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농식품부로 이관 움직임..."동물 복지보다 규제과학 전문성 따져야"
세계 각국이 동물 보호와 연구 윤리 강화를 명분으로 동물대체시험(Alternative Methods to Animal Testing)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산업계와 학계를 조율하며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물대체시험의 과학적 검증과 규제 수용 범위를 명확히 정의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다.
반면 국내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국회에는 2024년부터 보건복지위원회 주도로 국내 실정에 맞는 동물대체시험법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의약품·의료기기·화학물질 평가 등 폭넓은 규제과학 영역과 맞닿아 있는 동물대체시험의 특성을 고려해 활성화 시책을 정립하기 위한 입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 교체 후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동물대체시험 업무 기능이 농림축산식품부로 배정돼 정책 추진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동물대체시험 관련 업무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다부처로 분산된 가운데, 국정과제는 농림축산식품부로 배정됐다. 농식품부는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을 위한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부처가 얽힌데다 조정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입법이 정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아직 소관위원회가 배정되지 않아 상정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국정과제와 연관된 만큼 빠른 추진을 기대한다"며 "그간 동물대체시험 국제표준 관련 업무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식약처가 범부처 협의 과정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동물대체시험법 제정 논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법안 추진 당시 보건복지위 소속이던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관련 전문가들은 동물대체시험 관련 시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동물 복지만이 아니라 규제과학 및 연구 윤리와 정책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작년 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 중심으로 법안을 발의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남인순 의원은 2월 초, 안정적인 정책 설계를 위한 범부처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식약처가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법안을 재차 발의하며 조정에 나섰다.
동물대체시험법은 동물 보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 신뢰성, 산업 경쟁력, 글로벌 규제 정합성이 동시에 얽힌 고도의 규제 정책으로, 대체시험 기술의 과학적 검증과 전문성이 중요하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정책의 본질이 부처 간 주도권 경쟁과 국정 성과 다툼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대체시험은 동물복지 정책이라기보다 허가 자료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과학의 영역"이라며 "먼저 대체시험의 과학적 검증 기준과 허가자료 인정 범위가 정비되어야 실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기반 없이 동물 사용 축소가 먼저 논의된다면 연구 공백이나 개발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며 "대체기술의 인정과 활용 가능 영역을 명확히 한 후 단계적으로 동물 사용을 줄여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