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협, 바이오산업분야 기업가치 평가 포럼
황만순 VC·조완석 회계사 등 참석

연구개발비 비용화와 자산화가 제약바이오산업계의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바이오산업분야 기업 가치평가 분야별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제1회 바이오산업분야 기업가치 평가 포럼’을 지난달 20일 오전 개최한 이유다. 참석자 면면도 화려했다.

좌장은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맡았고, 위경우 한국재무학회 회장(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전상경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윤정선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유진산 파멥신 대표이사, 양시영 오스코텍 고문, 조완석 태성회계법인 회계사, 이종윤 가율회계법인 회계사, 황만순 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장(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기업의 가치기준평가 현안과 향후 바이오기업의 가치평가 방향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했다. 바이오 산업계의 회계평가가 ‘기업가치’와 일치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제1회 바이오산업분야 기업가치 평가 포럼’을 지난달 20일 오전 7시에 열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회계처리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마련해 지난해 9월 19일 증권선물위원회에 보고했었다.

국제회계기준 (IFRS)에 따르면 개발단계에서 사용된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려면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무형자산을 완성해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무형자산을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무형자산이 미래경제적효익을 창출하는 방법 ▲개발 완료 후 판매·사용에 필요한 기술적·재정적 자원 등의 입수가능성 ▲개발과정상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히트뉴스는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홍보팀 팀장이 정리한 포럼 내용을 요약해 그대로 싣는다.

작년 금융당국의 지침발표 어떻게 보나

이승규=(금융당국의 지침이 나온 후) '왜 국가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는가'에 대해 기업들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형태가) 만들어 져있는 산업이면 몰라도 이제 만들어가고 있는 산업인데 벌써 국가가 이런 걸 내놓느냐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시장과 기업이 ‘논쟁’ 하며 ‘성장’ 해야 하는 산업을 ‘논쟁도 못하도록’ 가로 막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나온만큼 지키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산업에 해가 되지 않을까'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양시영=신약의 경우 ‘임상 3상 개시 승인’을 득한 경우 개발비를 쌓을 수 있게 돼 있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하는 경우와 의료 후진국 임상을 구분하지 않았는데, 제대로 산업화가 되지 않은 국가에 가서 임상을 해도 (재무제표상으로는) 괜찮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이건 안 될 일이죠.

황만순=이러한 지침은 큰 틀은 만들어 주되, 세부적인 항목은 기업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하도록 열어놔야 한다고 봅니다.  

이승규=그러게 말입니다.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하는데 이렇게 지침을 먼저 만들어 놓게 되면(포지티브 규제는) 고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또 바이오산업은 제약산업(레드바이오)만 있는 게 아니라 그린바이오(농업), 레드바이오(제약), 화이트바이오 (화학,에너지), 유전자정보 등까지 폭넓고 다양한데 말이죠.

유진산=(제약부분만 해도 그렇습니다) 신약을 반드시 3상 임상까지 진행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항암제 예를 들자면, 호발성 암은 3상을 해서 약효와 안전성이 검증이 돼야 그 약이 출시되지만, 희귀 암종이나 현재 치료제가 없는 암 종의 경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희귀질환약(Orphan drug)의 경우 2상에서 임상적 혜택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조건부 승인을 거쳐 바로 출시될 수도 있습니다. 악성 뇌종양 생존율 증가 혜택을 주는 신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로슈가 개발한 아바스틴(Avastin)의 경우, 당시 희귀성 질환약으로 (분류돼) 임상을 2상까지만 하고 허가됐습니다. 사실 생존률 증가 영향은 없지만, 환자의 뇌부종을 완화시켜서 균형, 시력, 성격변화 이 악화 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더디도록 해줍니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동안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연결된 것이죠. 이 뇌부종을 막아주는 역할만으로도 전체 매출의 1/10을 이곳에서 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몇 년간 현금을 출(cash generation) 하고, 임상 2상과 대동소이한 임상 3상 결과를 인정받아, 2018년 12월 5일 최종승인 받은 것이죠. 하지만 그 전에는 희귀질환치료제로 임상 2상만 하고도 수익을 냈습니다.

