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 갈등, 잠깐이라도 멈춰야한다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이미지(출처 대한전공의협의회 공식 SNS 계정)

의료 4대정책에 대해 '철회할 수 없다'는 정부와 '철회 없는 현장 복귀는 없다'는 전공의단체 간 입장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들을 통합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대전협은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내용을 명문화 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정부는 이에 즉각 응답했다. 보건복지부는 1일 정례브리핑과 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4대청책 철회를 명문화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의료공급자, 가입자, 공익대표자가 참석한 회의를 통해 의결한 사항(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거나 국회 법률 제정이 있어야 추진 가능한 사항(공공의대 신설)이 포함돼 있는 만큼 독자적으로 '철회'를 언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정부와 의료계 갈등 원인이자 해결책은 '철회'를 의미하는 어구의 명문화다. 그렇지만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철회'말고는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히트뉴스는 현재 공개된 각 단체 간 입장과 관련기관 자료 및 의견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짚어봤다.

 

문제의 시작, 의료전문가에 대한 시각차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은 정책 추진에 대한 철회다. 다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책 백지화 자체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 추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가 더욱 크다.

의료계 관점에서는 '정책 설계단계에서 의료 전문인의 입장이 반영돼 있는가'라는 부분을 갈등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의약품에 준하는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첩약을 급여화 하겠다는 사업이나 지역의료 불균형이 심각하니 의사를 늘리겠다는 사업 등에 의료전문인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언급되는 비중은 줄었지만 비대면진료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떠오른 '비대면'기조를 의료영역에 섣불리 대입했고 여기에도 의료전문가 의견 반영은 없었다.

정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지금 정책들의 모양새는 주어진 과제와 문제 해결에 치중한 결과일 뿐이다. 앞서 밝힌 대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경우 8개월 이상 논의를 거쳤고 비대면진료나 공공의대 신설 역시 각각 산자부·중기부 등 관계부처와 국회 등과 협의를 진행했고, 의료자원에 대한 OECD 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충분히 활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건정심에는 의료계 인사가 포함돼 있고, OECD통계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의사 혹은 보건의료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가 이용됐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즉, 이번 갈등의 시작은 '의료전문가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됐는가'라기 보다는 의료전문가 범위에 의료인 참여 정도가 중요하다 할 수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꼬인 실타레를 푸는 방법은 의료인이 포함된 협의기구를 통한 정책 논의다. 물론 이 경우, 정책 설계단계부터 의료인 의사 반영을 위해서는 '철회'까지 상정할 수 있는 기구의 운영 범위가 확보돼야한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측 입장에서 보면 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코로나19 극복위해 잠깐이라도 갈등 멈출 방법은 없나

최선이 어렵다면 다음은 차선이다. 현재 갈등 양상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라는 사태를 더해보면 차선책은  의료진의 현장 복귀 방안이다.

그렇지만 의료계는 선뜻 나서기 어렵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불과 몇 달 전 토사구팽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마련한 한시적 조치였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에 '비열하고 파렴치한 배신'이라 비판한 바 있다.

의협은 당시 '덕분에 챌린지' 등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속 의료진 활약을 응원하던 정부가 뒤로는 국민을 위한 선의를 악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현 상황이 전과 다르지 않다. 보건의료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진료중단에 나선 의료진을 우선 현장에 복귀시키고 사태가 안정화 되면 종전 대로의 정책 추진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대전협이 제기하고 있는 의문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대전협 측은 현재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입장이나, 제시하고 있는 합의문에 추후 정부가 정책을 강행할 수 있는 모호한 문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대표적으로 '위기가 끝날 때 까지 정책추진과 집단휴진을 중단하자'는 부분에는 위기가 끝나는 기준이나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화를 원한다고는 하지만 철회는 할 수 없다는 입장 역시 의료현장 복귀나 정부와 대화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일단 시행하고 결과 확인하자' 식의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나 비대면진료를 통한 학습효과다.

종전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정책 추진 중단 기한을 명확히 설정하거나 구체적인 재논의 시점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는다면 의료진을 의료현장에 돌아오게 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의료계 측에서도 어느정도 타협점은 필요하다. 정책 철회 명문화가 정부가 가진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임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조건 등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의사 수 부족합니다. 아픈데도 진료를 받지 못한 적 정말 있습니다"

불과 어제 중증장애 부모이자 환우부모회 관계자인 제보자는 전공의단체 피켓 문구였던 '의사 수 정말 부족한가요? 아픈데도 진료 받지 못한신 적 정말 있으신가요?'라는 상황을 최근 들어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증장애 아이의 질환에도 파업으로 인해 응급실에 방문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고, 이는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업로드된 상황이다.

그는 "정부와 의사들의 싸움에 우리 환우들은 가슴이 아파 죽는게 아니라 정말 치료를 못받아 죽을 수 있다"며 " 아픈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젠 정말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제는 각자의 의견을 고수하기 보다는 환자들을 위해 의료를 정상화 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전공의 무기한 파업 이젠 멈춰주세요' 국민청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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