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김영호 R&D 총괄 대표

"유전자교정 원천기술 수익화하면서 신약개발"
"미국서 저촉심사 중 CRISPR 특허 권리 경쟁, 상황 유리"
"원천기술로 T셀 강화한 고형암타깃 CAR-T 치료제 개발"

"우리의 비전은 유전자교정 원천 기술을 활용해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CRISPR 유전자가위 특허 권리를 모든 사업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툴젠은 4수 끝에 작년 12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됐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근간으로 1999년 설립돼 2014년 코넥스에 상장했던 툴젠은 2015년, 2016년, 2018년 코스닥 상장에 거듭 실패해 글로벌 시장을 확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다, 이번 상장으로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게 됐다.

툴젠은 상장으로 인해 700억 원(공모주식 수 100만 주, 공모가 7만원)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실패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 Cas9의 특허 수익화 사업을 본격화 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교정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는 툴젠의 주요 사업은 △유전자교정 플랫폼 기반 특허 수익화 사업 △유전자교정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 개발 △유전자교정 기술을 통한 종자 품종 개량 등 크게 세 줄기다. 

작년 6월 합류한 김영호 R&D 총괄 대표는 생명과학 연구분야에서 25년 간 전문 역량을 쌓아온 인물로 메디프론디비티에서 연구소장과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17년 이상 연구개발·임상을 총괄한 덕분에 치료제 및 사업개발의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그는 과거 툴젠에서 8개월 동안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히트뉴스는 작년 연말 벽산디지털밸리 툴젠 본사에서 김영호 대표를 만나 코스닥 상장이후 새롭게 변모할 툴젠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툴젠 김영호 R&D 총괄 대표
툴젠 김영호 R&D 총괄 대표

 

진작 상장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코스닥 상장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점 축하드립니다. 유전자가위는 생소합니다. '유전자가위'하면 쉬운 듯한데 또 어렵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전자가위는 쉽게 말해 효율적인 유전자교정을 위해 불필요한 유전자 부위를 절단하는 분자도구를 의미합니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타깃 유전자를 절단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유전자 제거, 유전자 복원, 유전자 삽입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치료제 개발, 산업 바이오(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하. 그러면 CRISPR/Cas9 기술이 바로 유전자가위겠군요.

툴젠의 CRISPR/Cas9는 혁신적인 유전자교정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출처=툴젠 IR 자료집
툴젠의 CRISPR/Cas9는 혁신적인 유전자교정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출처=툴젠 IR 자료집

우리가 보유한 크리스퍼 Cas9 기술은 2012년 초에 이미 완성된 기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기술로부터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만들어 왔죠. Cas9 사이즈가 작아야 바이러스에 잘 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작은 사이즈의 유전자가위인 Cj Cas9을 발명했고, 미국, 호주, 일본, 한국에 특허도 등록했습니다.

기존 Cas9의 활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요, 타깃을 자르는 기능은 퍼센트로 얘기합니다. 저희는 90% 이상 유전자 교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활성을 더 높이는 Cas9를 만들어, 가이드 RNA 서열에 따라 오프 타깃을 거의 자르지 않고 온 타깃을 자를 수 있는 Cas9도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기업 영속성의 핵심이니까요. 툴젠은 특허 수익화를 이야기하는데, 이와 관련된 특허 현황과 미국서 진행되는 분쟁 내용, 플랫폼 기술 이전 등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전 세계 CRISPR 특허 권리 현황. 출처=툴젠 IR 자료집
전 세계 CRISPR 특허 권리 현황. 출처=툴젠 IR 자료집

우리의 원천기술은 2012년 특허 출원 됐습니다. UC버클리(UC Berkeley)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교수와 독일의 샤펜티어 박사(Charpentier)가 함께 연구한 결과물의 특허 출원 시기는 2012년 5월입니다. 원핵세포 내지 시험관 내에서 CRISPR/Cas9(크리스퍼 Cas9)가 DNA를 자를 수 있다는 내용의 특허 출원이었죠.

툴젠은 2012년 10월, 크리스퍼 Cas9 가위가 유칼리오티셀 진핵세포의 유전체를 교정할 수 있다는 연구 성과물로 특허 출원을 진행했습니다. MIT, 하버드 쪽에 있는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도 2012년 12월 툴젠과 거의 동일한 기술 내용을 바탕으로 특허 출원 했어요.

원천특허가 시험관 원핵세포에서 작동한다고 말하는 곳은 CVC 그룹(미국 서부 과학자와 독일 과학자)인 반면, 진핵세포에서 유전자 교정이 가능하다고 말한 곳은 툴젠과 브로드 인스티튜트인 것이죠. 이 두 개의 기술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미국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났습니다.

