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약개발 경쟁력은 속도"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을 막연하게 동경했던 생각에 차츰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개발 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여전히 그들의 벽을 느낀다. 블록버스터 약물을 비롯해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인 수많은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고, 부족하면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회사를 취하는 그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글로벌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position)를 차지해야 할까. 때론 막막하기도 하다.

일찍부터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 발전을 위해 자본조달 역할을 충실히 했던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은 이런 고민에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신약개발 초기 단계를 수행 중이고,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신약개발 분야에 몸 담고 있는 기업에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0여년 동안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도로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 온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오성수 바이오디자이너스 대표는 한국의 경쟁력을 '속도'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며 국내 신약개발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는 빠른 속도로(speedy) 신약개발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진행해야 합니다. 최근 중국과 일본 역시 작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인수합병(M&A)을 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동적인 우리 금융 자본을 신약개발에 어떻게 접목시킬 지 고민해야 합니다."(오성수 바이오디자이너스 대표 [HIT 취중잡담 인터뷰 중])

"우리나라는 실행(execution) 속도 면에서 최고입니다.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정확성도 갖추고 있죠. 우리나라의 이러한 강점을 잘 살려 글로벌 회사들과 협력해 어떤 위치를 차지할 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신년 인터뷰 중])

조금만 돌이켜 봐도 우리나라가 좋은 환경과 자원을 가지고 시작했던 적은 없다. 소위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그 옛날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화를 겪어 경제 부흥기를 이룬 이야기까지 말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신약개발 분야에서 한국은 제대로 된 과학(science)을 하는 곳으로 인식되지도  못 했다. 우리보다 먼저 신약개발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2015년 한미약품의 기술이전을 기점으로 글로벌 제약회사에서도 한국 회사가 만든 신약개발 데이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종종 기술이전 이후, 다시 반환되는 사례도 발생하지만, 이는 신약개발의 수많은 허들 중 한 과정일 뿐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단일 파이프라인 중심 기술이전에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항체접합의약품(ADC)과 알테오젠의 제형 기술 등 플랫폼 중심 기술이전으로 다변화 했다. 이들의 기술이전이 향후 어떤 결과물을 가져올 지,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올해 1월 국내 주요 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 수장에 바이오 전문 심사역으로 오랫동안 일한 황만순 대표가 올랐다. 황 대표와 함께 바이오 심사역이 채 20여명도 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함께 한 동료는 '대단한 일이에요'라는 말은 건넸다. 그의 말 속에 함축된 감정과 의미가 어렴풋 전달됐다.

전체 VC 생태계에서 20명도 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바이오 심사역이 대표에 오른 지금까지. 이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신약개발을 비롯한 바이오 생태계의 위상 변화를 떠 올린다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다시 첫 질문을 생각해 본다. 신약개발 분야에서 미국·유럽과 경쟁해 우리는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도 뚜렷한 답은 얻지 못 했다. 다만, 지금도 끊임없이 기술과 자본이 신약개발 생태계 발전을 위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 만은 분명하다. 물론 진화의 결과물은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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