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약, 사모펀드에 인수 후 사업화 중단?
중소제약 마케팅력 부족에 소비자 공략 힘들어
물 없이 녹여먹는 '필름형(ODF, 필름 제형 기술) 약'의 개발 열기가 수년 전에 비해 시들하다. 제형 변경만으로 시장 추이를 크게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복용 편의성 등을 내세워 신규제제 진보성을 인정받던 필름형 약의 개발 움직임이 눈에 띄게 주춤하는 모습이다. 필름형 약 개발 선두주자로 자부하던 서울제약도 올 초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사업에 진척이 없다.
'필름형 약'은 구강붕해필름(Orally Disintegrating Film)을 의미하며 ▲복용 편리성 ▲함량 정확성 ▲휴대 편의성을 개선, 물 없이 녹여 복용 가능하다.
필름형 약은 혀에 붙여 복용하는데 입안 모세혈관으로 직접 흡수, 같은 용량이라도 알약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사제보다 흡수율은 낮지만 복용이 편리해 약 먹기 힘든 환자에 대안이 된다. 신규제제/제형으로 진보성을 인정받는 개량신약이다.
한국IR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6개의 글로벌제약사가 약 5조 원 규모의 필름형 약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일부 유럽 제약사는 향후 25년 내 필름형 약이 전체 알약 시장의 약 20%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에 개량신약을 개발하려는 중소 제약사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특히 발기부전 치료제나 정신질환 치료제를 필름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눈에 띄는 알약보다는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기 때문.

SK케미칼은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를 2011년 말 필름형 '엠빅스 에스'로 리뉴얼 출시하자,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듬해부터 ▲서울제약 ▲씨티씨바이오 ▲CMG제약 ▲씨엘팜은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며 상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발기부전치료제 '불티움' (사진제공=서울제약)
서울제약은 '스마트 필름' 기술로 ▲불티스구강붕해필름(발기부전) ▲불티움구강붕해필름 (발기부전) ▲오비케어구강붕해필름 (과민성방광) ▲타민비구강붕해필름 (구내염, 비타민보급) 등을 개발했다. 중국에는 '불티움'으로 1100억원 규모를 수출했다.
라인업을 늘리려 2018년부터 난치성 구내염 및 설염 적응증의 약 개발도 시작했다. 수출 계약도 늘리며 입안에 붙이고 자면 콜라겐이 흡수되는 '콜라겐 필름' 등 사업 다변화도 꾀했다. 하지만 서울제약은 올 3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큐캐피탈에 인수됐고, 회사 주인이 바뀌기 전인 지난해 11월 대만과의 수출 계약을 한 이후로는 '필름형 약' 사업은 진척이 없다.
반면 '필름형 약'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사례도 있다.
CMG제약은 모기업에게 사업을 이어 받았다. 2015년 개발한 '스타(STAR)' 기술로 발기부전 치료제 '제대로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조현병 치료제 오리지널 아빌리파이를 필름형 '데핍조(성분명 아리피프라졸)'로 개발해 미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 외에도 ▲편두통 치료제 ▲바이러스 치료제가 있는데 2021년까지 허가,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씨엘팜은 '필름형 약' 위수탁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도전하며 외형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필름형 약이 복용하기 편리하더라도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는 힘들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존 처방은 쉽게 바꾸지 않고 소비자들에게도 낯설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나설 중소제약사의 역량이 '알약 시장'에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필름형 약이 정제나 캡슐 제형을 위협할 것으로 봤지만 침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알약과 병용 처방이 안 된다는 핸디캡도 있다"며 "필름형 약 개발사들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 지 주목해봐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