브로드 인스티튜트는 툴젠보다 늦게 출원했지만 우선 심사 신청을 해 먼저 등록을 받게 됐고, 툴젠은 뒤늦게 등록이 가능한 상태가 돼 2020년 저촉심사(Interference)를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CVC와 브로드 인스티튜트는 훨씬 더 먼저 저촉심사를 진행했고요.

2017년 크리스퍼 Cas9 유전자교정의 결과에 대해 원핵세포에서 작동되는 것과 진핵세포 내에서 작동되는 것이 다르다는 1차 판정이 나왔습니다. CVC는 본인들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진핵세포에서 작동한다는 기술을 가져가야할 필요성을 느꼈죠. 그래서 다시 본인들이 연구하는 것을 추려 분할 출원을 냈습니다. 브로드 인스티튜트와 다시 저촉심사를 진행했죠.

2020년 툴젠의 특허가 등록 가능한 상태가 돼 저촉심사에 들어갔습니다. 서로 같은 내용인지 혹은 다른 내용인지를 따지는 단계를 겪고 있는 것인데, 올해(2022년) 저촉심사 전반전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툴젠)는 CVC, 브로드 인스티튜트와 저촉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니어 파티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봤을 때, 툴젠이 가장 먼저 발명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객관적 증빙의 가장 큰 행위는 출원을 먼저 진행한 일 자체이니, 출원을 먼저 한 우리가 가장 먼저 발명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송으로든, 협상으로든 결과가 나오겠지만 특허 다툼이 참 지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금 전 질문으로 돌아가서 툴젠의 수익화 사업 전략은 어떻게 설계돼 있나요?

현재 툴젠은 크리스퍼 Cas9 유전자가위 원천 기술 특허와 신약개발을 주요 수익화 모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전자교정 종자 사업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과거 툴젠의 수익 사업은 원천 기술을 라이선스 아웃하는 것이었고, 지금까지 실제로 매출이 일어나는 부분입니다. 향후 매출이 급성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생각하고 있고, 관련해 현재 파이프라인도 7~10개 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이선스 아웃이 되면 수익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진행하고 있는 유전자 종자 사업도 올해부터 실질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TGT-001)를 비롯해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TG-wAMD) △B형 혈우병 치료제(TG-LBP) △만성 HBV 감염 치료제(TG-HBV) △차세대 CAR-T 세포치료제(Styx- T Platform)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말씀하시는데, 가장 중점을 두는 파이프라인은 무엇인가요?

툴젠의 파이프라인. 출처=툴젠 IR 자료집
툴젠의 파이프라인. 출처=툴젠 IR 자료집

유전질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1A)의 치료를 위해 유전자치료제를 생체 내로 직접 집어 넣는 In vivo 파이프라인인데, 가장 앞서 있기도 합니다. AAV(Adeno-associated virus,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는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전달체 물질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툴젠은 이런 치료제를 시험관, 세포, 동물 모델 등의 분야에서 유효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중인데 영장류를 통해 유효성 평가를 마지막으로 진행하고, 독성 평가를 하는 과정에 도달했습니다.

동시에 임상 진입을 염두에 두고 바이러스를 패키징 해주는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기준) 기관과 계약을 맺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임상단계에 진입하는 것이죠.

 

In vivo 분야의 또다른 파이프라인도 있나요?

습성 황반변성 질환입니다. 대표적 노인성 질환으로 시중에 항체 치료제가 나왔지만, 2주~4주 동안 안구에 반복해 약 20번 주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용하기 불편한 치료제죠. 반면 우리가 진행하는 유전자 치료제는 한번 주사로 반영구적인 효능이 나오는 것을 예상하고 있는데, 시장 사이즈도 제법 큽니다. 2024년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In vivo가 있다면, Ex vivo도 있겠군요. 

그렇죠. Ex vivo로는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우리는 T셀(T Cell)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유전자교정을 통해 특정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로 녹아웃(Knock-Out) 했을 때, T셀의 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수년 간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했거든요. 

우리가 확보한 기술로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인 호주의 Cartherics라는 회사와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기술 개발을 하며 굉장히 놀라웠던 것은 차세대 CAR-T 치료제가 기존 CAR-T 치료제에 비해 우월한 효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고형암을 타깃하는 모든 CAR-T 치료제 개발 회사가 툴젠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우리는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회사들과 추가적인 거래를 진행해 최소한 10개 이상 계약을 체결하려 합니다.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대표적인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 큐로셀, 티카로스가 있습니다. 이들 기업과 협업할 수도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툴젠은 크리스퍼 Cas9을 이용해 문제의 유전자를 녹아웃(Knock-Out)시키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형암에서 좋은 데이터만 나오면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 가능성도 있습니다. Ex vivo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도 CAR-T 치료제입니다.

