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상장 요건 강화, '정리'는 맞는데 '육성'은 어디에
적자 기업도 품는 중국 STAR 마켓, 나머지는 시장에 맡긴다

한겨울 추위가 절정에 이른다는 '대한'을 지나고 있다. 21일 서울은 영하 11.8도를 기록하며 22년 만에 가장 강력한 한파가 찾아왔고 출근길 거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곳이 있다. 지난 기사에서 다뤘듯, 코로나19 특수로 상장했던 바이오 기업들은 줄줄이 상장 유지의 갈림길에 서며 긴 겨울을 지나고 있다. 국산 신약 개발의 꿈에 부풀어 '기술특례' 제도로 시장에 입성한 많은 기업이 기술특례의 보호를 받는 5년의 유예 기간 안에 임상 성공이나 기술 수출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거래소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코스닥 시가총액 요건은 올해부터 기존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매출액 요건은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상장폐지 심의 단계도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되어 퇴출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고의적인 심사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밟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을 신속히 정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는 소위 '뻥튀기 상장'으로부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상장 5년 만에 의미 있는 매출을 증명하라는 요구는 '연구' 대신 '당장의 수익 사업'에 매몰되게 만들었다.
'과학자'들에게 들이댄 규제의 칼날

기술특례 기업들은 5년의 시한부 안에 어떻게 매출액을 채워야 할 지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한 층 더 절벽으로 밀어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시장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시장이자 혁신기업의 성장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체질개선을 추진하겠다"라며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매출액 요건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유예 기간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기술특례 기업이 유예 기간 중 당초 심사를 받았던 핵심 기술과 무관한 사업으로 주된 업종을 변경할 경우, 이를 즉시 상장폐지 심사 사유로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장한 기업이 본업을 외면하고 부실 사업을 운영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애초에 기업이 본업인 연구 이외에 다른 분야에 손을 대게끔 내몬 것은 정부가 아니었을까?
신약 개발은 십수 년에 걸쳐 수백억 원을 쏟아부어야 결실을 보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자금을 모으고 임상을 진행하면서도 5년의 시한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빵집이든 부동산이든 부수적인 사업으로 연명하려는 '과학자'들에게, 정부는 이미 한 차례 칼날을 들이댄 데 이어 상처를 더 깊게 파고들고 있다. 저성과 기업을 신속히 정리해 시장의 질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한 규제의 칼날은 서 있지만, 장기 연구개발에 의존하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제도의 근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중국 바이오의 비상, STAR 마켓이 보여준 해답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바로 옆 나라 중국으로 가보자.
중국 NMP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의 기술수출 계약은 157건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규모는 1360억달러로 전년도 94건(519억달러) 대비 2배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혁신 신약 승인 건수 역시 지난해 총 76건을 기록하며 2024년 48건 대비 58% 증가했다.
그간 한국 바이오 업계는 '중국의 부상', '중국의 위협'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중국의 성장세를 경계하면서도 그들이 바이오 산업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분명히 배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중국 바이오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단순히 부실 기업을 가려내는 것과는 다른 '숨은 열쇠'가 보이는 듯 하다.
한국의 기술특례상장과 유사하게 중국에는 상하이증권거래소의 'STAR 마켓(상하이 과학기술 혁신판)'이 있다. 기술성이 있지만 당장 매출이 나지 않는 혁신 기업을 상장시켜 자금 유입을 원활하게 돕는다는 취지는 우리와 같다. 다만 STAR 마켓의 핵심은 상장 문턱을 단순히 낮췄다는 점이 아니라, 상장 이후 기업을 관리하는 기준이 한국과 다르다는 데 '한 끗 차이'가 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출범한 STAR 마켓을 통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바이오 기업에도 자본시장의 문을 열어줬다. STAR 마켓은 반도체, 첨단장비와 함께 바이오를 전략 신흥 산업으로 규정하고, 적자 상태의 기업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 보유하면 상장을 허용한다. 그 결과 STAR 마켓은 불과 몇 년 만에 수백 개 하이테크 기업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더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해 6월 STAR 마켓 내에 이른바 '성장 계층'을 신설했는데, 이는 상장 시점에서 이익이나 매출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에도 일정 기간 내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없다. 대신 핵심 기술이 정부 승인 대상 산업에 속하는지, 상당한 시장 잠재력과 연구개발 진전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심사를 받게 된다. 지난해 상장한 성장 계층 기업 중 다수가 바이오 분야였으며, 이들 비수익 기업이 2025년 연간 공모자금의 59.75%(4.85억 위안)를 차지할 정도로 바이오 산업에 지원이 집중됐다.
물론 중국도 리스크를 방치한 것은 아니다. 수익성이 없는 기술 기업에는 'U 마크' 같은 경고 표식을 부여해 투자자가 고위험 성장주임을 인지하게 하고, 해당 기업들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한 이유와 R&D 진행 상황, 주요 임상 단계 등 위험 요인에 대한 공시를 강화했다. 또한 일정 자산 이상의 투자자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장치도 도입해 리스크를 구분 관리하고 있다.
성장 계층에서 '퇴출'은 일정 시점의 매출 미달 여부로 판단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이 수익성을 확보할 경우 성장 계층을 '졸업'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최근 2년간 순이익이 플러스로 전환되고 누적 순이익이 5000만 위안 이상이거나, 최근 연도 단일 기준으로 순이익이 플러스이면서 1억 위안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할 경우 성장 계층을 벗어나 일반 계층으로 이전된다. 반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즉시 상장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허위 공시나 핵심 사업 중단 등 질적 요건을 충족할 때에만 퇴출 절차가 개시된다.
즉 중국은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등록제를 통해 상장 문을 과감히 열되, 투자자 보호는 '선별적 규율'로 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 연구개발을 전제로 한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셈이다.
정리만큼 중요한 육성, 기술특례 다음 '한국형 STAR'?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보자.
한국의 기술특례 상장은 출범 초기 바이오·의료기기 중심으로 혁신 기업 자금조달에 기여했으나, 코로나19 유동성 장세 속에서 '실적 없는 특례 상장 남발'이라는 부작용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당국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관리종목 지정을 늘린 것은 시장 신뢰 측면에서 불가피한 방향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문제는 '장기 R&D 바이오를 위해 어떤 성장 트랙을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기술특례상장은 상장 당시 기술 평가를 통해 이익·매출 요건을 면제하지만,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일정 수준의 매출 또는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 등 정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심사로 이어진다. 기술이 임상 단계에 있거나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돼 있더라도 회계상 매출 인식이 지연되면 상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의 개편안은 시가총액·매출 등 정량 지표를 높여 상장 유지 문턱을 올리는 데만 집중되어 있다. 결국 기술수출 계약과 임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도 재무적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지금처럼 일률적인 잣대만 들이댄다면 부실 정리는 성공할지 몰라도 고성장 바이오가 성장할 '성장 트랙'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바이오를 위한 별도의 성장 트랙, 강화된 공시 시스템,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전제로 한 '한국판 STAR'를 고민해야 할 때다.
자본시장이 바이오 산업의 무덤이 아닌 인큐베이터가 되기 위해 부실 기업을 신속히 정리하는 한편, 중국의 사례처럼 성장 잠재력이 있는 바이오에 대해선 다른 규칙을 적용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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