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1년 만에 CDMO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
CDO 기반, 전략적 투자로 M&A 앵커 역할 가능
CDMO 과녁에 화살을 쏘아대는 K기업들
현재 K바이오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대기업부터 벤처까지 너도나도 CDMO 사업 진출에 나섰다. <끝까지 HIT>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CDMO 사업 현황 △CDMO 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성공 스토리를 살펴본다.
① 바이오 광산에서 CDMO 금맥 쫓는 기업들
② 글로벌 CDMO 기업들과의 협력, 그리고 경쟁
③ CDMO를 위한 에코시스템-바이오파운드리
④ 성공스토리 | 송도 허허벌판을 희망으로 채우다

"거울아 거울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어디지?"
백설공주의 의붓엄마가 애용했던 거울대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해도 열에 아홉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라고 말할 것이다. 신흥 트로이카의 존재감은 '전통제약산업계 키드'라 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3분기 연결기준 8730억 원의 매출과 324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 4223억 원, 영업이익 1573억 원과 견줘 각각 94% 성장한 실적이다. 3분기 누적 매출 2조 358억 원으로 거뜬히 2조 원을 돌파해 같은 기간 전통제약회사의 리더인 유한양행의 매출 1조 2898억 원을 크게 앞질렀다.
1980년대 중후반 LG화학 CJ제일제당 코오롱그룹 등 재벌그룹들이 전통제약산업에 진출했으나, LG가 개발에 성공한 FDA 신약 '팩티브'를 제외하면 '재벌의 제약산업 진출성과'는 별반 내놓을만 한 게 없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이른바 '신흥 바이오 3강'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mRNA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수탁 생산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의 일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국내 백신 공급의 주춧돌 노릇까지 잘 해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수탁생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스카이코비원을 개발, 국민 기업의 위상을 차지했고, 셀트리온은 항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해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비록 항체치료제가 코로나 팬데믹을 종식시키는데 크게 역할을 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상전벽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더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사를 설립한 2011년 제약산업 생태계는 수십년째 동아제약 원톱체제였다. 동아의 2010년 매출은 8,468억 원이었으며, 2011년 매출은 9,072억 원이었다. 대웅제약의 2010년 매출 6721억 원과 2011년 매출 7111억 원과 견줘 큰 격차였다. 전통제약산업계의 매출은 물론 R&D까지 금메달은 늘 동아제약이었고, 은메달과 동메달 경쟁만 허용되는 구도였다.
2011년 한국 제약산업의 주역 50곳은 지금들어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동아제약, 대웅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GSK, 한국노바티스, 제일약품, 한국화이자, 종근당, JW중외제약, LG생명과학, 바이엘코리아, 사노피-아벤티스, 일동제약, 한독약품, 광동제약, 보령제약,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아스트라제네카, 베르나바이오텍, 동화약품, 한국얀센, 신풍제약, 한국로슈, 삼진제약, 한국와이어스, 한국로슈진단, 동국제약, 박스터, 베링거인겔하임,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경보제약, 태평양제약, 대원제약, 대웅바이오, 프레제니우스메디칼, 경동제약, 이연제약, 한국오츠카제약, 안국약품, 태준제약, 명문제약, 현대약품, 영진약품, 삼오제약, 종근당바이오, 환인제약, 휴온스, 명인제약 등이다.

