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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정부는 응원, 전문가단체는 경계
무엇보다 필요한 건 명확 규제로 방향 잡아야

대의원총회에서 비대면진료 수용 기준을 제시하는 등 긍정적 입장을 비쳤던 의사단체들이 비대면진료는 환자 안전을 위해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면서 본래 자리로 돌아오려 하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가는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그로 인한 과당 경쟁으로, 비대면진료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여기던 일부 시각마저 비대면 진료 철회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모양새다.

①원하는 약 처방받기와 ②약국 자동 매칭 두 가지 서비스로 인해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보유한 닥터나우는 의사약사 단체 모두에게 고발 당했다. 보건복지부도 해당 서비스가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을 냈다. 이로 인해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배송에 관여할 수 없다는 쪽으로 선이 그어진 것으로 보인다.

 

환자가 약 선택하면 의사가 매칭된다?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는 베타버전으로 5월 중 시작했고, 현재는 제공이 중단된 상태다. ▷환자가 원하는 약을 선택하고 ▷처방을 요청한 뒤 ▷개인정보 및 증상을 입력하면 ▷의료기관과 자동 매칭되고 ▷전화상담과 처방이 이뤄진 뒤 ▷약 배송방법을 선택하면 ▷약국이 자동 매칭되는 순서로 이뤄진다.

여기서 베타버전은 게임 등 프로그램 정식 버전 출시 전 프로그램 상의 오류를 점검하고 사용자들에게 피드백을 받기 위해 공개하는 일종의 테스트 버전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의약단체나 복지부 의견을 들어보면 해당 플랫폼이 테스트하고 싶었던 것은 사용자 피드백보다 법적 피드백에 가깝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건 심했지..." 국회, 의사, 약사, 복지부도 비난의 화살 발사

5일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요청해 복지부가 밝힌 의견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가 △전문의약품 광고 △의약품 판매 알선·광고 행위 △직접 진찰의무 위반 △약국 외 의약품 판매 등에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는 전문의약품의 약품명, 효과, 가격 등이 명시돼 있고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형태는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금지한 약사법 제68조 제6항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의·약 단체들 역시 한시적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서울시의사회는 이 같은 서비스 행태를 경찰에 고발하며 난립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의 과당경쟁으로 왜곡돼 가고 있다며 비대면진료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기도약사회는 지난 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닥터나우의 의약품 배송 시스템이 법적인 적절성 검증을 요청했다. 

복지부 해석을 살펴보면, 비대면진료 플랫폼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존재한다. 의약품 전달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것과 처방·조제권은 전문가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고시에 따르면 처방전은 비대면진료 의료기관이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배송한 뒤 약국과 환자 협의에 따른 방식으로 약을 전달하는데 이를 닥터나우가 대신하는 것은 한시적 고시에 맞지 않은 행위이며 엄연한 약사법 위반 행위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약 처방받기는 환자가 의약품 처방에도 관여된다. 최근 의료 트렌드가 치료에서 예방·관리로 넘어가는 등 환자 행위를 중요시한다지만 의료 시스템은 비전문가가 의약품을 오·남용할 우려를 용납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응원, 전문가단체는 경계... 규제로 중심 잡아야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홈페이지 메인 화면. 처방약 배달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홈페이지 메인 화면. 처방약 배달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산업 현장에 있는 업체들은 과당경쟁보다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눈 가린 채 살얼음판을 걷듯, 발을 디뎌보고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서비스를 시작한 후 끊임없이 수익모델을 창출해야하는 업체들에게 정부나 관련 협의체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협의체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내부 논의단체로, 이름에 따라 비대면진료 사업 방향을 논의하기위해 구성을 시작했지만 논의가 시작된 5월 이후 구성 단체 확정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화상투약기 규제특례 실증사업 승인 이후 주요 단체 중 하나인 대한약사회가 정부주도 협의체 참여를 전면 거부하며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비대면진료의 문을 연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일상생활은 확진자 재택치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코로나19로 급성장한 미국 비대면진료 플랫폼 텔라닥헬스의 주가가 하루만에 40% 하락했다는 소식은 국내 업계에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6주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의료기관에 방문하기위해 수 시간 차를 몰아야 하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 그렇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져 비대면진료 필요성이 큰데도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려보면, 비대면진료는 윤석열 정부 110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명시돼 있는 산업이고,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직접 방문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사업이기도 하다. 업체들의 과당경쟁과 별개로 명확한 규제를 통해 이들이 흘러갈 수 있는 물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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