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연화 박사 논문으로 본 의약품 첨부문서와 환자 커뮤니케이션

여러분들은 혹시, 의약품 포장 안에 들어있는 '의약품 첨부문서(WMI)'를 읽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기억을 되살려보면 [소화기계 : 흔하게 복통]이나 [혈관계 : 흔하게 홍조] 같은 부작용 설명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이 같은 정보를 통해 여러분들은 의약품 복용에 있어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의약품 첨부문서에 깨알같이 적힌 부작용 내용들을 보면 약 복용이 망설여집니다. 차라리 먹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복용하고 난 뒤 컨디션이 전과 약간이라도 다른 듯 해도 부작용 아닌가 싶어 WMI나 인터넷을 더 꼼꼼하게 검색하게 됩니다. 효능과 효과는 한 두 줄에 불과한데 사용상 주의사항 등을 비롯한 부작용에 관한 내용은 참 많습니다.

과연 WMI는 환자에게 복약의 정보로써 잘 기능하고 있는 것일까요? 의사와 약사 등 전문가들에게나 필요한 내용 아닐까요? 이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임상 약사로 환자와 마주해 복약상담을 하면서 고민하던 모연화 약사입니다. 그는 환자들이 처방에 맞춘 조제약을 잘 복용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박사학위 논문까지 받았습니다.

모연화 박사(휴베이스 부사장)
모연화 박사(휴베이스 부사장)

모연화 약사(휴베이스 부사장)는 2022년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복약 이행 의도 제고를 위한 의약품 첨부문서 메시지 전략 연구 : 메시지프레임, 해석 수준, 인지부하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모 약사의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의약품 첨부문서의 현재와 미래, 문제와 개선의 제안을 남겨봅니다. 

의약품첨부문서의 4가지 유형. 우리나라는 주의분산형+구두적이다. 모연화 박사논문에서 발췌.
의약품첨부문서의 4가지 유형. 우리나라는 주의분산형+구두적이다. 모연화 박사논문에서 발췌.

[끝까지 히트 3호] 환자는 의약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의약품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보를 요구한 기록이 있다. 이러한 요구에 순응해 1988년 벨기에와 스위스 보건 당국은 약물 복용 방법, 약물 효능, 효과, 부작용 위험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의약품 첨부 문서(written medicine information; 이하 WMI)를 의무화하도록 고시했다. 1992년 유럽 보건당국은 모든 의약품에 환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WMI를 의무화했고 미국은 1996년부터 WMI 의무화를 시행했다. 우리나라도 WMI에 대한 의무적 허가를 시행하고 있다.

WMI는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치료에 관한 결정 권한을 환자에게 이동시키는 역할(patient empowerment)을 했다. WMI는 치료 과정에 대한 환자 관여도(involvement)와 지식을 높여 환자가 치료에 참여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건강 기관은 환자에게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환자의 지식을 높이고, 치료 과정에 참여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복약 이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 추정했다.

하지만 WMI는 기대만큼 실제 사람들의 건강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연화 약사의 논문은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WMI의 효능 메시지와 부작용 메시지의 문제로 제시했다.

먼저, WMI 효능 메시지는 의약품에 대한 긍정적 효능 인식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체로 건강 기관은 의약품의 효능을 표기하는 것이 제품에 대한 프로모션으로 보일 수 있다는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현재 국내 WMI의 의약품 효능 메시지는 어떤 증상과 질병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환자들이 궁금한 의약품의 효능은 약을 먹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 약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이 약을 복용했을 때 구체적인 이점은 무엇인지, 이 약의 건강 결과는 무엇인지이다. 하지만 현재 WMI 효능 메시지는 메시지를 읽는 수용자 관점에서 효능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WMI 부작용 메시지는 수용자의 위험을 과대 추정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행연구들은 부작용 메시지의 구조와 표현 방식이 위험 지각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안전성을 명분으로 희박한 부작용까지도 알아야 한다는 알 권리에 입각하여 부작용으로 보고되는 모든 정보는 WMI를 통해 수용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에 WMI의 부작용 정보의 양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은 부정적 정보 과부하(negative information overload)로 불리며 의약품에 대한 불안(anxiety)과 공포(fear)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현재 WMI는 의약품에 대해 균형된 인식을 만들지 못하고 WMI의 역할과 가치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WMI의 역할과 가치는 의약품 지식을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써 의료 과정의 참여와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연화 약사의 연구는 WMI의 효능 및 부작용 메시지가 복약 이행 관점에서 왜 중요한지, 각각 어떤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 복약 이행 및 비이행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헬스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의약품을 복용하는 행동에 관한 연구는 의약품 메시지가 수용자에게 전달될 때 발생하는 건강 결과에 관한 연구로 이어져야 한다. 이 연구는 '의약품 메시지'를 독립변인으로 '건강 결과'인 복약 이행과 복약 비이행을 종속변인으로 설정했다.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이론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실무적으로 '헬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 연구는 WMI의 문제가 실제 사람들의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실무적 의의를 담고 있다.

환자들이 궁금한 의약품의 효능은 약을 먹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 약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이 약을 복용했을 때 구체적인 이점은 무엇인지, 이 약의 건강 결과는 무엇인지이다.

