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GV1001' 임상 설명회서 "적극 지원 방침" 밝혀
젬백스 소속으로 신분 바꾼 뒤 리아백스 허가 진두지휘
식약처 안팎선 "그가 아니었으면 리아백스 허가 불가능"

② 리아백스 허가와 관련한 공무원 A씨의 수상한 행적  

췌장암 치료 국산신약 리아백스가 최근 허가 당국인 식약처로부터 조건부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품목 허가 취소됐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과연 6년전 리아백스의 허가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식약처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히트뉴스는 6년 전 허가 당시로 돌아가 의구심의 정황들을 짚어 본다.

① 리아백스 허가부터 품목허가 취소까지  
② 리아백스 허가와 관련한 공무원 A씨의 수상한 행적
③ 리아백스 의혹의 또다른 퍼즐 B과장  
④ 특별기고-강윤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심사위원
⑤ 관례를 뛰어 넘는 식약처의 의문의 조치들  
⑥ 임상 실패한 물질 허가, 실무선에서 할 수 있나     
⑦ 칼럼-리아백스 허가 행정으로 본 식약처의 근원적 숙제.

⑧끝. 히트뉴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묻는다 

 

"이미 GV1001이 유럽에서 대규모 임상 3상에 진입한 만큼 국내에서도 임상3상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내 회사가 처음으로 주도하는 항암백신 임상이라는 의미도 있어 관련 절차와 업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방침이다."

2010년 8월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젬백스가 췌장암치료제로 개발중인 'GV1001'의 국내 임상시험 실시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당시 허가심사조정과장인 A씨가 한 인사말의 일부다.

특정 제약사가 개발중인 의약품과 관련해 식약처가 임상설명회를 주선해 개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서, 관점에 따라서는 특혜로 비쳐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 설명회를 주선한 인사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허가심사조정과를 통솔하던 A과장이었다.

의약품 허가업무는 2009년 4월까지 의약품안전정책과에서 담당하다가, 2009년 5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허가심사조정과로 이관됐다.

허가심사조정과는 의약품 품목허가·심사와 관련한 예비검토 및 심사부서들간 의견의 조정, 심사부서의 심사를 거친 사안에 대한 의약품 제조·수입품목 허가, 의약품 사전검토제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한마디로 허가심사조정과는 신약을 비롯한 의약품의 허가와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리아백스 조건부허가와 관련, 식약처와 젬백스간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리아백스 조건부허가와 관련, 식약처와 젬백스간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2009년 4월말부터 2013년 5월초까지 허가심사조정과장으로 재직한 뒤 2013년 5월 초 국가검정센터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지 얼마되지 않아 식약처에서 사직했다.

4년간 허가심사조정과를 이끌었던 A씨의 이후 행적은 서기관부터 적용되던 업무이해 충돌 업체로 이직할 수 없었던 시절이라 의아하다. 어쨌든 A씨는 젬백스 소속으로 옮겨 '리아백스' 허가를 주도하며 적극적으로 대관업무를 진행했다고 그를 행적으로 지켜봤던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한 인사는 "로비스트처럼 보였었다"고 귀띔했다.

축구경기로 치자면, 수문장이었던 인사가 갑자기 상대편 공격수로 변신해 예전 자신이 지키던 골문으로 슛을 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은 모양새였다.

당시 상황을 기억한다는 식약처 인사들은 "리아백스 허가는 식약처 전 공무원 A씨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직시설 A씨는 식약처 공무원 중에서도 논리나 일하는 솜씨가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약학대학 출신인 A씨가 허가심사조정과장으로 4년간 재직하며 쌓은 경험, 논리, 인맥 등을 바탕으로 '리아백스'가 허가나도록 적극 나섰다는 뜻이다.

카엘앤젬백스측에 따르면 A씨는 식약처 퇴직직후인 2013년 7월 8일 입사해 2014년 12월 31일 퇴사했다. 이후 젬백스 관계사인 삼성제약헬스케어에서 2015년 7월 9일까지 근무한 후, 카엘앤젬백스에 2015년 7월 10일 재입사해 2016년 6월 30일 퇴사했다. 그 이후 행적에서도 젬백스와 밀접했는데 히트뉴스는 이에 대한 취재도 진행하고 있다. 

A씨의 젬백스 입사는 2013년 6월 4일 영국에서 진행했던 'GV1001(리아백스의 물질명)'의 임상3상이 실패했다고 발표된 지 얼마지나지 않은 무렵이었다.

'GV1001'의 신약 개발 가능성으로 한 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돌파했던 젬백스로서는 임상 3상 실패 발표가 악재였다.

