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진건 박사(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올해 연말은 작년의 악몽과는 다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12월16일 케네디공항에 도착하였다. 뉴욕은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눈이 아니다. 작은 아들 집에 짐을 풀고 쉬었다. 18일 일요일 예배는 'Redeemer Lincoln Squares'에서 큰 아들 가족과 함께 드렸다. 2:2 동점이라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큰 아들 집으로 돌아가서 World Cup Final 연장전을 TV로 보았다. 아이들까지 소리를 지르며 아르헨티나를 응원하였다. 3:3 동점 후 최후의 승부차기는 바로 조금 전 Mike Keller목사의 설교 내용처럼 가운데로 차면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프랑스의 음바페는 미래이고 2022년 월드컵의 주인공은 역시 아르헨티나의 메시이다.
잠시 쉬었다가 마틴 루터킹이 열변으로 설교하였던 125가 할렘의 The Riverside Church에서 3시 15분 두 친구 부부와 만났다. 'Candlelight Carol Festival'에 참석하였다. 감동 그 자체였다. 큰 성당과 같은 그 교회 안에 백과 흑이 심오한 조화를 이루는 그 모습에 놀랐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일은 페스티벌에 참석한 청중들은 물론 사회자, 연주자, 합창하는 분들 모두가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26일 월요일 아침 8시부터 둘째 집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데려가주고 'Bye♡ Have a nice day at school' 인사를 하는 할아버지 노릇이 시작되었다. 11시에는 큰 손자와 만나 150년 전통의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를 돌아보았다. Nathan은 작은 동물들과 원소를 이용하여 광물을 만들어내는 곳에서 집중을 한다. 할아버지는 우영우의 엄청 큰 고래가 마음에 든다.
수요일 아침도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프린스턴으로 이동하여 류OO 박사 부부와 점심을 하였다. 필자가 한국으로 스카우트를 한 분이지만 3년만 머무르고 뉴저지로 돌아왔다. 런던에서 출발하는 아이슬란드 크루즈 여행 경험을 들으며 우리도 꼭 가고 싶었다. 커피를 마신 후 근처의 YG 집으로 갔다. 코로나 덕분에 오랜만에 만나도 바로 옆에 같이 있었던 느낌이다. 친구란 그런 것 같다. 남쪽에서 같이 차를 타고 올라와 동기 부부들이 많이 모인 음식점에 도착하였다. 즐겁게 저녁을 먹고는 바로 근처 영철이네 집으로 옮겼다.
동짓날 아침 목요일은 3째 손녀 Bethany 반의 'Family Morning'이다. 1 시간 동안 노래도 부르고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부모들에게 제공하는 시간이다. 아빠와 할아버지가 참석을 하였다. 14명 한 반 Kindergarten의 학교 안 모습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클래스 참관을 즐긴 다음 점심은 '허드슨 야드(Hudson Yard)'에서 춘범 부부와 점심 데이트를 가졌다. 2019년에 'The Vessels'을 방문하여 올라가 보았는데 안타깝게도 닫혔다. 점심은 가장 높은 5층의 'Estiatorio Milos'에서 그리스식 생선 요리를 즐겼다. 자리도 가장 멋은 풍경이 보이는 창가 자리이다. '허드슨 야드'이기에 저 멀리 정차된 여러 트레인이 보이고 강 건너 뉴저지도 확연하게 보인다.
23일 금요일 22년 마지막 수업 날 Luke의 3학년 학습 방문하였다. 전날 Bethany의 Kindergarten 보다는 귀여움이 모자란다. 3년 차이가 그런 가보다. 일주일 동안의 할아버지 노릇을 잘 마쳤다. 그리고 점심은 나 만을 위한 연례행사인 'Pastrami Queen♡' 그 여왕은 세계에서 정말 맛있다.
그리고 24일 아침 큰 문제가 생겼다. 간호사인 며느리가 자가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CDC웹에 들어갔다. 금요일에 12월 24일 날짜로 미국 CDD가 발표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검출률'에 새로운 강자가 눈에 띈다. 지난 17일 주간 11,2%이던 'XBB 변이'가 한주만인 24일에 18.3%로 점프를 하였다. 특히 인구가 많은 미국 북동부(Northeast) 새로운 감염자의 50% 이상이 XBB라는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이미 뉴욕 시를 포함한 뉴욕 주(New York State)는 'XBB'가 변화하여 'XBB.1.5' (lacks G252V, adds F486P and N1023S)가 만들어진 것도 알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에는 교회 가는 것을 포기하였다. 'XBB 1.5'에 포위된 뉴욕을 어떻게 안전하게 빠져나갈 것인가? 일년 전 오미크론 BA. 1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27일 화요일 8시30분 Lexington Ave에서 버스를 타고 E. Hampton 바로 다음인 Amagansett에서 내려 큰 아들의 summer house로 갔다. 뉴욕시를 빠져나와 'Montauk Light House'를 다시 찾아갔다. 역시 롱아일랜드 맨 끝 대서양에서 오는 배들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등대는 남다르다. 돌아오는 길 만난 석양의 멋진 모습을 덤으로 감상하였다.
