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곧이곧대로 [6]
윤한덕 센터장 과로사 계기였는데 응급의료법에 치우쳐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8일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공청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응급의료법 제13조의2에 따라 5년마다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심의를 거쳐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할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현재 공청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했던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과는 별개로 2019년 2월 4일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사를 계기로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응급의료체계 개선 협의체'에서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발전적 보완 차원에서 "환자 중심의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마련해 2020년 1월에 발표했다. 발표 제목을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으로 단순하게 정하지 않고, “환자 중심의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으로 정한 이유는 (故)윤한덕 센터장의 생전 환자중심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강조한 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故)윤한덕 센터장의 사망을 계기로 마련된 "환자 중심의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보다 응급의료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더욱 비중을 두고 추진해 환자 중심 관점에서의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지난 2월 8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에서도 발표내용에는 환자중심 관점에서의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 일부 빠져 있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환자중심으로 리폼(Reform) 되어야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왜 의사와 환자·보호자 모두가 불만이고, 왜 항상 이슈의 중심이고 비판의 대상일까? 이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환자를 중심에 놓고 설계된 것이 아니라 응급의료기관과 119구급대를 중심에 두고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전국의 응급의료기관과 119구급대가 하나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고, 지역 상황에 맞는 응급환자 이송 가이드라인 조차도 없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고수 이세돌 9단을 이기고, 로봇이 인명 구조와 전투에 사용되고, 드론이 택배로 의약품은 물론이고 사람까지 이송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어떤 장소에도 운전이나 사고 부담 없이 갈 수 있게 된다. 국민 대부분이 5G 스마트폰을 24시간 휴대하고 다니며 생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응급환자가 되어 119구급대에 실려 응급실을 몇 군데 돌아본 경험이 있으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비(非) 환자중심성에 실망하게 된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설계부터 완전히 다시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2019년 4월 3일 (故)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뜻을 기리며 개최한 토론회 제목을 “응급의료체계 리폼(reform) 입법공청회”라고 정한 이유도 이러한 고민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국민이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 어느 시간에 응급상황에 처하더라도 전국의 응급의료기관들과 119구급대들이 하나인 것처럼 작동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로 개혁해야 한다.

◇응급환자 적정한 이송환경 조성=응급환자가 되어 119구급대에 오르면 의료진이나 응급구조사가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적절한 응급의료기관이나 외상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그러나 혹시 모를 이송 잘못에 따른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최상의 판단이 거의 불가능한 환자나 보호자에게 물어보고 이송하는 관행도 이제는 청산되어야 한다.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응급환자를 이송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이송이 되어 응급환자에게 상해나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응급의료기금에서 피해를 보상하거나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경증·주말 경증질환 환자 의료 이용 공백 해소=응급실 과밀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야간이나 주말에 경증질환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야간·주말 의료 이용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시작한 달빛어린이병원 사업도 지역사회 주민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 의료계의 반대로 활성화가 주춤한 상태다. 이러한 선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의료계와 시작 단계부터 협력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119응급의료상담'의 전문성 및 대국민 홍보 강화=응급의료 상황 발생 시 병원 이송 전 단계에서 안내자 역할을 하는 '119응급의료상담'에 대한 전문성과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응급구조사가 아닌 응급의료 전문의가 상담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도 많기 때문이다. 응급환자나 보호자가 '119응급의료상담'과 연결만 되면 이후에는 '119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을 통해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제공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 컨트럴타워 역할 강화=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응급의료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고, 조정하고, 지원하는 응급의료 컨트럴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정부가 맡겨준 업무를 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급의료 컨트럴타워 역할을 중앙응급의료센터가 확실히 할 수 있는 입법적·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응급의료법에 응급의료기금 관련 집행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응급의료 컨트럴타워의 역할을 하도록 법적 근거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보호자 위한 응급실 코디데이터 배치, 환자중심 서비스 디자인
'119응급의료상담'을 통해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에 한 번이라도 가서 치료받았거나 보호자로 동행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의료진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더 중한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몇 시간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다리게 해서 화를 냈거나 참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취자나 조폭처럼 폭력성이 강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일반 환자나 보호자라고 하더라도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통증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극도로 예민한 상황에 치료가 지체되거나 설명이 부족하면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응급실 의료진은 도착한 순서가 아닌 중증도에 따른 순서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안내와 설명이 필수적이고, 이는 응급실 코디네이터 배치, 응급실 서비스 디자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전광판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응급환자에게는 막연한 대기를 통해 방치된 느낌이 들게 하면 안 되고, 이해된 대기를 통해 진료가 계속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응급의료기관 보호자 대기실에서 대기하거나 응급실에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환자의 보호자 질문과 요구에 즉각적으로 응대해줄 전문적인 코디네이터를 보안요원처럼 응급실에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응급의료기관 응급실과 보호자 대기실에 환자의 치료와 보호자의 대기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하도록 정부가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응급실 이용에 관한 대국민 교육과 홍보도 장기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