미국 DA에서는 ‘ 이 후 임상 3상을 마치겠다는 동의 하에 아바스틴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허락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많은 약들에게 세분화 된 지침을 세우는 건 다고 봅니다. 모든 지침을 모두 세분화하는 건 행에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유연한 입장에서 진행하면 바람직해 보입니다. 즉, 제약바이오 관련 규정은 모두 3상을 해야 한다고 단정 짓지 않고 특성을 고려해 지침이 (있어야 한다면) 맞춤화(Customize)으로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만순=IFRS 기준을 살펴보면 첫 줄에서 회사와 회계법인이 원칙적으로 ‘잘’ 하라고 써있습니다. 하지만 그 원칙이라는 것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상장회사, 작은 회계법인은 (몸집이) 큰 회계법인을 따라 하게 돼 있는데, 이게 일종의 법처럼 지켜야 하는 게 돼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려됩니다.

'실체없다'는 바이오에 대한 인식 개선 급선무

황만순=바이오 산업 밖에 계신 분들과 바이오 기업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제품이 실물로 들어나는 것이 회사다’ 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르치거나 설득하거나 해서는 이러한 일반적인 생각을 바꾸는 건 어렵고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조완석= 바이오 회사들 특징이 회계전문가가 없다는 것입니다. 연구중심이라 R&D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이겠죠. 10년 전만 해도 박사급인 이학, 공학 전공출신 연구원이나 대표들이 회계처리를 했던 시절도 있었죠.

회사가 연구하고 매출을 내는데 힘써야 하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 괴로워지는 걸 보면 좀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일종의 ‘성장통’ 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바이오 산업에) 쏟다보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나 유럽, 특히 주로 미국은 비교 대상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규모가 한국기업들과 비교대상이 안될 만큼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비슷한 규모랑 비교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미국의 큰 기업들도 물론 전부 (개발비를) 비용 처리하고 싶어할 겁니다. 세금문제도 결부되는 것이니까요.

유진산=그렇죠.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 같은 경우도 (세금 때문에)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기도 하니까요.

전상경=선진 자본시장의 경우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가치평가가 이뤄집니다. 특히 IPO와 같은 공모시장뿐 아니라 PEF, VC 등의 사모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므로 신생기업들이 IPO에만 목을 매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IPO 등 공모 주식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아서 기업의 과거 실적을 기록하는 회계원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조완석=회계사 관점 말고 특정 바이오 가치 지표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가치기준표-재무상태 기준 등으로 세분화해야

조완석=(개발비를) '비용화 할거냐, 자산화 할거냐'에 대한 문제는 이미 일단락됐다고 생각합니다. 당국 지침이 나왔고 일단은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당분간은 답이 없이 이대로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문제보다 더 집중해야 할 부분은 특정항목에 비용이 쏠리는 데 대한 관심입니다. 예를 들어 재고실사를 할 때 재고는 많은데 (바이오 기업은) 재고가 모두 냉장고에 있거나 기체 또는 액체인 경우가 많아서 실사가 (회계사에게) 힘든 게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시장의 논리는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계속 재무회계감사와 바이오 기업이 만나 합리적인 가치를 찾아가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바이오기업 자료를 보면) 회계적으로 제일 어려운 것은 매출이 없다는 점입니다. 손익계산서를 놓고 보는데 매출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시가총액은 1800억 원이라고 명기돼 있는데 재무제표 근거 없이는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시장이나 당국은 (산업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회사를 따라가라는 게 지침의 가이드입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와 낮은 회사 간 격차는 너무 큽니다. 미국회사는 외국에서 돈 주고 사오는 건 (조 단위) 자산으로 처리하지만, 자체 개발 등은 비용 처리합니다. 셀트리온, 삼상바이오로직스가 세계 20위권에 들어가 있고 앞으로 충분히 상위권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1위와 차이는 많습니다.

개발비 비용처리는 특화된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상경=재무상태가 열악한 기업들만 연구개발비 비용처리 기준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자본시장의 신뢰성과 투자자보호를 중시해야 하는 금융당국이 연구개발비의 과도한 자산화 처리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올바른 정책집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종윤=일단은 개발비라는 게 인건비, 감가상각비에 경비도 포함된 개념입니다. 파이프라인이 100개 정도 된다고 하면 (개발비를) 나눠야 합니다. 같은 상각비라도 공통자산이 있고 직접자산이 있습니다. 비용도 관리자 한 명이 하나의 파이프라인에 있을 수도 있지만 복수 파이프라인에 걸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속을 파고 들어가면 큰 기업일수록 직접 비용과 간접비용을 처리하는 방향 자체가 애매합니다.  

