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협에 선제생산 러시... 2026년 둔화 후 재반등 전망도

ChatGPT 생성 이미지. 김동우 기자 가공.
ChatGPT 생성 이미지. 김동우 기자 가공.

미국의 수입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생산 확대 움직임으로 지난해 글로벌 의약품 생산량이 9.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단기 급증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반면 중국은 관세 영향이 제한적인 구조 속에서 중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제시한 글로벌 신용보험사 아트라디우스(Atradius)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여파로 주요 제약 생산국들이 공급을 앞당겨 늘리면서 지난해 전 세계 의약품 생산량이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2026년에는 선제 생산에 따른 반작용과 전반적인 경기 둔화 영향으로 증가율이 1.6%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2027년에는 다시 3.7% 성장하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트라디우스 측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수입 관세 가능성이 제약사들로 하여금 물량을 앞당겨 생산하도록 만들었다"며 이른바 '프런트로딩(front-loading, 핵심 자원·비용·노력·성과를 초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거나 발생시킨다는 뜻의 경영학 용어)' 현상이 생산 급증의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륙별로는 유럽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영국과 EU의 의약품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6% 늘어났는데 이는 대규모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수출용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특히 글로벌 의약품 제조 거점인 아일랜드는 같은 해 생산량이 무려 41.3% 폭증했다.

다만 아트라디우스는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며 올해 영국과 EU 합산 생산량은 3.7%, 아일랜드 역시 6.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내부에서도 국가별 대응 방식은 달랐다. EU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의약품 관세율 상한을 15%로 설정한 반면 영국은 혁신 의약품에 대해 국민건강서비스(NHS) 순가격을 25% 인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관세를 회피하는 합의를 택했다.

아트라디우스는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비용과 절차 부담이 커 중소 제약사에는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생산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내 의약품 생산량은 지난해 5.2% 증가했으나 올해 0.9%로 둔화하고 내년에는 2.5%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중국은 관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구조 덕분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의약품 생산량은 2025년 3.6% 증가한 데 이어 올해 6.6%, 내년에도 6.5% 증가할 것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 활성의약품성분(API)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해당 품목은 미국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직접적인 타격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생산 확대와 함께 시장 규모도 단기적으로 커지고 있는 형태다. 2025년 기준 글로벌 의약품 매출은 9.7%, 투자는 5.2% 증가했지만 2026년에는 각각 1.6%와 2.7%로 둔화된 뒤 2027년 3.9%와 4.9% 수준으로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트라디우스는 전반적인 관세 영향 자체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이 미국 정부와 약가 인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를 확보했고 주요 국가들도 무역 협정을 통해 관세율 상한선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네릭 의약품 상당수가 무역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이들은 지정학적 긴장과 보호무역 기조가 이어질 경우 의약품 공급망은 점차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정부가 의약품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 비축과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정책적으로 장려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제약산업에서 정부 정책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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