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물질발굴부터 품목허가, 그리고 미래

"레이저티닙(렉라자)은 오시머티닙(타그리소)에 대적할 약물입니다. 물론 후발주자로서 한계는 있습니다. 향후 얀센의 아미반타맙 병용 임상과 연구자주도 추가 임상을 통해 용량 확장 전략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유한양행과 제노스코가 공동개발해 얀센에 기술수출 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 메실산염일수화물)가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항암제 개발을 위한 후기 임상시험을 다수 진행한 신약개발자는 레이저티닙에 대해 타그리소에 대항할 수 있는 약물이라는 평가를 내 놓았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렉라자정80mg(레이저티닙)을 허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렉라자정80mg(레이저티닙)을 허가했다.

히트뉴스는 제노스코의 물질발굴부터, 유한양행의 초기 임상, 얀센으로 기술이전 등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렉라자가 어떻게 품목 허가 문턱을 넘었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이후 혁신신약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문가 의견도 전해 드리겠습니다.

 

제미글로 개발자가 발굴한 '레이저티닙'

레이저티닙 물질을 발굴한 주역은 고종성 제네스코 대표입니다. 고 대표는 1991년부터 16년간 LG화학에서 다양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국내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제미글립틴)의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이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1년간 항암연구센터장을 맡았습니다.

창업을 통해 좀더 적극적으로 혁신신약에 매진하고자 했던 그는 미국 보스턴으로 건너가 2008년 제노스코를 설립했습니다.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레이저티닙' 물질 발굴에 나섭니다. 이후 2013년부터 다양한 신약개발 전문가를 만나며 레이저티닙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제네스코는 본격적으로 2015년 레이저티닙 개발을 위해 유한양행과 전임상 실험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유한양행은 2016년 5월 3일 제노스코로부터 레이저티닙을 들여오며 초기 임상시험에 착수합니다.

레이저티닙 품목허가까지 타임라인[출처=유한양행]
레이저티닙 품목허가까지 타임라인[출처=유한양행]

적극적인 중개연구와 얀센 기술이전까지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제노스코로부터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유한양행은 곧바로 식약처로부터 임상계획승인(IND)을 받아, 임상 1/2상을 착수합니다. 당시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중개이행 연구를 통해서 경쟁 약물로 꼽히는 오시머티닙 대비 경쟁력 있는 부분을 도출하는 결과를 연이어 발표합니다.

물론 오시머티닙과 직접비교한 임상연구는 아니기 때문에, 이 결과를 놓고 단순히 레이저티닙이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 센터장은 2019년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오시머티닙 대비 레이저티닙의 안전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조 센터장의 발언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레이저티닙과 오시머티닙은 활성도(activity)는 유사하지만, 레이저티닙이 안전성 측면에서 훨씬 좋아서 더 넓은 치료 지표가 될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다.(Lazertinib likely has disease activity on par with osimertinib, with the very real possibility of a wider therapeutic index)"

이처럼 유한양행은 국내 항암제 임상시험에 권위를 가진 다수의 연구자와 협력해 경쟁 약물 대비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임상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렉라자는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서도 효능과 내약성을 입증했습니다.

이번 허가에 근거가 된 LASER201(YH25448-201) 임상에서 뇌전이 데이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임상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최종 데이터는 나오진 않은 상황입니다.

전체 용량군에서 측정 가능한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의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은 독립 중앙 검토(22명)에서 55%, 시험자 평가(22명)에서 64%다. 평가 가능한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의 두개강 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독립 중앙 검토(64명)와 시험자 평가(89명) 모두에서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추적관찰기간 중앙값 10.9개월).

240mg 용량군에서 측정 가능한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의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은 독립 중앙 검토(7명)에서 71%, 시험자 평가(9명)에서 78%, 평가 가능한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의 두개강 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독립 중앙 검토(24명)에서 16.4개월, 시험자 평가(40명)에서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기술수출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최순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현, 하나제약 영업본부장)은 2018년 판교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에서 얀센과 기술이전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최 연구소장과 함께 남수연 유한양행 연구소장(현,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 김한주 사업개발 이사(현, 아임뉴런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역시 레이저티닙 기술이전의 주역입니다. 물론 취임 이후 바이오벤처들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활발하게 이끈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제품화와 직결될 수 있는 임상 3상 진행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얀셴 측에서 유한화학 오창 공장의 GMP 수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세계적 기준(global standard)에 맞춰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어요.

특히 얀센은 3상 임상을 진행할 때 필요한 레이저티닙 정제(tablet) 생산 속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현재까지 오창 공장의 정제 생산속도는 시간당 3만-5만 T(정제) 정도 생산속도를 보이는데, 얀센 측은 시간당 7만 T까지 생산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궁극적으로 cGMP 수준의 오창 공장에서 만들어진 태블릿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을지가 중요했습니다. 얀셴 측은 오창 공장 임상의 품질관리(QC), CMC(임상 단계별 제출되는 물리·화학적 성질 등)등을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이처럼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 제노스코로부터 좋은 물질을 들여온 뒤, 탄탄한 중개임상연구를 국내 연구진과 발빠르게 협업해 초기 임상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글로벌 제약회사 얀센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어, 후기임상을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얀센으로 간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으로 차별화 전략 

렉라자의 경쟁약물로 꼽히는 타그리소는 그동안 수많은 임상데이터를 축적하며, 동일 계열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적응증을 획득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L858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승인 받았습니다. 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후 보조요법에 사용 가능한 최초 표적항암제가 된 것입니다.

얀센은 타그리소 대비 레이저티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항암제 후보물질 '아미반타맙'과 병용 전략을 택했습니다. 현재 얀센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오시머티닙 단독 혹은 레이저티닙 단독과 비교하는 MARIPOSA 3상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조병철 교수는 지난해 9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Virtual Congress 2020) Proffered Paper 세션에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3세대 TKI 오시머티닙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8개월 정도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아시아인에서는 더 짧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의료적 미충족 수요가 있고,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두 약제의 병용은 (미충족 수요를 채울) 좋은 내약성과 더불어 무진행생존의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안명주 교수는 히트뉴스에 향후 타그리소와 경쟁하기 위해서 레이저티닙이 갖춰야할 데이터와 현재 진행 중인 연구자주도 임상(IIT)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타그리소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진행중인 1상 임상연구의 장기 추적 관찰 결과 ▷진행중인 3상 연구(이레사와 레이저티닙을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환자를 대상으로)의 결과를 유의미하게 도출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IIT로 여러 연구자가 ▷뇌전이 환자대상 연구 ▷뇌수막전이 환자대상 연구 ▷UNCOMMON mutation 환자 대상 연구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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