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3 당뇨대전의 보상, 귀하게 쓸 기업의 미래

올 해는 당뇨치료제 시장이 폭발할 모양이다. SGLT-2 억제제 '포시가'와 DPP-4 억제제 '자누비아' 특허가 4월과 9월에 각각 풀린다. 식약처가 내준 제네릭 품목 허가만 200~300건에 달한다니, 제약이라고 간판을 단 회사들은 직접 만들든, 가져다 팔든 너나 없이 플레이어로 뛰어들 기세다. 수천억 파이를 두고 지켜만 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서산 노을의 마지막 몸부림 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 싶다. 

통칭 '1+3' 제도의 효과가 본격화 되면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 회사들의 숫자는 물리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오리지널 시장에 100개 넘는 제네릭이 각자의 옷을 입고 진열대에 서는 것이 정상적일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제약 시장과 관련 제도의 역사성을 알기에 진일보의 과정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좋을 일이다. 

100개 넘는 회사가 출사표를 던져도 당뇨 시장의 특성상 영업마케팅 우위의 대형업체 몇 곳이 파이를 점령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다. 파이를 그저 축적하고 말 것이 아니라 성장의 '찐'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당부 정도는 그들에게 하고 싶다. 제네릭 시장은 누구나,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뛰어들 수 있었던 시대가 저물어 가기 때문이다. 노력의 대가(代價)지만 제도가 만들어 준 선택적 보상이라는 측면도 있기에, 그 보상은 귀하게 쓰여야 한다.

제네릭 대전으로 '핫플'이 된 대한민국 당뇨 시장에 나타난 국산신약 36호 '엔블로정(이나보글리플로진)'은 그래서 귀한 선물이다. 제네릭 일색은 아니지 않느냐는 체면치레를 덕분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GLT-2 억제제 최초의 국산신약 엔블로를 개발한 대웅제약은 1년여 전 역류성식도염치료제인 국산신약 34호 '펙수클루정(펙수프라잔)'을 시장에 내놓았다. 영업마케팅은 잘 하지만 자체 신약 개발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던 대웅의 발 빠른 태세 전환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히트뉴스와 2월 인터뷰에서 "회사의 체질이 R&D-글로벌로 확실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보상이 귀하게 쓰인 케이스이다. 

2022년 3분기 일본 전국 도도부현의 제네릭 사용비율이 79.0%라는 놀라운 결과가 최근 발표됐는데 무늬는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이 읽힌다. 2021년부터 시작된 약가 인하로 일본도 제네릭 수익성이 악화됐다. 제네릭 대표주자인 사와이제약, 니치이코 등은 신약 벤처를 인수하거나 미국으로 눈을 돌려 현지 제네릭 기업을 M&A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제네릭 사업에 집중했지만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뾰족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정부에 의존한 안일한 성장이라고 비판한다. 경쟁은 무한하고 산업 환경은 한결 같이 변한다. 어디에서든 성패는 손에 쥔 보상을 귀하게 쓰는 기업가 정신에 달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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