입원하면 엄마와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직하고 간병을 시작한다. 집에 남겨진 자녀들은 친척들에게 맡겨지거나 방치된다.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방치된 자녀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간병인 고용을 고려해 보지만 한 달에 300~500만 원 하는 고액의 간병비 때문에 쉽지 않다.

경제적 능력이 되어 간병인을 둘 수 있더라도 간병의 질에 대한 불안이 있다. 간병에 있어서 비전문가인 환자 가족이 직접 간병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걱정이다. 간병 업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간병의 모든 책임을 간병인이 부담해야 되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환자가족 입장에서는 비싼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간병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쓰지 않고 직접 가족 간병을 하는 경우도 많다.

 

'보호자없는 병원'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까지 

환자가족의 고액 간병비 부담과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환자단체·간병인단체·노동단체는 2009년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를 출범해 활동했다. 그 결과 정부는 2013년부터 국고 지원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범사업을 8년째 실시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병원 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병지원인력이 팀을 구성해 보호자나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할 필요 없이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환자가족의 고액 간병비 부담과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환자단체·간병인단체·노동단체는 2009년 11월 5일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출범했다.
환자가족의 고액 간병비 부담과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환자단체·간병인단체·노동단체는 2009년 11월 5일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출범했다.

2022년 기준으로 약 225만7000명의 환자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했고, 건강보험 재정은 약 7739억원이 투입되었다. 문제는 전체 1505개 병원 중에서 43.6%에 해당하는 656개 병원만이 참여하고 있고, 병상도 전체 24만3766개 중에서 28.9%에 해당하는 7만363개 병상에 불과해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공공병원도 전체 97개소 중에서 90.7%에 해당하는 88개소가 참여하고 있지만 병상은 전체 3만3540개 중에서 29.6%에 해당하는 9933 병상만이 운영되고 있다.

간병이 절실하고 고액의 간병비가 들어가는 질환은 중증질환이다. 그러나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대상 환자가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도 질환이기 때문에 중증질환 환자는 여전히 고액의 간병비를 지급하거나 가족 간병을 해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질병 뿐만 아니라 간병을 대비해 민간의료보험에 또 가입해야 하고,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은 고액의 간병비로 고통을 겪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확대나 간호인력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대상을 중증으로 확대하고 간병 서비스의 질 향상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양질의 근로조건과 간병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이 담보될 수 있고 간병으로 인한 책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간병사 제도화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않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보호자는 없고 투병중인 환자만 있으므로 환자안전사고나 인권침해행위가 발생해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에 있어서 '환자중심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지만 의료현장의 실제는 그렇지 않다.

가족 간병의 육체적·정신적 고통, 개인 간병인 이용 시 고액의 간병비 부담, 부실한 간병서비스 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2015년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사·간호조무사에 의해 제공되는 간호 중심이고 간병은 소홀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간병살인·간병파산 사건들은 대부분 중증질환 환자의 간병으로 생기는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고액의 간병비 부담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간호계에서는 간병사 제도화나 간병인력 확보 및 처우 개선 요구가 아니라 간호사·간호조무사 인력 확대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환자의 목소리는 간병 개선인데, 간호계에서는 간호 개선을 요구하는 동문서답(東問西答) 현상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환자중심으로 혁신

이러한 이유로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중심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첫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 질환을 경증·중등도 질환에서 간병 고통과 간병비 부담이 큰 중증으로 확대해야 한다. 처음 환자단체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간병서비스 제도화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중증질환 환자의 고액 간병비 부담과 간병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둘째, 양질의 근로조건, 간병서비스 질 개선 및 간병으로 인한 책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간병사를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간호에 치우친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 간병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넷째, 현행과 같이 병상에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환자가 직접 호출하거나 간병지원인력이 수시로 환자를 체크하는 방식이 아닌 병상에 상주하거나 상주에 준하는 수준의 공동 간병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중심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 질환을 경증·중등도 질환에서 간병 고통과 간병비 부담이 큰 중증으로 확대해야 한다.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중심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 질환을 경증·중등도 질환에서 간병 고통과 간병비 부담이 큰 중증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와 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하면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어도 간호사·간호사조무사·간병지원인력이 다 알아서 모든 일을 다 해준다고 홍보하면 안 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잘 모르는 환자들은 간병인이나 보호자 없이도 안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설명에 개인 간병처럼 커피 심부름을 시킬 수도 있다. 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지원인력의 역할은 환자 본인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해야 할 일은 환자 본인이 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때 환자들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환자들 대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무엇인지, 환자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련해 연구하고, 이러한 교육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또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환자중심으로 혁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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