 

젬백스, A씨 영입해 품목허가 신청 1년 후 신약 허가받아

구원투수가 필요했던 젬백스에게, 리아백스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였던데다 4년간 식약처 허가심사조정과장이었던 A씨는 최적임자였을 것이라는 점은 합리적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젬백스는 A씨를 영입한 직후 2013년 9월 24일 'GV1001' 상용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췌장암 치료의 병용요법'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외에서 임상 3상이 실패했다는 발표가 난지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젬백스는 품목허가신청을 한 것이다.

'리아백스'는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지 대략 1년 만인 2014년 9월 16일 제한적 췌장암 적응증으로 조건부 국산신약 21호란 타이틀을 달고 허가 받았다.

앞서 지적했듯 식약처 전 공무원이었던 A씨가 없었다면 리아백스 허가가 과연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해외에서 임상 3상에 실패한 의약품을 신약으로 허가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어적 행정에 익숙한 공무원들'이 임상3상 실패라는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허가를 했다는 자체가 놀라울 정도다.  

허가 당시에도 영국에서 임상 3상을 실패한 물질을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조건으로 허가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이니 만큼 조건부로 허가해 시장의 판단에 맡기자는 의견이 식약처 안에서 맞섰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A씨는 전직 허가심사조정과장이라는 전력을 앞세워 식약처 허가담당자들 대상으로 'GV1001'이 영국 임상 3상은 실패했지만 '환자 하위그룹에서 백신에 대한 반응으로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두가지 바이오마커를 확인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허가 필요성에 대해 적극 설득한 것으로 주변 공무원들은 인식하고 있다. [하단 박스 기사 참고]

결국 식약처 내부에서 적지 않은 논란은 있었지만 A씨의 강력한 주장과 전직 공무원에 대한 전관예우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허가로 이어졌다는 게 복수의 식약처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논란 속에 조건부 허가된 리아백스는 조건부 충족기간인 6년동안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지난 2020년 8월 25일 품목허가 취소됐다.

리아백스는 조건부 허가기간 중 의료현장에선 적응증인 췌장암 치료제 보다 다른 암의 면역보조제로 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뒤늦게 허가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리아백스 신약 허가 과정에 대한 감독기관의 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식약청과 식약처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는 것은 2013년 3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식약청과 식약처로 나뉘지만 기사에서는 식약처로 통일했다.

※반도체 기업이던 (주)카엘은 2008년 10월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젬백스'를 인수한 이후 2009년 11월 20일 회사명을 '젬백스&카엘'로 변경했으나 이 또한 모두 '젬백스'로 썼다.

 

 리아백스 글로벌 3상 임상과 실패, 그리고 한국에서 허가 

허가백스주의 주성분 물질명칭은 GV1001이며, 1990년대에 노르웨이에서 Telomerase 유래 면역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

Telomerase는 체세포를 제외한 생식세포와 암세포는 텔로미어(말단소립)가 줄어들지 않아 무한증식이 가능한데, 이는 암세포가 증식할 때마다 텔로미어를 계속 생성해내는 '텔로머라이제(telomerase)'라는 효소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노르웨이 Pharmexa 사가 GV1001의 췌장암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임상시험은 다음의 2가지로 구분된다.

 PrimoVax  시험  진행된 절제 불가능한 췌장암에서 화학요법(젬시타빈) 단독 치료군과 GV1001과 화학요법을 순차적으로 조합 치료군을 비교하는 3상 임상시험

 Telovac 시험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췌장암에서 화학요법(젬시타빈 및 카페시타빈) 단독 치료군, GV1001과 화학요법를 순차적으로 조합 치료군, GV1001과 화학요법을 동시에 병용 치료한 군을 비교하는 3상 임상시험

이 중 PrimoVax 시험은 2006년 6월 시험을 개시하고 2008년 5월에 추가 피험자 등록을 중단했다. Pharmexa 사가 밝힌 중단 이유는 중증환자의 생존혜택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Telovac 시험은 2007년 3월 영국에서 Cancer Research UK에서 자금지원(4000만 유로)을 받아 실시했다. 이 시험은 2013년 3월 종료되고 그해 6월 Cancer Research UK 책임자가 미국 시카고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책임자는 GV1001을 투여받은 환자와 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대조군 환자 사이의 전반적인 생존율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적으로 환자 하위 그룹에서 백신에 대한 반응으로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두 가지 잠재적 바이오마커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발견은 GV1001의 작용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기초 연구를 시작하고 이들 바이오마커를 사용하여 환자 하위 그룹의 생존을 개선하기 위한 향후 임상 시험에서 GV1001의 사용을 테스트하기에 충분히 강력하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영국 임상 3상 시험의 결과(실패)와 Cancer Research UK의 'GV1001에 대한 기초시험 및 추가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국내에서 해당 시험 등 없이 조건부를 명목으로 신약으로 허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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