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한국로슈 메디컬 디렉터

아바스틴을 필두로 허셉틴, 퍼제타, 알레센자, 티쎈트릭까지. 그동안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로슈가 이제 신경과학 질환에도 활발히 도전하고 있다. 로슈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헌틴병 등 다양한 신경과학(CNS) 관련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로슈는 제품 개발을 통해 신경과학 약물 개발 역량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국내엔 로슈가 개발한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에브리스디(리스디플람)’이 허가를 받았고, 한국로슈에는 신경과학 팀이 만들어져 급여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히트뉴스는 이승훈 한국로슈 메디컬 디렉터를 만나 로슈의 에브리스디와 로슈의 신경과학 연구개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에브리스디가 국내 허가를 받았다. SMA 치료제로 국내 허가 를 받은 치료제가 1개 있고 또 다른 치료제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에브리스디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에브리스디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은 경구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척수강 투여의 경우, 모든 환자들에게 가능한 부분이 아닐 수 있고, 매번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환자들이나 의료진 입장에서 투약 방법이 편리한 치료 옵션이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본다.
또한 에브리스디는 두 개의 임상 연구에서 생후 2.2개월~25세에 이르기까지 운동 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에브리스디가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유지·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SMA는 근본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유전자 치료제도 있지만 에브리스디처럼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춘 치료제도 있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SMA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은 굉장히 중요한 주제이고 많은 논의를 거치고 있다. 첫째는 약물에 대한 접근성(access)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환자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환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고, 이런 노력들이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다른 신경계 질환에서도 충분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에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로슈진단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디지털 역량이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적용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 중이다."
에브리스디 국내 허가 과정에서 많은 의료진을 만나보셨을 것 같다. 임상 현장에서 SMA 치료의 미충족 수요 혹은 환자들의 요구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가?
"진단과 관련된 어려움이 있다. 제2형 SMA도 그렇지만, 특히 제1형 SMA는 신생아 때 진단을 통해 치료가 돼야 운동 기능 저하를 최대한 막으면서 정상적인 성장에 가깝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진단이 늦다 보니 상당수의 환자가 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생아 스크리닝을 필수로 하는 것에 대해 환자 단체에서도 많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우리도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진단이 늦어져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같이 노력하고 싶다.
또 급여가 되더라도 현실적인 치료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척추 측만이 심한 환자들 척수강 주사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주사를 위해 매번 병원을 방문하는 데에 부담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담들을 줄이기 위해서 경구 요법이라는 장점이 있는 에브리스디를 빨리 시판 하고, 가장 빠른 시점 내에 급여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priority)일 것 같다. 이와 함께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솔루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환자들은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얼마나 지속가능한(sustainable)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도 리얼월드데이터(RWD)를 통해 장기적(long-term) 치료의 기대 효과 등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자료를 수집∙분석해서 발표하는 회사의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SMA치료제가 시너지를 내 환자들의 전반적 특성에 잘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고, 개별 환자가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에브리스디 등 로슈의 신경과학 연구개발(R&D)에 대해 공유해 줄 만한 내용이 있다면?
"로슈는 파킨슨병 치료제 마도파와 불안, 경련 및 발작을 치료하는 벤조디아제핀 등 지난 60년동안 신경계 약물을 개발했다. 최근 신경과학 분야에서 보다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로슈가 지금까지 항암제 분야의 넘버원(No.1) 기업으로서 리더십을 보유한 것과 같이 신경과학 영역에서도 No.1이 되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
기존엔 특정 질환에 대한 하나의 약물 혹은 분자(molecule)의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최근 신경과학 분야의 R&D에서는 전체 환자 여정(patient journey)을 들여다 보고, 환자들이 겪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R&D를 진행한다.
신경과학 분야에는 약 600개 이상의 다양한 질환들이 있고, 대부분의 질환의 유병률이 낮아 R&D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또 치유 혹은 완치는 어려운 만성 질환이 대부분이다. 로슈는 이에 맞춰 환자의 전체 여정, 즉 처음 진단 받고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고 또 이후에 재활 등의 과정이나 보호자(care giver)의 부담(burden) 등까지 들여다보고, 환자들의 페인 포인트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춰 R&D를 진행해왔다.