28일 수요일 아침은 자연이 만든 작품인 'Shadmoor State Park'를 아이들과 같이 걸으면서 감상하였다. 오후는 Channing Daugters 와이너리에서 시음하였다. 오렌지색 와인 Meditazione이 특이하다.
12월 29일 목요일은 생각보다 일찍 Amagansett을 떠났다. 11시 30분 다운타운의 Paragon Sports에서 큰 손녀 한나의 스키 슈즈를 고르는 예약을 하였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둘째 며느리와 아이들을 픽업하기 위해 록펠러센타 옆 6th Ave에 왔다. St Patrick's 성당과 Radio City, 무엇보다 'The Tree'를 걸으며 다시 보았다. 그러나 오는 길은 지하철을 타고 환승하여 집에 돌아왔다.


마지막 금요일인 30일에 발표한 CDD 그래프는 놀람 자체이다. 지난 주 두루뭉실하게 표시한 'XBB 변이'가 'XBB 1.5'라고 명시되었고 일주일 사이에 2배가 넘는 무려 40.5%이다. 더해서 'XBB 변이'도 3.7%이다. 이제 합이 44.2%로 미국은 'XBB 1.5' 변이 세상이 된 것이다[그림 1] 지역도 뉴욕, 보스턴을 포함하는 1, 2 지역의 Northeast는 무려 75%이다[그림 2].
반면에 12월 3주 차의 '대한민국 코로나19 변이 검출률'은 BA.5가 46.1%로 아직도 주류를 이룬다. BQ.1.1과 BQ.1 합(合)이 12.2%이다. 12월 2주 차의 합과 거의 비슷하다[그림 3]. 아직 'XBB 1.5'를 못 검색한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명단남에는 2주 연속 없었다. 질병청이 미리 대비하는 전방위 방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좀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변이 검출률이 보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XBB 변이'는 소위 켄타우로스 변이로 불린 BA.2.75와 BJ.1이 재조합되어 생긴 변이로 인도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이미 우점종인 상태이다[그림 4]. 반면 미국과 유럽은 BQ.1, BQ.1.1이 우점종이다. 아시아는 XBB, 서양은 BQ로 양분된 상태였다. 현재 싱가포르는 오히려 XBB 점유율이 낮아지고 BQ가 높아지고 있는데 반면에 미국에서는 XBB의 현 세대인 'XBB.1.5'가 BQ를 대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변이바이러스의 RBD 수용체 결합력은 유행 여부의 중요한 지표이다. XBB는 BQ보다 결합력이 약했으나 F486P와 N1023S 변이가 추가된 XBB.1.5의 RBD KD값 (3.44 nM)은 BQ1.1 (8.10 nM) 보다 낮고 따라서 그 결합력이 더 강하다. 아시아에서 우점종인 XBB가 미국에 진입한지 오래되었으나 유의미한 증가가 없다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아마도 F486P와 N1023S 변이 추가에 의한 XBB.1.5 출현이 미국에서 갑작스러운 강자의 무대가 된 것 같다.
그러기에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서 벌써 유입이 되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미국 CDD 변이 데이터가 2~3개월 후에 현실이 되기에 미리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것도 다행이다. 질병청이 오미크론 'XBB 변이' 추이는 바짝 따라가 '기회의 창'을 잘 사용하여 대비하는 정책을 마련하면 좋겠다.
제발 아무 생각없이 실내에서 마스크 벗자는 지방 정부가 없으면 좋겠다. 다시 월드컵 결승 직후에 방문한 'The Riverside Church'가 떠오른다. 진보적인 교회에서도 방역은 역시 보수적이다. 백과 흑이 심오한 조화를 이루며 페스티벌에 참석한 청중, 사회자, 연주자, 합창하는 분들 모두가 남과 나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그 모습이다.
31일 마지막 날은 막내 손자 Jack과 같이 플라자 호텔까지 걸어갔다가 센트럴 파크로 해서 돌아왔다. 지난 해 악몽 중 유일하게 매일 할 수 있었던 것의 반복이다. 오늘은 오전부터 길에 경찰이 눈에 띈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 2023년 'Happy New Year'를 외칠 수 있는 타임 스퀘어는 내가 갈 곳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지만 마스크도 안 쓰고 'XBB 1.5'도 많이 모였을 것은 당연하다. 숙제는 어떻게 1월 3일 0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안전하게 다시 뉴욕을 탈출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