 

툴젠은 유전자교정 기술을 활용한 레드바이오 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린바이오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툴젠의 올레익산 콩(Non-GMO). 출처=툴젠 IR 자료집
툴젠의 올레익산 콩(Non-GMO). 출처=툴젠 IR 자료집

유전자 종자 사업은 비교적 늦게 시작했지만 개발 속도가 빨라 하이올레익산콩(Non GMO, HO콩)은 개발 완료했습니다. 기존 콩에 비해 하이올레익산이 3배 이상 함유된 이 콩은 미국의 Non GMO 인증을 받았고, 재작년과 작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생산했어요. 올해 임차 경작지를 더 늘려 대량생산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이 적용된 식품도 GMO(유전자변형 농산물) 아닌가요?

다릅니다. 미국 농무부에는 Non GMO를 판정해주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우리가 만든 콩의 유전자 서열을 다 분석해 외래 유전자가 안에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료로 입증하면 Non GMO 판정을 받습니다. 우리가 HO 콩을 직접 생산하면 부가가치가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갈변(색이 변하는) 억제 감자도 개발이 완료됐고, 미국 농무부에 Non GMO 신청을 했습니다. 글로벌 감자 업체에 종자 자체를 기술 이전할 계획입니다.

 

갈변 억제 감자의 장점이 뭐죠?

감자를 깎아 놓으면 색이 변해 찬물에 담가두는 것으로 방지하는데, 감자를 재료로 활용하는 식품업체 등에게는 갈변 억제가 매력적인 요소가 됩니다.  

 

그린 바이오 사업 분야의 경쟁자는 물론 있겠죠?

현재 그린바이오 분야에 칼릭스트(Calyxt)라는 회사가 있는데, 2세대 유전자가위인 탈렌(TALEN)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합니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인간의 단백질, 치료제, 백신을 식물세포에서 생산하려는 기업들도 등장했는데, 지플러스생명과학, 바이오앱 등이죠.

바이오앱은 우리 기술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2세대 탈렌에 비해 3세대 크리스퍼가 훨씬 더 우월한 기술이기 때문에 사업 비용이나 위험성 약화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린바이오, 레드바이오 사업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포트폴리오 비중은 상황에 따라서 바뀔 수 있습니다. 툴젠은 현재 원천특허의 기술이전을 한 특허 수익화 사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치료제 분야에서 그 비중이 높아질 것 같아요.

 

툴젠은 상장을 통해 어떤 측면에서 탄력을 받게 될까요?

툴젠 곳곳에 활력이 생길 것입니다. 원천 특허 권리 확보 측면에서 저촉심사 중인데, 법무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미국 Jones Day 라는 글로벌 탑 로펌과 협력해 특허 불확실성을 조기에 마무리 짓기 위한 겁니다.

치료제 임상을 위한 AAV 패키징 비용도 많이 듭니다. 임상 시료 제작, 임상 등 다 돈이 들어갑니다. 지금 인원으로 모든 일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새 기술 인력도 영입해야 합니다. 올해 마곡 제넥신 건물로 입주할 예정이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근처에 그린바이오 R&D 센터도 착공할 계획입니다.

 

라이선스 아웃 못지 않게 임상 결과가 뛰어나면 임상 3상을 통한 상업화 역시 고려하시겠죠?

아시다시피 임상 3상은 비용이 엄청납니다. 자금 확보가 우선이지만 독자적 3상 도전도 가능합니다. 계약에 따라 3상을 해주는 글로벌 업체가 들어와 판권을 나누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임상 3상을 하지 않고, 임상 2상을 끝낸 후 신약 허가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의적절하게 다양한 전략이 동반돼야 하겠죠.

 

향후 5년, 10년 뒤 유전자 편집기술을 보유한 툴젠의 모습, 미리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툴젠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크리스퍼 Cas9 원천특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툴젠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크리스퍼 Cas9 원천특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유전자교정 분야의 글로벌 톱3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유전자 교정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벤처 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많은데, 우리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사업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유전자 교정 분야에서 초기부터 20년 이상 꾸준히 기술개발해 온 우리는 기술력이 있고, 성숙된 기술을 가지고 있어요. 글로벌 톱3는 현실화 가능한 꿈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