에브리스디가 환자나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경구형 제제로 개발됐다는 것은 로슈의 신경과학 분야에 대한 헌신(commitment)과 R&D를 통한 솔루션 제공에 부합하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다른 약물들도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R&D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로슈의 경우 진단기업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최근 디저털 역량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차별화되는 디지털 역량(digital capability)과 진단 분야에서의 강점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R&D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상당히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관련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고 싶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치료도 어렵지만, 진단에도 어려움이 있다. 질환이 언제 발생하는지, 언제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병의 이해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았고, 뇌에서 발생하는 질환의 특성 상 약물을 뇌까지 잘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특성 상 R&D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로슈에서는 3개 정도의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가진 물질(molecule)을 개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의 molecule에는 브레인 셔틀 플랫폼(Brain Shuttle Platform)을 적용해 혈관-뇌 장벽(BBB)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또 각종 임상시험에서 분자 단계의 변화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데에도 진단적 역량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진단 한계를 개선해 초기에 빠르게 진단하여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약물 투여 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러한 진단 기법을 활용해 실제 임상적인 증상 등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다 빨리 확인하도록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더불어 신경과학 영역에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에 더해 환자의 전체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들이 분명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로슈의 신경과학 분야는 로슈 내 다른 TA(therapeutic area)와도 차별되는 부분이다."
신경계 질환에서 최근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로슈는 이 질환 약물 개발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아직 개발 단계로 파이프라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알츠하이머 같은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등 다양한 타깃에 대해 여러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분자뿐만 아니라 진단적 역량을 결합해 진단 및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동안 기초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자, 진단법들이 개발∙ 적용되면서 이 같은 연구가 가능해졌다."
다른 신약 개발사들도 BBB를 통과하기 위한 셔틀 플랫폼(BBB Shuttle Platform)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다. 로슈의 차별화 전략이 궁금하다.
"로슈는 TfR(transferrin receptor, 트렌스페린 수용체)을 활용하는데, 임상적 유용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분자를 대상으로 브레인 셔틀 트랜스폼(brain shuttle transform)을 적용한 임상과, 적용하지 않은 임상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플랫폼 적용 여부가 임상적으로 효과를 어느 정도 차별화하고 향상시킬 수 있을 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신경계 질환은 그 종류도 많고, 환자들도 산발적으로 존재해 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중요할 것 같다. 로슈는 진단 및 맞춤의료 시너지가 높은 제약사인데, 신경계 질환 영역에서 진단과 시너지가 있나?
"신경계 질환은 그 수가 많고, 각각의 발생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솔루션이 여러 질환에 동시에 적용할 수는 없다. 약물 개발과 진단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헌팅턴병은 질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이 현재로선 거의 전무한 상태다. 현재 신약 후보물질인 tominersen(RG6042)은 임상 1상 및 2a상 시험에서 헌팅턴병의 기저 원인으로 알려진 mHTT(toxic mutant huntingtin protein, 독성 변이 헌팅턴 단백질)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입증했고, 유럽 식품의약청(EMA)에서 우선심사대상 약물로 지정 받았는데, mHTT를 찾고, 역할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진단적인 부분의 역할이 컸다."
신경과학 약물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경계 질환 트렌드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신경과학은 어떻게 보면 가장 힘든 TA(therapeutic area)에 속한다. 희귀 질환이 많은 등 특성상 기초적인 연구가 비교적 많지 않았다. 관련 기초 과학, 기초 의학적 연구가 부족하면 약의 개발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최근 고무적인 것은 기초적인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망한(promising) 분자를 고안해 내고, 임상 연구가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는 점이다. 하나의 질환에 대한 다양한 치료 옵션이 생긴다는 것은 환자에게 가장 큰 혜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 있는 트렌드인 것 같다.
현재 신경학 질환들은 완치(cure)를 목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약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는 하나의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신경과 질환에서는 제약회사가 약품 개발만 하는 전통적인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솔루션 개발 등을 통해 평생(life-long)의 투병 생활 동안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적인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들이 궁극적으로 치료를 통해 증상의 완화와 개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환자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나 어린 아이들의 경우 최대한 정상적으로 성장이나 발달을 하는 것 등 질병을 가지고도 정상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최적(optimal)의 치료 목표가 돼야 한다."
최근 회사는 치료영역(TA) 별로 팀제 개편한 것으로 알고있다. 신경과학 TA과 다른 TA들과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 설명해 준다면?
"생태계(ecosystem)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고 본다. 기존에는 고객, 의사, 환자, 우리가 제공하는 약물, 이러한 시각으로 접근했다면, 이제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통해 어떻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이런 부분에서 신경과 영역은 가장 최전방(front line)에 서 있는 TA 중의 하나다. 희귀 질환 특성상 접근성(access)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시장 진입(market access) 측면의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금 더 이해하고, 우리의 역할과 제공할 솔루션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