2011년 CMO 바다에 풍덩... 글로벌 톱플레이어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11년 7개월 만에 최상위권의 설비를 갖춘 글로벌 항체의약품 CDMO 톱 플레이어의 반열에 올라섰다. 2011년 4월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는 이제 임직원수 4400명 이상에다 2023년 10월 제4공장이 완공되면 총 생산용량이 60만 4000 리터에 이르게 된다. 글로벌 고객사는 100개 이상되며 선진외국 등 각국 규제당국의 생산시설 실사만도 86차례를 받았다. 169건의 글로벌 규제 승인도 받았는데 미국 FDA 24건, EU EMA 24건, 나머지 국가 121건 등이다. 이같은 퍼포먼스를 방증하듯 세계적 권위의 'CMO Leadership Awards'를 9회 연속 수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의 역사는 ① 공장 건설과 ② 물량 확보 ③ 공장 건설의 선순환 궤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장을 지어 비즈니스를 하고, 비즈니스 성과에 따라 다시 공장을 짓는 과정이었다. 인천 송도에 자리잡은 1공장, 2공장, 3공장, 4공장(건설 중)까지 총 공사비용은 3조 6400억 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에게 제일 어려웠던 경영적 판단은 첫 번째 공장건설이었을 것이다. 2011년 4월 30명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한 달 뒤인 5월 1공장을 착공해 이듬해 7월 완공했으나 원료(DS)와 완제(DP) cGMP는 2013년 6월과 8월 공장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25개월의 건설기간이 소요된 공장의 총 배양 탱크(리액터) 용량은 3만리터(6기X5000리터)였다. 이는 산업 평균 사이즈 였다. 회사는 이해 7월 글로벌 빅파마 비엠에스(BMS)와 생산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10월에는 로슈(Roche)와 생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글로벌 기업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수십차례 찾아간 끝에 얻은 성과였다.
생산용량 3만 리터 배양기는, 이 세계에서 파일럿 생산 시설과 다르지 않았다. 작은 규모로 한발 내딛고 괜찮다 싶으면 또 한발 내딛겠다는 스텝바이스텝 전략이었던 셈이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이 생산 이력이 전무한 후발주자에게는 아예 생산을 맡기지 않는 등 항체 CMO 시장은 후발주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았다. 회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지으며, 공장을 운영할 인력을 확보하고, 또다시 공장을 짓는 도전은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적자를 감수하는 일이었다. 장치산업으로 분류되는 CMO에 전통제약회사들이 감히 나서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통제약산업군 안에서 장치산업은 진정한 신약개발 R&D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했었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김수민 선임애널리스트가 지난 5월 발간한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수급전망 및 국내 주요 CDMO 사업전략' 스페셜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이후 공장증설과 수주물량 확보과정에서 영업적자가 지속되었으나, 2공장 가동이 본격화 된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3공장 완공 이후 가동률이 급상승하면서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웃소싱 수요 증가 등으로 빠르게 3공장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었다.

바이오벤처의 동반자 그리고 미래 M&A의 구심점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신약 개발 패턴은 대략적으로 될성부른 물질로부터 시작해 동물 대상의 전임상실험과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거치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정해 가는 방식이다. 한걸음씩 옮겨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닮아있다.
바이오벤처기업이든, 전통제약회사든, CDMO 기업이든 질병 치료와 관련한 곳의 궁극 목표는 신약개발이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든 신약개발은 그들이 도달해야 할 목표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예외일 수 없다. 대개 바이오벤처와 CDMO가 다른 것은 혁신개발로 가는 방법론이다. 어찌보면 삼성바이오의 혁신신약에 이르는 길은 산란을 위해 상류로 거슬로 올라가는 연어를 잡기 위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는 곰들의 형태와도 닮아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해 주는 단순 위탁생산(CMO)와 다르게 CDMO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개발, 생산, 허가까지 개입해 끌고 가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CDMO 산업은 결국 신약개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삼성바이오 비즈니스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그리고 미래의 신약개발이다.
현재 이중항체 플랫폼을 출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임상 1상을 타깃으로 세포주 개발, 배양 및 정제 공정 개발, 제형 및 분석법 개발, 비임상 및 임상 시료 생산 등 공정개발 서비스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협력 벤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2018년부터 CDO사업을 시작해 현재 160명 이상 인력들이 사업을 수행하며 60여개 고객사로부터 100여개 과제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DMO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약개발은 전략적 투자로부터 이뤄질 공산이 크다. 삼성은 올해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미국 바이오텍 재규어진테라피(유전자 치료제 개발), 센다바이오사이언스(mRNA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각각 200억 원, 190억 원 규모를 투자했는데, 이들 기업들의 신약개발이 가시적 진전을 이루게 되면 기업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약의 씨앗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온실과 비옥한 밭을 준비해 놓고 씨앗을 찾는 방식으로 신약개발에 접근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예전 대기업들처럼 웬만한 급의 제약회사를 인수한 다음 사업을 하며 돈을 벌어가면서 여력으로 신약개발에 손을 대는 대신 인천상륙작전하듯 대번에 제조업으로 뛰어들어 글로벌 톱플레이어의 위상을 마련하고 이제는 신약개발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동시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K바이오생태계 한 가운데 자리잡아 항체나 세포유전자 신약에 도전하는 바이오벤처들의 기댈 언덕이 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만한 씨앗을 글로벌이 아닌 K바이오생태계에서 찾아내 전략적 투자를 하고, 사랑이 깊어져 M&A까지 하는 그 멋진 날은 언제쯤 눈 앞에 펼쳐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