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세계적 의과학자 이정호 교수와 손잡은 김병태 소바젠 대표
"소바젠 목표는 환자들에게 빠르게 신약을 제공하는 것"

"환자들에게 하루라도 빠르게 신약을 제공하는 것이 소바젠 창업의 목표였습니다. 이정호 교수와 함께 바이오벤처의 길로 들어선 이유였죠."

뇌 과학 분야에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의과학자 이정호 카이스트 교수가 바이오벤처 창업을 결심하고 찾아간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알고지낸 김병태 대표였다. 연구(Reserch)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자신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적임자가 있다고 생각한 이 교수는 사업 경험이 풍부한 김병태 대표를 찾아갔다. 엔터테인먼트, 출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번의 창업을 경험한 김 대표는 은퇴 이후 여유로운 생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정호 교수가 '소바젠'이라는 뇌질환 치료제 개발 회사를 시작하는데, 경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다. 초기 회사 설립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던 그는 어느새 '환자를 위한 신약개발'이라는 이 교수의 의미있는 여정의 동반자가 됐다.

 

초기 회사 설립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는 김병태 소바젠 대표(왼쪽)는 어느새 '환자를 위한 신약개발’'이라는 이정호 카이스트 교수(소바젠 CTO)의 의미있는 여정의 동반자가 됐다.

 

#1. 김병태 대표가 말하는 '이정호'라는 연구자 

다양한 사업 경험을 하셨는데, 어떻게 소바젠에 합류하셨나요?

스물 일곱부터 사업을 시작해, 10번 정도 산업 분야를 바꾸며 창업을 했어요. 출판사, 여행사,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에서 경영 경험을 했죠. 이정호 교수와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 당시도 이 교수는 신약개발이 꿈이라고 했어요. 그때가 이 교수가 연세대 의대를 다니던 시절이었죠. 이후 박사과정을 약리학으로 하기도 했고요.

의대를 다니던 시절 이 교수는 다른 친구들이 의과대학 시험 공부를 할 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신약개발을 위해 해외 연구기관, 제약회사와 활발한 소통이 중요하다면서요. 당시를 기억하는 저에게 뇌질환 연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감명을 받았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고 싶더라고요.

 

이정호 교수의 뇌질환 연구는 무엇이 달랐나요? 

우선 이 교수의 연구는 환자로부터 시작합니다. 의과학자 특성을 살려 뇌질환 관련 환자의 조직에서 유전자 돌연변이(mutation)를 분석하고, 이를 자체 동물모델을 통해 평가해 약물 후보물질을 도출해 내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 오랜 사업경험에 비춰봤을 때, '내가 최초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처음에 이 교수가 찾아와 자신의 연구방식으로 뇌질환 약물을 개발하는 곳이 없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어요.

전 세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그 중에 자신만이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많을리가 없다는 지적에도 이 교수가 자신의 연구방식은 독보적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정호 교수가 독보적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우선 (지금은 보편화 됐지만) 이정호 교수가 연구에 뛰어들 당시만 하더라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방식의 가격이 너무 비싸, 연구 단계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교수는 다른 연구자들보다 한 발 앞서 NGS 기법 연구를 접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죠.

또 자신은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뇌조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특히 알츠하이머 뇌를 갖고 연구할 수 있는 국내 연구진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우리나라는 알츠하이머 뇌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하더라고요.

 

소바젠의 연구방식[출처=소바젠 IR자료]
소바젠의 연구방식[출처=소바젠 IR자료]

 

이정호 교수님은 알츠하이머 뇌를 어떻게 구할 수 있었나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병원에서 연구용으로 알츠하이머 뇌를 받고 있습니다. 이 곳의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통과하면, 무상으로 알츠하이머 뇌를 받아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네덜란드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죽은 환자들이 뇌 기증을 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교수가 연구력을 인정받아 해당 뇌를 통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죠. 미국 CURE 재단 소아뇌정증 연구상, 뉴욕과학아카데미 과학혁신상, 국가 리더 연구 선정 등은 그동안 이 교수의 연구 성과가 어디까지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상 내역입니다.

 

 #2. 연구소 물질이 약으로 탄생하기까지 

이 교수님의 탄탄한 연구가 약 개발로 연결되기 위해선 어떤 단계를 밟으셨나요?

이정호 교수의 연구(research)는 훌륭하지만, 연구가 곧바로 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 초기 회사에 조인해 준 분이 최윤희 본부장입니다. 최 본부장은 서울대 약대를 나와 LG생명과학, 대웅제약에서 다수의 신약개발 프로젝트와 제네릭, 개량신약 등의 개발 경험을 갖고 있었어요.

