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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일방적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업계 전반과 쌍방향 소통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제약업계 실무진들과 소통단 'CHORUS(CHannel On RegUlatory Submission & Review, 이하 코러스)'를 출범했다. 의약품 허가자료 제출, 심사 과정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 소통단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코러스는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장을 단장으로 평가원, KPBMA, KRPIA가 공동 운영하며 △안전성·유효성 △품질 △동등성 등 3개 분야, △임상시험 심사 △허가・심사 지원 △전주기 변경관리 △첨단품질 심사 △동등성 심사 등 5개 분과로 구성된다. 분과별 30명 정원으로, 총 150명 규모를 가지며, 구성원은 식약처 심사관, 국내 제약사, 다국적 제약사, 의료기관, 협회 등 다양하다.
그동안 식약처는 간담회, 정책설명회, 민관협의체, 민원 상담 창구 등을 통해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해왔다. 그런가하면 지속적으로 공무원지침서, 민원인안내서 등을 제·개정 배포하며 업계 관계자에게 식약처 심사 방향성을 알려왔다.
노력은 가상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소통 방식이 양방향이 아닌 식약처 정책 방향을 통보하는 자리였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각 활동 결과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거나 공개되지 않아, 어떤 내용이 논의 또는 반영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제약사 허가업무 담당자는 "그동안 식약처에서 진행했던 간담회 및 협의체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 없었고, 참석해서도 식약처가 이미 정해놓은 정책 혹은 심사 방향에 대해 듣고 올 뿐 업계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고 했다. 그는또한 "제안했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참석하지 못했던 행사들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어떻게 추후 반영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공유받은 적 없다"고 털어놓았다.
식약처도 이같은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을 알아챘는지 코러스의 목적을 식약처와 제약업계 실무진 간의 쌍방향 아젠다 발굴 및 논의로 설정했다. 박윤주 부장은 지난 2일 전문 언론 간담에서 "코러스는 어떤 규제적 상황을 해결함에 있어서 우리 심사부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 업계와 함께 논의해 해결방안을 만들어내는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며 "업계 공통 사항, 규제 도입이 필요한 상황, 시행돼야 하는 상황 등 규제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방안을 함께 마련한다는 점이 기존 방식과의 차별점"이라고 소개했었다.
추후 아젠다로 논의된 부분들이 가이드라인 개정안으로 나올 수도 있고, 규제 개정안 또는 심사방안 형태로도 반영될 수 있다고 공표했다는 점에서 기존 식약처의 소통 방식과 달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코러스는 아직 출범 및 1회 워크숍만을 진행한 상태라 그 성과를 점치긴 힘들지만, 아쉽게도 제약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쌍방향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선 좀 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코러스 구성원으로 150명 규모의 실무자를 모았지만, 업계 전반으로 봤을 때 아직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실제로 최근 히트뉴스가 개발 업무 실무자들에게 코러스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질의했을 때, 과반이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다행인 점은 이들이 코러스의 목적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다수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업무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식약처 정책 및 심사 방향에 반영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제대로 된 홍보, 정보 전달만 이뤄진다면 식약처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약처는 규제라는 무대 위에서 독주하는 것이 아닌 제약업계와 합창(chorus)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업계 전반에 코러스의 홍보, 그리고 투명한 정보 제공이 필수요건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과 같은 일방적 소통을 추구한다면 식약처가 바라는 규제 혁신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박윤주 단장과 식약처 공무원들은 '오케스트라 속 피콜로'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