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2군 등 고가항암제 전액비포괄 대상 결정
신포괄서 제외되면 기존 혜택 환자도 적용 못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년부터 키트루다 등 2군 항암제를 '신포괄수가제도 전액비포괄 대상항목'으로 결정함으로써 암환자 본인부담 약제비가 최대 20배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암환자의 경우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3일 신포괄수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전국 98개 병원에 대해 "20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주요개편 방안은 △약제와 치료재료의 포괄·비포괄 분류기준을 개선해 희귀 및 중증 질환 등에 사용되어 남용여지가 없는 항목 등은 전액비포괄 대상으로 결정 △행위·약제·치료재료의 전액비포괄 영역을 행위별수가제의 급여기준 및 본인부담률과 동일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군 항암제 △일부 희귀의약품 △사전승인약제 △기타 약제 등은 기존 비포괄 항목에서 전액비포괄로 변경된다.

1군 항암제는 비교적 사용이 오래돼 의사의 판단 아래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최근 개발돼 고가인 2군 항암제는 정해진 급여 기준 아래 허가된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문 '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 내용 발췌

또한, 기존에는 비포괄과 전액비포괄의 경우 행위별수가제 급여 기준을 적용하되 선별급여, 전액본인부담, 비급여로 적용하는 경우 본인일부부담으로 적용해왔다. 비포괄은 80%와 100%가 있으며, 해당 비율에서 본인부담비율이 다시 책정돼 본인부담금이 감소했었다.

신설 기준은 전액비포괄의 경우 행위별수가제와 급여기준과 본인부담률을 동일하게 적용해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문 '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 내용 발췌

전액비포괄 항목의 경우 기존에는 전부 신포괄수가제도 아래서 본인부담금 5%(기타 20%)로 제공했지만, 변경 후에는 △식약처 허가 초과 및 공고기준 내 투여(전액 및 일부 본인부담) △공고기준에서 정한 선별급여(선별급여 본인부담률)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비급여)로 전부 본인 부담금이 증가하게 된다.

 

MSD ‘키트루다 주(좌)’, 로슈 ‘퍼제타 주(우)’ (사진 = 약학정보원)
MSD '키트루다 주(좌)', 로슈 '퍼제타 주(우)' (사진 = 약학정보원)

당장 내년 1월부터 해당 변경 안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신포괄수가제도 혜택을 받던 암환자들과 해당 의료기관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신포괄수가제도 시행 병원의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전체 항암제 중 효과가 좋은 항암제의 약 90%는 비교적 최근 개발된 고가의 2군 항암제이기 때문에 현재 신포괄수가제도가 적용되면 암환자는 5~20%의 본인부담으로 최신 치료법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키트루다 등 면역 항암제 또는 표적치료제들이 신포괄수가제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한 달에 500~600만원씩 약제비가 청구 된다"며 "해당 약제들을 전액부담으로 돌리는 경우 항암제 약제비를 부담할 수 없는 환자는 기존 치료를 이어나갈 수 없어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 제도가 적용되는 환자는 대부분 진행 암 또는 말기암 환자다. 이 분들은 치료기간이 5년 이상, 10년 이상 이렇게 길지 않다. 이 분들이 치료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기존 제도 혜택을 소급적용해주던가 충분한 유예기간을 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신포괄수가제도 적용받은 환자 영수증. 내년부터는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을 합한 약 600만원 전부 부담해야 한다.
신포괄수가제도 적용받은 환자 영수증. 내년부터는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을 합한 약 600만원 전부 부담해야 한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ACC선양낭포암카페'와 같은 암환자 모임들은 심평원이 신포괄수가제를 개선해 항암제 비급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사안을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는 등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 모임들은 "기존에는 신포괄수가제도 시행 병원에서 유방암의 경우 퍼제타, 캐싸일라 등 표적항암제는 10~20%의 본인부담금만 청구됐었고, 다른 고형암종의 경우 키트루다, 옵디보는 5%의 본인부담금만 부담하면 됐었다"며 "기존 치료 혜택을 받던 환자들은 갑작스럽게 약제비 부담이 증가해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비급여 약제가 급여화 됐다가 다시 비급여로 된 경우는 없었다"며 "국가 기관에서 보험재정 등의 문제로 정책 방향을 설정한 건 이해하지만 기존 혜택을 받던 환자들은 중도 치료 포기하는 상황 없이 치료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 포괄수가개발부 담당자는 이번 제도 변경에 대해 "기존 신포괄제도는 의료비 일부에만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해 의료기준 보장성 확대 측면에서 접근을 했다"며 "하지만, 신포괄수가제도로 산정특례 5~20%로 본인부담이 줄자 환자들이 해당 기관으로 몰려 항암제만 요청하는 경우도 있으며, 동일 기관 내에서도 질병군이나 입원일수에 따라 환자가 행위별 수가제로 적용받는 경우가 있는 등 형평성 문제와 지불제도 혼란의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포괄수가제도는 현재 시범사업 단계로 따로 건정심이나 건강보험고시를 통해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3월 보건복지부, 시범대상기관장과 학회 및 협의체와 회의를 통해 상의가 됐던 내용을 최근 안내 드린 것"이라고 입장을 표현했다. 

심평원은 '2022년 신포괄수가 포괄·비포괄 구분 개선에 대한 항목 및 세부사항'에 대해 심평원 요양기관업무포털에 내달 중 게시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내달 심평원이 이 세부사항을 발표하기까지 암환자 단체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추후 심평원이 어떻게 대응할지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 및 암질환 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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