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의 이슈 짚어보기

나보타(Prabotulinumtoxin A, DWP-450) 생산공장이 미국 FDA의 cGMP 승인을 획득했다는 대웅제약의 발표가 나온 다음날 주가는 오히려 7% 하락했습니다. 나보타를 팔기로 한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주가도 35%까지 빠졌다고 합니다.
호재에 주가가 곤두박질친 이유는 뭘까요? 대웅은 ‘나보타 제조처 미 FDA cGMP 승인 획득’이라고 썼지만, (또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시장은 ‘출시 불발’ 또는 ‘지연’으로 읽은 것입니다.
에보루스 보도자료를 볼까요? “FDA Issues Favorable EIR Letter Related to Manufactuing Facility. Evolus Receives FDA Complete Response Letter with Comments Isolated to CMC Items"
대웅의 보도자료 논법대로 하자면, “나보타 제조 시설에 대한 승인을 명시한 실태조사보고서(Establishment Inspection Report, EIR)”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영어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favorable" 외에는 ”승인”으로 읽을 만한 단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네이버 사전대로 말씀 드리면, “favorable"은 ”[형용사] 호의적인, 호의를 보이는; 찬성[승인]하는(approving), 승낙의” 뜻입니다. 그러니 대웅의 보도자료가 에볼루스의 보도자료와 다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cGMP 전문가라는 명칭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FDA의 실사를 경험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품목시판 허가의 관점에서 cGMP를 해석합니다. 사법시험 보듯 1차를 보고 2차에 합격해야 판검사가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출시해도 좋다는 사인을 받기 위해 거치는 절차가 cGMP인데 cGMP만 달랑 떼서 “1차에 합격했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쑥스러워 보입니다. 한국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널리스트는 물론이고 이른바 투자자들의 압박이 얼마나 거셀지 불보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마세요, 대웅!!”이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아메리카 드림을 실현한 토종 제약회사가 있을까요? 한미약품 에소메졸 등이 시판허가를 받았지만 상업적 성취를 미국에서 달성한 회사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대웅의 나보타를 기반으로 미국 투자시장에서 에볼루스의 주가가 출렁인다면 그것으로 이미 대웅은 1차 사법시험을 합격하고도 남은 것입니다.
전문가와 FDA 실사 경험자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대웅의 나보타 전용공장은 주위의 우려를 깨고 FDA Inspection(실사), 그것도 보완실사를 하드웨어 등 측면에서 “통과”한 것에 가깝고 이 또한 박수 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나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한 사람이야”라고 하는 것은 공치사일 뿐입니다.
“Evolus Receives FDA Complete Response Letter with Comments Isolated to CMC Items"
대웅이 오히려 CMC 이슈를 말했어야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또한 논란이 많습니다. FDA 실사를 경험한 국내 실무자들은 대웅의 말처럼 마이너(minor) 이슈가 아닐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남의 집 일이니 왈가불가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마이너 이슈라면 FDA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는 그들의 말에 신뢰가 갑니다.
에볼루스가 받았다는 Complete Response Letter, 이른바 CRL은 그 전에 대웅이 받은 483 letter와 달리 신속히 공개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CRL을 이해하는 국내 전문가들은 이 문서가 “이러저러한 사유로 허가를 부여할 수 없다”는 통보라는 것에는 일치된 의견을 보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미국의 cGMP는 공장 전체에 대한 승인이 아니라 개별 품목에 대한 승인이며 이 또한 1차 사법시험처럼 똑 떼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종 품목허가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시비가 걸릴지 모르지만, 대웅은 공장실사를 “통과”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CTD포맷(제품의 개발이력에서부터 최종 품질관리까지 기록한 문서) 중 일부인 CMC 측면을 통과하지 못했고 이 이슈를 극복하라는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CMC는 임상시험 수준이 아니라 대량생산, 상업적 생산을 할 경우에도 품질유지(Batch to batch consistency)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서류절차입니다.
대웅은 “실사받은 공장이 나보타만 제조하는 시설”이라는 논리를 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cGMP가 공장이 아니라 개별품목 마다 거쳐야 하는 절차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들을 다 기술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웅의 성취,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를 희망하는 진의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서두르지 마세요, 대웅!!”입니다.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 적어도 의약품 시장에선 기회의 땅입니다. 품목허가를 받아 출시하는 그 날을 우리는 기다립니다. 주위의 압력과 압박을 참고 견뎌 내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