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우리나라 실행속도와 정확성 면에서 최고"

"비단 바이오 생태계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첫 출발점입니다."

올해 1월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를 이끌게 된 황만순 신임대표는 비단 바이오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 이사회 문화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유한양행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창업투자회사였던 한국바이오기술투자에 입사하며 벤처투자 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9년 한투파에 합류, 12년 만에 대표에 올랐다.

히트뉴스는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신임대표를 만나 인수합병, 올바른 이사회 문화, 자본집약형 창업, 기술특례상장 문제 등 다양한 업계 담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황 대표는 특유의 유쾌하지만, 통찰력 있는 돌직구로 답변을 이어갔다.

히트뉴스는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신임대표를 만나 인수합병, 올바른 이사회 문화, 자본집약형 창업, 기술특례상장 문제 등 다양한 업계 담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1. 시총 1조 기업들, 주식거래 방식의 인수합병 고려해야 

시가총액 1조 기업들의 경우 최근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하셨는데, 현 시점에서 가능한 이야기 인가요?

"당위성과 방향성 측면에서 한번 봅시다. 우선 당위성 측면에서 보면, 인수합병은 이뤄져야만 하는 것이죠. 일년에 20개 회사가 상장한다고 했을 때, 10년이면 약 200여개의 회사가 상장 문턱을 넘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1600개의 회사 중 나머지 1400개 기업은 상장을 못 했다고 해서, 다 없어져야 할 회사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중에서도 어떤 회사는 특출난 기초연구(research) 기술과 개발(develop)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상장 요건을 가진 기업은 상장하면 됩니다. 나머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일부 개발 능력과 연구 역량이 뛰어난 곳을 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총 1조 기업들이 나서서 주식교환 방식으로 M&A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방향성 측면에선 걸림돌이 있습니다."

 

어떤 걸림돌이죠?

"시총 1조 기업의 최대주주인 CEO 의지의 문제가 남죠. 그들이 단순히 상장을 통한 엑시트(EXIT)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인수합병과 같은 어려운 작업을 감행할 필요는 없겠죠. 또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의지가 있다면, M&A를 통해서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선택할 이유가 없겠죠."

 

실제로 시총 1조 기업들과 초기 기업들의 생각하는 기업 가치가 합의를 이뤄 인수합병이 일어날 수 있는지도 궁금해요.

"물론 대기업과 기존 전통 제약회사가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다른 사업군의 이야기지만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것은 앞으로 지켜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국내 대기업이 적자만 내는, 기술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입니다.

기존 인수합병 사례를 봐도 위탁생산(CMO)을 위해 공장을 인수한 사례는 있어도, 무형의 기술력을 취한 사례는 없었거든요. 아마 국내 여러 대기업이 이 사례를 보며 유형의 제품이 아닌 기술력을 취한 것이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국내 시총 1총 기업 중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 어느 회사가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을까요?

"어느 정도 바이오 업력이 있으면서도, 서서히 기업 가치를 쌓아 온 기업이 좋을텐데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가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국내 회사 인수합병,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물론 단 기간 내 이뤄지긴 어렵습니다. 아직까지 글로벌 제약회사들에게 우리나라는 기술이전을 받는 대상입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인수합병 대상이 되기 위해선 기술이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국내 회사들은 상장을 고려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자체가 복잡한 편이죠.

초기부터 글로벌 제약회사에게 인수합병 되려면 1~2개의 파이프라인에 초점을 두고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 내부 멤버들이 현지인과 의사소통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을 정도의 소통(communication)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요. 이 외도 글로벌 제약회사와 국내 기업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브로커 혹은 어드바이저라고 할 수 있죠. 한국의 상황과 글로벌 상황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합니다."

