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제 3곳, 항생제 10곳, 항암제 20곳 남짓…비혁신형 기업 다수
'제네릭 40%' 적용 시 위수탁도 이탈 "채산성 제로, 시설 변경 난감"

'11.28 약가제도 개편안'에 따라 기등재 약제의 재평가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40%대로 낮추는 경우 항생제, 세포독성 항암제, 호르몬제 등 소위 특수제제 시설을 보유한 제약업체들의 생존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국가필수의약품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널리 쓰여오던 약제들이 많은데 11.28 약가개편안 대로 실행되면 채산성 '제로'에 놓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생산라인 전환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 본격 시행될 예정인 약가제도 개편안 중 소위 '기등재 약제 40%대 조정' 룰을 두고 특수제제 업체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
특수제제란 현행 '의약품 등의 제조업 및 수입자의 시설기준령 시행규칙' 내 제5조에서 규정된 의약품 군으로 성호르몬제·세파계 항생제·세포독성 항암제 등이 해당된다. 교차오염과 작업자 안전 문제로 여타 의약품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 시설에서만 생산할 수 있다.
현재 특수제제를 제조할 수 있는 제약회사 수는 많지 않다. 세포독성 항암제 전용공장은 5~6곳, 세파계 항생제 제조소는 20곳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성호르몬제 전용시설은 전국 3곳, 지엘파마·명문제약·다림바이오텍 뿐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 중 꽤 많은 수가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현행 혁신형 제약기업 49개 회사 중 앞서 나온 세 회사의 목록은 없다.
세파계 항생제 시장 역시 축소되고 있다. 2012년 전용공장 제조가 의무화됐던 당시 참여 업체는 20여개였으나 많은 수가 철수한 상태다. 최근 항생제 전용시설을 만든 대웅바이오가 있지만 이 역시 혁신형제약기업은 아니다.
그나마 세파계가 아닌 베타락탐계 항생제 카바페넴을 만드는 비씨월드제약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보령을 비롯해 일동제약, 한미약품 등 상위제약사가 있지만 상당수가 약가 개편 이후 현상을 유지하거나 일부 약가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특수제제 전용시설, 존폐의 갈림길
약가 개편안이 국내 의약품 공급 기반에 미치는 영향
제네릭 약가 변화
가격 인하
적자 누적
공장 폐쇄
공급 불안
이같은 우려들은 특수제제 전용시설의 구조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해당 시설은 초기 투자비와 유지비 부담이 커 작은 회사는 물론 매출 규모가 큰 회사에서도 상당한 위험을 안고 들어가야 하는 시설로 꼽힌다.
하지만 설비 특성상 다른 품목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오리지널 품목이 없다. 여기에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선정되지 못한 품목도 상당수 된다. 무엇보다 생산시설 자체가 아닌 위수탁 제품의 수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시설의 가치를, 이번 약가 개편안이 무시하는 것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특수제제 전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때는 항암제가, 최근만 해도 항생제 문제로 약이 없는 상황을 정부가 경험했음에도 항생제를 파는 상당수 회사가 약가 인하를 맞는 상황이 빚어지면 의약품 부족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약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단순히 위수탁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이들 시설까지 생산 중단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짙은 전망이다.
특수제제 전용시설을 운영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전용시설은 전환이 불가능하고 시장 규모도 제한돼 약가 하락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시행규칙 제5조 해당 특수제제만이라도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현재 약가를 하한선으로 유지하는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업계가 결국 특수제제에서 손을 떼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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