사실 최 본부장이 합류하기 전에 우리는 신약개발에 있어 연구가 90%, 개발이 10%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막상 직접 해보니 임상을 위한 체계를 세우는 개발이 90%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최 본부장이 이런 역할을 주도해 줬어요.

 

소바젠 파이프라인[출처=소바젠 IR자료]
소바젠 파이프라인[출처=소바젠 IR자료]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으로 소아 뇌전증 치료제 파이프라인 SVG101으로 알고 있습니다.

SVG101은 국소피질이형성증 2형에 동반된 난치성 뇌전증의 발작 빈도 감소와 억제를 적응증으로 하는 약물재창출 기반 신약 후보물질입니다. 현재 지엘팜텍과 공동개발을 통해 소아 환자들이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에베로리무스 분산정으로 개발됐습니다. 앞서 SVG101은 연구자 임상 2상을 통해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일종의 신약재창출 전략으로 이 파이프라인을 빨리 임상에 진입한 이유는 소아 뇌전증의 경우 치료제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발작을 할 경우 정상적인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비정상 뇌부위가 넓으면 수술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연구를 통해 mTOR 유전자를 억제하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런 기전을 가진 기허가 제품이 있었습니다.

 

SVG102 역시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로 알고 있습니다.

SVG101의 일부 부작용과 뇌 투과율을 높인 ASO(Antisense Oligonucleotides) 기전 치료제 후보물질입니다. 현재 글로벌 임상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뇌질환 약물의 숙제는 혈관뇌장벽(BBB)을 투과하는 것입니다. SVG102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투여방식을 스핀라자와 같이 뇌척수액 주사 방식을 통해 개발 진행 중입니다.

 

뇌전증 다음으로 개발 속도가 붙은 것은 SVG301과 SVG302인데요, 교모세포종 치료제 파이프라인이네요. 

교모세포종은 암세포 제거를 해도 결국 다른 부위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뇌 줄기세포의 돌연변이가 축적돼 암세포를 일부 제거해도 재발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을 토대로 돌연변이를 찾아서, 이 돌연변이를 유발시킨 동물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돌연변이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후보물질을 만들고 동물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뇌전증 이후로 교모세포종 파이프라인을 주력 과제로 올릴 예정입니다.

 

SVG105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아직 물질 발굴 단계네요. 소바젠만의 차별점이 있나요?

현재 알츠하이머 질환에선 이렇다할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며 더구나 정확한 타깃이 없습니다.(아두헬름 역시 조건부허가로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우리는 기존에 알려진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조직으로부터 어떤 돌연변이가 있는지 탐색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우선 100여명의 알츠하이머 환자의 조직에서 돌연변이를 발견했고, 이 변이를 일으키는 동물모델을 만들어 연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단순히 모두가 볼 수 있는 논문을 보고 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조직에서 직접 발견한 변이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차별점이 있습니다.

 

 #3. 소바젠이 그리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 

본사가 카이스트 안에 있는 것이 특이하네요. 보통 학교에서 시작해서 어느정도 투자유치를 마치면 학교에서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요.

카이스트와는 좋은 산학협업 모델을 세우고 싶습니다. 그 일환으로 창업 당시 특허사용료, 주식 공유 등에 있어 학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도 학교로부터 실험실, 동물실험실 등 많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공유한 이익이 의과학자 양성에 보탬이 돼, 산학 협력이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랍니다.

 

코반스 뿐만 아니라, 한국안전성평가연구소(KIT) 등 국내 기관과도 활발히 협업하고 계시네요.

우리가 개발 경험이 많지 않으니, 처음엔 되도록이면 검증된 외국계 회사와 일하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달랐어요. 결국 벤처들은 국내 자본으로 돌아가는데, 이 자본을 모두 해외 임상시험수탁기관(CRO) 혹은 CMO 배불리는 일만 하는 것에 일정부분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막상 그들과 일을 해보니 해외 기관이라고 무조건 최상의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제부터 우리와 합이 잘 맞는 국내기관들과 협업을 더 늘릴 계획입니다. 저희는 척수강주사 형태로 약물을 개발하기 때문에 원숭이 실험을 많이 하는데, KIT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향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술이전 시점이 있나요?

한국에서 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개발을 모두 진행하고, 약가 및 판매를 위한 파트너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승인을 염두에 두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전임상을 마친 뒤, 1상 임상시험계획승인(IND) 데이터 패키지가 꾸려지는 대로 글로벌 회사들과 접촉해 2022년에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입니다.

 

시리즈 B까지 총 450억원 투자 유치를 완료했는데요, 향후 상장 계획은요?

기술이전이 되는 시점에 맞춰 2023년을 목표로 상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가 상장은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환자들에게 신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역량이 있는 외국 기업과 협업을 도모하고, 국내 환자를 위해 임상을 끌고 가는 것입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