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전,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

"레이저티닙은 기존 2세대 치료제(지오트립, 다코미티닙) 대비 쉽게 처방될 수 있는 약제입니다. 그러나 오시머티닙(타그리소)은 다양한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약제입니다. 유한양행은 향후 다양한 전략으로 임상을 설계해 프로파일을 축적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직을 내려 놓은, 강진형 교수는 두 겹의 마스크를 낀 채로 임상 현장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바쁜 진료 시간을 피해 점심시간에 만난 강 교수는 렉라자(레이저티닙)로 본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부터, 향후 우리가 글로벌 신약개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평소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신약 급여 등재를 위한 정책적 목소리를 내고,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 항암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친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자신은 신약개발의 마지막 단계만을 봐온 사람이라는 겸손한 말로 시작한 그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위한 통찰력 있는 의견을 쏟아냈다.

자신은 신약개발의 마지막 단계만을 봐온 사람이라는 겸손한 말로 시작한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위한 통찰력 있는 의견을 쏟아냈다.
자신은 신약개발의 마지막 단계만을 봐온 사람이라는 겸손한 말로 시작한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위한 통찰력 있는 의견을 쏟아냈다.

렉라자 사례로 살펴볼 때, 국내 신약개발 어디까지 왔나요?

"대학병원 교수로 병원에만 있다보면, 신약개발의 마지막 단계만을 경험하게 되잖아요. 신약개발에 대한 별다른 경험없이 제가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논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라고 생각해요. 신약개발을 위해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잖아요. 물론 미디어를 통해서 이 긴 과정의 일부분만 비쳐져 가늠하긴 힘들지만요.

다만 항암요법연구회장을 하면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인적 자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죠. 특히 다양한 국내 신약개발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면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다양한 신약개발 단계에서 좋은 신약 후보물질을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시장 혹은 진료 현장에서 처방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중요하잖아요.

임상시험 각 단계별로 그 약제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있어요. 이 다양한 요소에서 전략을 짜는 일은 다양한 신약개발 이해 당사자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연구회 활동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담론을 넓혀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 질문을 더 드려볼게요. 그럼에도 현재 신약개발이 발전 선 상에 있다고 보시나요?

"많은 자본이 모여 국내 신약개발 벤처 기업들이 생기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향후 이렇게 생긴 벤처들이 신약개발 가치사슬의 각 단계에서 합종연횡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인적자원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하겠죠.

약을 연구개발 하는 인력과 함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기술이전 협상을 위한 사업개발(BD), 임상 데이터를 해외 학회(AACR, ASCO 등)에서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전문가, 해외 규제당국(FDA, EMA) 등과 교섭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인프라나 자원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나 항암제신약개발사업단 등이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신약개발을 위해 어느 단계 인적자원부터 길러내는 것이 좋을까요?

"항암요법연구회 회장 당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임상시험의 설계, 수행, 통계분석, 약동학 전문가 등이 하나의 기관에 모여있으면 어떨까하고 말입니다. 이른바 신약개발 어벤전스 팀을 꾸리는 것이지요.

현실적으로 국내 신약개발 벤처들에게 중요한 것은 임상 3상 연구 설계가 아닙니다. 전임상부터 1~2상 단계 디자인을 극대화 시켜서 3상과 상업화 역량이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에게 기술이전을 하는 게 당면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선 초기 임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CRO와 임상시험 전문 의료기관 설립도 필요합니다."

 

항암요법연구회에서 다양한 신약개발 벤처들도 만나 보셨잖아요. 하지만 실제 국내에 우수한 임상의들과 벤처가 협력하는 사례는 그리 활발히 보이지 않습니다.

"연구회에서도 벤처와 국내 종양내과 의사들이 협력하려는 노력은 수차례 있었습니다. 다만 회사 입장에서는 기밀 노출에 대한 걱정으로 진정한 협력을 위한 (데이터 공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었습니다.

향후 국내 종양내과 의사들과 벤처 간의 협업을 위해 제대로 된 과학자문위원회(SAB)가 작동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시적 모임이 아니라 연속적인 자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종양내과 임상의 역시 임상개발에 초점을 둔 자문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글로벌 제약회사 SAB로도 다수 참석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료시간을 피해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해외에서 SAB 미팅에 참석했어요. 이런 미팅을 통해 글로벌 제약회사 SAB 미팅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임상 개발의 포인트들은 느낄 수 있었죠."

 

국내 신약개발 회사들이 배워야 할 글로벌 제약회사 SAB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약회사는 한정된 시간 내 SAB에 참여한 이들의 다양한 통찰력(insight)을 뽑아내려고 많은 준비를 합니다. 결국 각 분야에서 훌륭한 연구자 혹은 개발자가 참여하지만, 그 미팅을 주도하는 것은 회사입니다. 아울러 후배 종양내과 교수에게도 이런 미팅에 자주 참석할 것을 권합니다.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신약개발 경험과 안목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렉라자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렉라자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의 모범 사례로 평가할 만 한가요?

"남수연 유한양행 전 연구소장이 레이저니팁을 도입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봅니다. 다른 제약회사들이 레이저티닙의 가치를 못 알아볼 때, 남 박사가 해당 물질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죠. 물론 레이저티닙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임상 전략이 필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미 타그리소라는 약물이 있었고,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의 임상 설계를 일정부분 차용할 수 있었습니다. (렉라자 이후 한 단계 더 진보된 신약개발 생태계를 위해) 우리나라만이 고안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임상시험 디자인으로 검증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임상시험에 집중된 교육과 투자과 필요합니다."

 

렉라자가 향후 타그리소와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갖춰야 할 데이터는 무엇인가요?

"렉라자 1/2상은 결과는 매우 유의미했고, 얀센에 기술이전이 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봅니다. 특히 국내 리얼월드 데이터를 보면,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38~39% 뇌전이가 동반되는데, 이때 EGFR 표적 치료제가 효과적입니다.

현재까지 타그리소가 뇌전이에서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 근거를 갖고 있고,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에 필적할 만한 혹은 그 보다 더 나은 전임상 연구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타그리소 대비 크지 않았습니다. 이는 환자 내약성이 좋고, 삶의 질이나 치료 내내 잘 유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레이저티닙은 기존 2세대 치료제(지오트립, 다코미티닙) 대비 쉽게 처방될 수 있는 약제입니다.

그러나 오시머티닙은 다양한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약제입니다. 유한양행은 향후 다양한 전략으로 임상을 설계해 프로파일을 축적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또 다른 진검승부는 병용요법에서 나올 것입니다. 얀센의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의 병용요법이 현재 3상 진행 중입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더 지켜봐야 겠지만, 3세대 표적 치료제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약물의 효과를 부각시킬지, 무진행 생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은 건데 대규모 3상을 할 때 레이저티닙이랑 대조군을 설정할 때 환자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작위 배정시 2:1 혹은 3:1 통계학적 변형이 필요합니다. 또한 중간분석 시 (레이저티닙 군에서) 월등한 효과를 보였으면 불필요한 추가 환자를 등록시켜 1차 치료로 이레사를 투여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교차투여(cross over)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이레사를 복용해 치료에 실패한 사람은 이중맹검(unblind) 방식으로 대조약을 복용한 환자에게 보완할 수 있도록 cross over해 레이저티닙을 복용하는 임상시험 디자인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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