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히트
초고가약 시대, 사회적 합의 고민이 필요할 때

"신약 담당 사무관이 약제 이야기를 꺼내면 걱정부터 앞선다. 이건 얼마짜리 약이지? 환자 접근성과 재정관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한다." 

보건복지부 양윤석 보험약제과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고가의약품 급여관리 포럼에 참석해 고가약 급여결정에 고민이 많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1회 투약에 수억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킴리아같은 약제가 2, 3개 아니 앞으로 10개, 계속 등장할텐데 지금 약제과장을 한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웃으며 말했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발언에는 고가약 급여등재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었다. 

작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심포지엄 'RWE를 활용한 의약품 등 국내 급여관리계획'에서 보면 급여등재를 기다리는 초고가 신약은 7개 제품으로 미국에서 공개된 가격이 49억원에 달했다. 

미국에서 약 5억원, 일본에서 3억3500만원으로 파악되는 킴리아가 올해 급여등재를 기다리는 고가약 첫 주자다. 잇따라 등장할 고가 신약도 급여등재를 마냥 검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현실적인 대안은 급여등재 시 사후평가를 연계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위원장인 이정신 교수(서울아산병원)는 "정해진 N(환자) 수를 채우기 어렵고,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환자는 처방을 원한다. 사후평가가 중요하다. 약제의 어떤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것인지 확실하게 그림을 그리고, 사전에 계약을 해야한다. 현장에서는 곧 의료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대약대 배은영 교수는 "최근 진입하는 초고가 신약들은 신속허가 절차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입증하기에는 자료가 미성숙한 상태"라며 "임상적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고 그만큼 잘못된 결정에 대한 기회비용이 크다"고 사후평가 필요성을 제언했다. 

정부와 의료계, 학계 등 고가약 사후평가의 필요성에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급여등재시킨 후 사후평가를 통해 선별급여를 적용하거나 혹은 급여목록에서 제외하는 사후평가 방식을 두고 제약사와 정부의 간극이 클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줬다 뺏는 것만큼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등 급여적정성 재평가로 얽힌 소송만 20여건이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약에 대해 급여적용을 해줘야하는 것도 맞고, 한정된 건보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복지부는 올해 심평원, 건보공단 등과 사후평가 체계를 구축하는데 더 많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초고가약 시대 사회적 합의, 그 출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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