하지만 현재 WMI 효능 메시지는 메시지를 읽는 수용자 관점에서 효능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① 의약품첨부문서(WMI)는 건강 기관으로부터 의약품과 함께 승인되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 수용자에게 전달된다. 예컨대 온라인 포털에서 의약품을 검색하면 WMI정보를 디지털화한 내용이 보인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환자에게 전달되는 서면 정보, 의사 및 약사가 환자에게 말로 전달하는 정보도 WMI를 기준으로 생성되어 전달된다. 또한 WMI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로 재가공되어 수용자에게 노출된다. 즉, WMI는 의약품 메시지의 원천이며, 수용자 중심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② 의료인이나 약사, 일반인(수용자)들은 공개된 의약품 정보인, 의약품첨부문서(WMI)를 통해 의약품정보(메시지)를 얻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사전지식에 따라 의약품첨부문서의 의약품 메시지를 해석한다.

③ 의약품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은 복약 이행 의도에 영향을 미친다. 즉, 의약품의 부작용과 효능을 해석하는 것은, 의약품의 이익 및 위험 인식과 연결되어, 약의 복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④ 전문가의 처방과 권고에 따라 복약을 잘 이행하는 것은 질병 예방과 치료의 효과를 획득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자 동시에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개발된 의약품을 제대로 이용함으로써 의약품의 가치를 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⑤ 그런데, 의약품첨부문서를 수용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의약품에 대한 효능 메시지와 부작용 메시지가 수용자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관한 연구는 부족하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현재 WMI는 의약품에 대한 효능 인식을 형성하지 못하고, 부작용 인식은 과대 추정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효능은 낮게 인지하고 부작용은 높게 인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약 이행 의도는 어떻게 되겠는가?

⑥ 특히 사람들은 의약품의 위험에 민감하기 때문에 WMI 부작용 메시지를 좀 더 살펴보자. 우리가 접하는 법적 절차에 기반한 의약품첨부문서 내 부작용 정보는 신체 기관별로 <주의분산형+구두적> 형태로 기술 및 작성되어 있어 수용자의 인지부하를 높이고, 위험을 과대 해석하게 만든다고 한다. 

⑦ 부작용을 신체 기관별로 나열하는 것은 손실을 크게 느껴지게 만드는 메시지 구조로써, 인지부하를 높여 부작용 메시지의 핵심 즉 부작용 가능성과 부작용 종류에 대한 해석을 어렵게 한다. 아울러 부작용 가능성을 '흔하게, 때때로, 드물게'라는 구두적 설명 용어로 묘사하면, 수용자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흔하게, 때때로, 드물게'를 해석하기 때문에 실제 부작용 가능성 보다 수 배~수 십 배 높게 추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WMI 부작용 메시지의 구조와 표현이 실제 가능성보다 부작용을 훨씬 크게 인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⑧ 모연화 박사는 WMI와 복약 이행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통해, 현재 WMI의 효능 메시지와 부작용 메시지가 수용자의 복약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수용자 중심의 새로운 WMI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특히 현재 국내는 일반인과 전문가의 건강 정보 이해 능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양식의 WMI에 노출된다. 하지만 미국, 유럽, 호주는 전문가용 WMI와 환자용 WMI를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인서트 페이퍼(package Insert; PI)는 전문가용, 소비자 약물 치료 정보(consumer medication information; US-CMI) 또는 약물치료 가이드(medication guides)는 환자용으로 이원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유럽은 전문가용을 제품 특징 요약(summary of product characteristics; SmPC)으로, 환자용을 환자 정보 리플릿(patient information leaflet; PIL)으로 구분하고 있고, 호주 역시 전문가용은 제품 정보(product information; PI), 환자용은 소비자 의약품 정보(consumer medicine information; AUS-CMI)로 이원화 하고 있다(Yuan et al., 2019).

일반인 타깃의 WMI을 분리, 제작하는 국제적인 추세는 의약품의 메시지와 수용자가 상호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을 건강 기관이 인지하고, 그 과정을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공적인 의약품 정보를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인식 중심으로 정교화하는 것은 WMI의 역할과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수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여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의 환자용 WMI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연구는 WMI의 효능 메시지가 효능 인식과 복약 이행 의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먼저, 수용자가 인식하는 의약품 효능 인식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의해 도출된 효능 메시지는 현행 효능 메시지보다 설득적이었다. 또한 프레임 효과 분석을 통해, 고혈압약에 대한 이익 인식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 연구는 고혈압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메시지를 도출했고, 메시지 만족도와 복약 이행 의도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수용자 요인인 헬스리터러시, 예방초점의 메시지 만족도, 지각된 복약 필요성, 복약 이행 의도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증명해 개인의 능력과 심리적 성향 파악이 복약 행동 맥락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효능과 부작용 메시지에 대한 이 연구의 결과는 환자 접점의 의료 공급자들이 고혈압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설명하는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의료 공급자는 의약품에 관한 효능과 부작용 메시지가 임상적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떠한 형식으로 메시지를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 의, 약학 교육의 형태가 정보를 목적에 맞춰 구성해 전달하는 방식 보다 임상적 사실 습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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