 

 #2. 올바른 이사회를 갖추는 것이 출발점 

최근 벤처캐피탈(VC) 기획창업 등 자본 집약형 창업이 담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에이비엘바이오, 티움바이오 등이 일종의 VC 기획창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업 전부터 우리가 일정 부분 기업의 구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담당했으니까요. VC 기획창업은 미국과 기존 한국 창업 모델의 과도기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 기업 대부분은 VC가 기업의 최대주주입니다. 우리나라는 VC와 같은 금융자본이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주식회사이지만, 현실적으로 이사회가 작동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사실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다면, 그 회사의 최대주주가 누구인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사회가 회사 전체의 가치를 위해서 작동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만 보더라도 어떤가요? 우리나라 이사회는 회사와 주주 전체의 가치를 위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 창업자, CEO를 위해서 움직입니다. 이런 구조라면 VC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미국의 구조를 따라가긴 어려울 것입니다."

 

올바른 이사회 문화 정착이 시급하시다는 말씀이시죠?

"제대로 된 이사회를 만드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우리가 투자한 티움바이오 역시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이사회가 구성된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향후 이사회가 활성화 되고, 금융자본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VC 기획창업은 좋은 방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정 부분의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투자한 티움바이오, 이뮤노바이옴 등에 대해서는 성과보고서위원회, 내부거래소위원회 등 이사회를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그 분야의 명망있는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말씀드렸죠. 앞으로 한투파는 이사회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VC 주도 기획창업을 활발히 진행할 것입니다."

 

 #3. 기술특례상장은 국내 바이오의 분기점 

기술특례상장과 기평을 대한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고 있어요.

"기술특례상장은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분기점입니다. 한국거래소가 매출도 없이 적자만 나는 기업을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입니다. 만약 이 제도가 없었다면, VC는 바이오 기업에 선뜻 투자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기술특례상장 이전에는 마땅한 EXIT 창구가 없었잖아요. 또 기업이 투자를 못 받으면 창업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요.

다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개선점은 필요하죠.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바이오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이에 대한 상장 기준도 점차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필요성이 있는 것이죠. 물론 기술성평가에서 각 기관의 평가 수준이 상이하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위해선 수수료를 일정 부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담론에 대해서 업계 분들이 공통된 의견이 있진 않은 것 같습니다.

업계 입장에서 거래소의 전문성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기평을 통과하고 난 뒤, 거래소 내부 심사 과정도 매우 치밀하게 이뤄집니다. 오랜동안 심사를 업으로 하신 분들의 질문을 들어보면, 저 역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신약개발을 비롯한 바이오 산업은 참 어렵습니다. 당장 제품이 있지도 않고, 기술력 자체만평가를 해야 하니깐요.

"바이오는 기본적으로 투명성이 전제되는 산업입니다. 특히 신약개발은 어떠한 현상이 발생해도 결코 숨겨서는 안 됩니다. 바이오 분야에서 데이터 조작은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물론 연구자들이 처음부터 데이터 조작 의도를 갖고, 무언가를 수행하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자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면, 몇몇 데이터를 없애거나 숨기는 작업부터 이뤄지죠.

그래선 안됩니다.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 다른 누군가가 그에 합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이오 생태계가 가진 문화입니다. 데이터 조작이 이뤄지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에 데이터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할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가 잘 해온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신약개발 분야만이 가지는 차별화 된 문화가 있을 것 같아요. 

"시밀러는 강력한 리더가 있어도 되지만, 신약개발은 각 구성원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합니다. 신약개발은 창의력과 해석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기본적으로 신약개발 연구자는 일종의 덕후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기존 회사원처럼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라는 문화에 가둬두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틀에 가두지 않으면서도, 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들의 자발적 의지로 회사가 돌아가야 합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코로나 진단키트 언급을 많이 하셨어요.

"우리나라가 선진국(미국과 유럽)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강점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 봤어요. 사실 진단키트 자체는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니거든요. 그럼 선진국은 왜 못 했을까요?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 일을 하지 않는 문화를 가진 것이죠. 중국은 아직 실무진들이 매뉴얼대로 수행하는 훈련이 돼 있지 않고요.

우리나라는 실행(execution) 속도 면에서 최고입니다.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정확성도 갖추고 있죠. 우리나라의 이러한 강점을 잘 살려 글로벌 회사들과 협력해 어떤 위치를 차지할 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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