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전 기자회견서 제약주권·오픈이노베이션·AI 등 한 번 더
기업 대상 투자·약가제도 개선·유통판로 확대 지원 필요도
"물이 끓으면 김이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 전에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100도가 되기 위한 열이 주입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상당히 가열하고 있는 단계고,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면 상당히 국내 업계가 세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업계의 노력을 미래동력으로 삼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병아리를 병아리로 만들지 말고, 닭까지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10년 안에 우리가 에너지만 모은다면 더욱 빨리 (제약강국의) 시기를 당길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보입니다. (여러 주체와 함께) 같이 합을 맞춰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월까지 임기를 남겨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은 제약주권 확립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외쳤다. 그러면서 지난 6년간 끊임없이 만들어왔던 제약바이오 생태계 개척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지원이고, 변화하고 있는 업계의 움직임을 퀀텀점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제약업계의 자립, 국민이 느끼는 사회안전망으로 가치까지 지키려면 정부의 지원과 약가제도 개선, 기업대상 투자, 유통판로 확대까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가 차마 닿지 못했던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발언 역시 이어졌다.
원희목 회장은 30일 오전 서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약주권 없이 제약강국 없다'라는 이름을 달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협회의 계획과 회장으로서 마지막 당부를 했다.

원 회장은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국가가 백신과 필수 의약품 등을 자력으로 개발·생산·공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며 "제약주권 확립은 미래를 위해 기필코 달성해야 한 제약강국의 초석이다. 원료의약품과 백신 등의 낮은 자급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블록버스터와 글로벌 빅파마의 탄생은 모래위의 성을 짓겠다는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제약주권 확립을 위해 △의약품 자급률 제고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 △세계 시장 내 입지 확보를 위한 노력 △산업 고도화 환경 구축을 핵심 과제로 던졌다.
코로나19 3년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의약품 자급률 제고의 경우 자국 공급망 중심 강화 여파로 국가 필수의약품 등 공급의 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높은 해외 의존도는 의약품이 사회안전망으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원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료와 필수의약품, 백신의 세제 지원 및 해외 의존원료의 국산 대체에 따른 약가 차등제 예외 적용 및 촉진환경 조성을 시장으로 생산시설 고도화와 의약품 전주기 관리 도입에 따른 위험성 관리, 중복적 약가사후관리제도 단순화 등을 언급했다.
그가 꾸준히 강조해왔던 오픈 이노베이션은 올해도 튀어 나왔다. 전략적인 투자 체계 구축 및 촉진 환경을 위해서는 기업을 위한 투자비율을 확대해 기존 10.7%에서 15%까지 놀리는 한편 세제지원 과 제도 개선을 동시에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약의 재투자를 위한 보상체계를 위해 외국 약가 비교 제네릭 재평가 계획의 전명 수정과 개량신약 약가 등재규정 개선 등 업계가 원했던 방향성과 함께 협회가 구축한 K-SPACE를 통한 제약사의 참여와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양성 교육과 AI신약개발 공동연구 등 역시 필요하다고 그는 전했다.
대표적으로 해외 약가 조정안의 경우 낮은 약가의 국가를 참고하는데 상황이 다른 세계 시장의 약가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제약업계는 유일한 캐시카우가 약가다. 무조건 올려달라는 것도 안다. 정부가 탄력성 있게 (약가제도 개선을) 검토해 달라"고 전했다.
신약 재투자 위한 보상체계 필요
"정부, 탄력성있게 약가제도 개선 검토해야"
원 회장은 이와 함께 회장 임기 중 꾸준히 추진해 온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 역시 더욱 구체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미 전세계 기업이 글로벌 제약허브에서 빅파마와 바이오기업 등을 묶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의 환경 변화를 수시로 잡아내고 변화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보스턴 CIC 입주기업 지원 등의 기존 정책과 함께 코로나로 중단됐던 한국-일본, 한국-중국 의약품 교류협력을 높이며 브라질 등 신흥 중남미 국가의 협력경로도 다진다는 계획이다. 역에 해외 전문가 그룹과의 네트워킹 및 학술교류, 해외 규제기관 협력과 정보문서 발간 등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약바이오만이 아닌 밖에서도 산업이 고도화될 수 있도록 디지털화와 융복합화를 통해 AI신약개발과 디지털 의료제품의 사업화 지원, 디지털헬스위원회 활동 강화와 함께 미래 환경 분석을 통한 협회 교육 과정 추가, 각 전문가 등 산업 현장 견학의 연중 진행, 2023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박람회 개최 등을 약속했다.
원 회장은 메시지와 함께 정부에 제약바이오를 최우선 사항에 놓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를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약속대로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달라"며 "전폭적으로 과감하고도 신속한 육성지원 방안이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똘똘한 2·3상에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해 국내 기업이 상업황에 필요한 직접적인 지원도 함께 촉구했다.
이어 그는 "신약 가격의 보상체계를 마련해서 신약개발의 동기를 마련해 달라"며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조속한 설치와 메가펀드 지원 규모 확대 계뢱을 차질없이 진행해달라. 결단이 필요하다. 제약바이오의 중요한 사항은 개방형 혁신과 부처별 협력, 투자 등이 필요하다. 서로의 업무로 분절되면 예산 집행이 되고 있다. 조속히 만들 전주기를 함께 고민하고 제약산업을 기르고 제약주권을 확립하고, 제약강국을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축적한 6년, 이제 '퀀텀점프'로
원 회장의 말은 결국 세계의약품 시장의 급변에 우리가 올라타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지의 뜻이기도 하다.
시장 규모가 지난 해 1630조 원에서 2028년 약 230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디지털 헬스케어와 첨단 재생의료의 급성장 등 패러다인의 변화와 미국·중국·일본 등 다수의 국가가 제약바이오 육성 추구 정책에서 우리 나라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실제 2022년 제약바이오에서 세계 3번째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신약파이프라인의 증가(2018년 573개→2022년 1883개), 의약품 수출 10조 원대를 달성했지만 제약주권의 자급률은 지난 2021년 기준 완제 60.1%, 원료 24.4%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전체 백신자급률도 같은 기간 고작 50%에 불과했다.
이 밖에 2022년 보건의료 총예산이 미국의 56조 원의 12분의 1 수준인 4조 5000억 원 선에 머물고 있으며 연구개발 예산 1조 8000억 원 중 기업 지원 역시 14.6% 밖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어지는 제약바이오 투자 냉기에도 원 회장은 될 성 부른 것은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맞다면서도 개발사와 투자사 모두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봤다. 다만 이 경우 정부가 추진중인 메가펀드의 구축은 살아남는 신약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6년간의 소회를 통해 "그동안 변한 것은 산업의 이미지라고 본다. 제약바이오를 향한 업계와 국민, 정부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의 선언은 아직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조금의 노력이 좀 더 이어진다면 퀀텀점프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 6년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기였다"며 정부가 추진중인 메가펀드의 구축이 업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 회장은 "우리는 지금 분기점에 와있다. 6년간을 설명하면 '해볼 만 하다'다. 손가락 하나면 버틸 수 있을 텐데 싶은 생각이다. 지금 화끈하게 밀어서 (업계가) 끓어넘치게 하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한편 원 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제21대 협회장으로 취임했으며 2019년 2월 이사장단에서의 기한 연장 결의로 연임했다. 그는 2017년 협회장 취임 후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2020년 감염병 등에 대한 공동 대응과 혁신 신약 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인재 양성을 위한 K-NIBRT 등을 비롯해 미국 보스턴 내 국내 제약사의 사무소 설립 등을 지원하는 등 해외 시장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도 이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