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보아우 러청 등 패스트 트랙 적용
‘실사용→데이터→허가’ 루트...신약~건기식까지 적용

[하이난 하이커우·충하이시=박찬하 기자] 중국이 2025년 12월 18일 하이난 자유무역항에 봉관(封關·세관을 봉쇄) 정책을 전격 시행하면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국 시장 진출 환경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 취재 결과, 이번 정책의 핵심은 하이난을 중국 본토와 분리된 통관·규제 체계로 운영하는 데 있다. 특히 중국 본토에서 허가되지 않은 신약이나 임상시험 중인 약물에 대해서도 하이난 특구 내 마련된 소정의 절차를 밟으면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확보한 실사용 데이터(RWE)를 향후 중국 본토에서의 허가에 사용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 절차가 제도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하이커우시와 충하이시 일대 의료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이 승인해 조성한 국가급 의료특구인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도구>가 한국 등 해외에서 이미 승인된 신약을 중국 본토 허가 이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 운영의 중심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신약 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제품 전 영역에 걸쳐 적용된다. 

청마이현 인민 정부 관계자가 외국기업 진출과 관련한 제도적 혜택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청마이현 인민 정부 관계자가 외국기업 진출과 관련한 제도적 혜택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실제 환자 치료 과정에서 축적된 임상 데이터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허가 심사에서 실사용 증거(RWE)로 활용될 수 있어, 하이난이 중국 의료 규제 체계에 본격 진출을 꿈꾸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핵심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이난 봉관정책과 맞물려 보아오 러청이 글로벌 혁신 의료기술과 의약품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전 검증과 실증을 거치는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정책리포트 「KoBIA Brief 2026-01호」에 따르면, 하이난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 같은 패스트 트랙 모델은 기존처럼 중국 본토 허가를 먼저 획득해야 했던 방식과 달리, '실사용→데이터→허가'로 이어지는 새로운 중국 진입 경로를 제시하며 시장 진입 기간 단축과 초기 리스크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봉관 정책에는 무관세 통관, 세제 인센티브 등 다양한 제도적 혜택도 포함돼 있다. 다만 현지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비용 절감보다 ‘허가 소요 시간 단축’과 ‘실제 사용 경험 확보’를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하이난에서 패스트 트랙 모델은 중국 시장 진입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신약의 임상적 가치와 시장성을 동시에 검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 하이난 가능성 타진 中

이 같은 정책 변화 속에서 하이난의 중국 진출 거점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보아오 러청 등 주요 거점에서 외국 기업의 정착을 돕는 대만계 플랫폼 기업인 대만창업원과학기술유한공사(이하 TCY그룹) 초청으로 지난 15~16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박정태 부회장·최정민 이사, 메디헬프라인 박옥남 대표·이정훈 상무, 파낙토스 박병운 대표, 힐세리온 김호진 상무 등이 하이난을 방문했다.  

방문 기간 중인 15일에는 TCY그룹과 한국의 바이오헬스 전문기업 메디헬프라인이 한국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 의료제품의 하이난 진출을 돕기 위한 독점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계약을 근거로 향후 메디헬프라인은 국내 우수 의료 제품을 발굴해 TCY그룹의 현지 인프라와 연결하는 중계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TCY그룹은 하이난을 비롯한 의료 패스트 트랙 지역에서의 인허가 경험과 병원·약국 유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등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계약 체결식에서 TCY그룹 리링(李伶) 회장은 “봉관정책 시행 이후 하이난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하이난’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한국의 우수한 의료 제품이 무관세 혜택과 간소화된 물류 시스템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과 빠르게 만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옥남 메디헬프라인 대표는 “TCY그룹과의 독점 에이전트 계약을 계기로 하이난을 글로벌 진출 플랫폼의 교두보로 삼아 현지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 모델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TCY그룹 리링 회장과 메디헬프라인 박옥남 대표가 의료제품의 하이난 진출과 관련한 한국 내 독점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했다.
TCY그룹 리링 회장과 메디헬프라인 박옥남 대표가 의료제품의 하이난 진출과 관련한 한국 내 독점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난 지방정부, 의료·헬스케어 등 전략 프로젝트 공식화

방문 기간 중 한국 제약·바이오 관계자들은 하이커우시와 충하이시를 차례로 방문해 주요 의료기관과 지방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한국 기업의 하이난 진출을 위한 인허가·유통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현장 일정은 TCY그룹 리링 회장과 오철훈 부회장이 직접 안내했다.

첫째 날인 15일에는 청마이현 인민정부와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 관리국이 참여한 좌담회에 참석해 러청 선행구의 제도 운영과 의료산업 협력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16일 오전에는 중국공산당 주하이시위원회, 주하이시 인민정부,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 관리국이 공동 주최한 ‘2026년 1·16 프로젝트 집중 계약·착공·투자 개시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주하이시 당·정 지도부가 참석해 의료·헬스케어를 포함한 전략 프로젝트의 계약 체결과 착공을 공식화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보아오 러청에서 사천대학병원을 포함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의료기술 실증과 국제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한 실무를 논의했다.

한국기업 관계자들이 주하이시가 주최한 공식 간담회에 참석해 중국기업 참석자들과 시 정부당국간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국기업 관계자들이 주하이시가 주최한 공식 간담회에 참석해 중국기업 참석자들과 시 정부당국간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현지 일정에 동행한 박정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부회장은 “중국 하이난 지역에 봉관정책이 시행되고 있어서 우리 기업들이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정책이 우리 기업들에 어떻게 적용될지 예의 깊게 주시하면서 발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봉관 정책 시행 이후 하이난은 단순한 자유무역항을 넘어 중국 의료 규제의 실증 무대이자 진입 관문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이커우와 충하이시 현장에서 확인된 제도 변화와 민간 협력 움직임은, 하이난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전략에서 현실적인 전초기지로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6년 1·16 프로젝트 집중 계약·착공·투자 개시 행사 참석 후 기념촬영. 왼쪽부터 최정민 이사(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박옥남 대표(메디헬프라인), 리링 회장(TCY그룹), 박정태 부회장(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오철훈 부회장(TCY그룹).
2026년 1·16 프로젝트 집중 계약·착공·투자 개시 행사 참석 후 기념촬영. 왼쪽부터 최정민 이사(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박옥남 대표(메디헬프라인), 리링 회장(TCY그룹), 박정태 부회장(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오철훈 부회장(TCY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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