회계사가 객관적으로 처리만 하려면 직접비만 다뤄야 합니다. 그런데 간접비를 다 넣죠. 간접비를 처리하는 방법과 직접비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는데, 감사를 나가면 모든 걸 들여다 볼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믿는 편인데 큰 회사는 신뢰가 있으니 큰 문제가 없으면 깊게 들어가지 않고 샘플케이스로 끝내는 실정입니다.

이승규=(질문있습니다) 파이프라인이 여러 개 있어도 파이프라인마다 1상, 2상이 다 다릅니다. 각각 같은 기기를 써도 개발비를 따로따로 잡는 게 원칙인가요? 또 'Allocation rule (할당규정)'이 따로 있나요?

조완석=회사가 자체적으로 하면 되는 부분입니다. 파이프라인에 들어간 비용이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도전입니다. 직접비로 된 것만 상각비로 돼 비용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작년부터 개발비를 자산화해서 상장한 회사는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작년 지침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는 매출인식 (License out 매출) 문제가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특정항목 비용이 증가 하는데 과거에는 경상 연구개발비나 비용처리 됐었는데,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경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매출원가로 처리해야 하는지가 고민입니다.

반환조건 없는 계약금 회계기준 애매

조완석=현급(cash) 기준, 기타 항목별 연구개발비, 매출원가 등을 기입하는 것이 바이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매출로 인식 한 것은 '라이선스-아웃' 해서 반환조건 없는 계약금(upfront payment)처럼 일시에 받은 것을 매출로 잡는 것입니다. 신약개발이나 후보물질을 기술이전을 통해 전달을 하면 일시에 매출로 잡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의견이 갈립니다. 

개발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적 평가를 하다보면 그 회사의 현금 유동성을 측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일시에 잡지 못하거나, 또는 안분해서 잡거나 부채로 처리되면 현금흐름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바이오 기업들 절반 이상이 '라이선스-아웃'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운영하는데 현실적으로 가치에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도 보면 회계사들과 당국과 관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당국은 '기준을 만들었으니 맞춰서 일하라'고 하고 있고, 회계사들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시에 받고 더 이상 조건이 없을 때에도 매출로 일시에 잡을 수 '있다, 없다'가 시장에서 갈린다는 것입니다. 반환의무는 없어도 조건의무가 '있느냐, 없느냐'하는 판단영역이니까 판단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전상경=재무상황이 열악한 기업은 '라이선스-아웃'을 일시에 매출로 잡고 싶은데, 다소 모호한 의무사항에 대한 해석이 어려운 것이군요.

황만순=누군가가 연구개발비 항목에 '얼마'를 투자했는데 '의미있다'라고 표기해서 눈에 띄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와 같은 투자전문가들이 “자, 투자자 여러분 몇 번 주석은 의미 있는 것이니까 그거 봐주세요.” 라고 할 것 같습니다. 재무제표를 보면 제대로 기업의 가치를 분석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상황은 회계기준을 어느정도 정해놨다고 해도, 임상 3상 결과가 나온 똑 같은 기업이라고 해도 어떤 업체는 이것이 재무제표에 나와 있지만 어떤 기업은 기준이 조금 씩 달라서 나오지 않는 것, 신문기사에서는 기업이 '잘 된다'고 해서 실제로 재무제표를 찾아보면 의미 있는 게 나오질 않습니다.

이종윤=가치평가를 하다 보면 수많은 파이프라인이 나오는데, 업프론트 마일스톤 계약금이 얼마인지를 비슷하게 찾으려면 미국시장에서 데이터를 갖고 와서 이 건이 성공하면 '얼마일 것이다'라고 평가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이 항암제 관련 기업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얼마 받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약합니다. 임상 1상이 끝나면 연구개발비를 다 주는 방식도 있고 올림처리를 해 '하나당 얼마' 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개발비나 연구개발비는 보상을 받습니다만 '대체 얼마나 보상을 받는가'에 대해서는 시장에 데이터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라이센스-아웃'하고 현금을 유입하려면 시장에서 연구개발비 가치평가 기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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