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임상·라이선스 지표로 본 글로벌 판 변화와 韓 대응 과제

중국 바이오텍의 급성장이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의 판을 흔들면서 한국의 대응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초 연구부터 임상 개발, 기술이전과 상업화까지 중국의 존재감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국면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협력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이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바이오경제학회는 5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동계학술대회를 열고 '중국 바이오제약의 부상과 우리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여러 발표를 진행했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바이오혁신전략팀장은 "중국 바이오의 부상은 단순한 경쟁국 등장 차원을 넘어, 한국의 연구·산업 전략 전반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변수"라고 진단했다.
합성생물학 세계 10대 기관 모두 中… 특허도 최다 출원
윤 팀장은 중국 바이오의 기초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고인용 논문과 특허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는 "중국은 △합성생물학 △유전자 분석 △바이오 제조 △항생제 △바이러스 등에 대한 기술 발전이 두드러진다"며 "특히 합성생물학의 경우 세계 최고 10개 기관 중 10개 모두가 중국으로 나타났고, 영향력 있는 논문 점유율도 57.7%"라고 설명했다.
특허 측면에서는 합성생물학, 세포·유전자치료제, 감염병 백신 치료제, 디지털 헬스 데이터 등 이른바 '첨단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별 특허 출원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19년 이후 해당 분야에서 중국이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국가로 나타났다.
여기에 해외 특허 출원도 빠르게 늘며 중국은 미국에 이어 2위권까지 올라섰고 전체 특허 중 자국 내 출원 비율은 82.2%로 집계됐다. 윤 팀장은 "중국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자국 기술을 보호·축적하는 전략을 우선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초기 임상 자산 중심으로 커지는 중국발 글로벌 거래
시장 지표로는 임상시험과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흐름이 언급됐다. 윤 팀장은 "현재 중국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가장 활발히 수행하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의 70% 이상을 자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전 측면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윤 팀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해외 주요 라이선스 계약 분석 결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도입한 혁신 파이프라인 자산 가운데 31%가 중국에서 개발된 물질로 나타났다.
윤 팀장은 "중국 바이오가 단순히 물량 중심의 성장에 머무른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고 평가받는 기술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치료제 유형별로는 거래 건수 기준 소분자 약물(small molecule)과 단일클론항체(mAb)가 48%를 차지했고 업프론트 기준으로는 ADC 등 복합 제제가 4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상 단계별로는 전체 거래 가운데 전임상 또는 임상 초기 단계가 71%, 전체 계약금의 77%가 초기 단계 자산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 팀장은 이를 미국 내 규제 환경을 고려한 선제 거래 전략이자 중국 신약에 대한 신뢰 상승 신호로 해석하며, 한국 바이오 기업도 후기 임상 단계 진입 이전부터 글로벌 파트너십을 염두에 둔 개발·사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신약 승인과 특허 활동도 시장 확대의 근거로 제시됐다. 윤 팀장은 "중국은 지난 2024년 93개의 혁신 신약을 최초 승인했고 이 중 42%가 자국 개발 성과"라며 "특히 의약품 특허 활동도 5만건 이상으로 증가한 점으로 미루어 봤을때 양적 공세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가 패키지로 전주기 지원…韓, 선택적 협력 전략 필요"
윤 팀장은 중국 바이오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정부 정책을 꼽았다.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와 '헬시 차이나 2030' 등 국가 단위 산업 정책이 장기간 추진된 가운데 △R&D 투자 확대 △인재 유치 △의료보험 편입 △규제 정비와 같은 전주기 정책이 결합됐다는 설명이다.
윤 팀장은 "중국은 이처럼 연구·임상·제조·조달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산업을 키우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개별 정책이 아니라 시스템 경쟁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중 갈등 심화는 중국 바이오의 리스크이자 한국의 변수로 언급됐다. 윤 팀장은 "의약품 관세와 생물보안법, 수출통제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중국이 미국을 피해 유럽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협력 축을 넓히는 흐름도 소개했다.
중국 바이오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공동 연구 모델 등에 있어서의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클러스터 기반 지역 접점형 협력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중국이 강점을 가진 합성생물학 기반 제품 개발까지 연계하는 협력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윤 팀장은 "한국은 강점을 가진 AI·바이오 제조·임상 기획 역량을 중심으로 협력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바이오협회가 한중 바이오 산업 협력 지원센터를 설립해 공동 R&D 발굴, 인허가 컨설팅 기업 매칭,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윤 팀장은 이를 "산발적 교류를 넘어 제도화된 협력 창구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기회를 탐색하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