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등 기업 추락에도 독야청청…이재용 사법 리스크 없어지자 경질
삼성전자 부회장 정현호(65·사진) 사업지원TF팀장이 경질됐다. 삼성전자는 정현호 사업지원TF팀장이 물러나고 고문으로 발령났다고 7일 밝혔다. 정 고문은 이재용(57)시대를 맞아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의 2인자였다. 이재용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부친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했다.
이미 이재용→제일모직→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3세 승계가 완료됐지만, 이재용 회장은 안심하지 않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동반 몰락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은 모두 실형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했다.
이 회장은 공언한대로 그룹의 청와대격(格)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미래전략실 구성원은 모두 계열사로 복귀했다. 하지만, 여론이 잠잠해지면서 삼성전자는 사업지원TF로 미래전략실을 대체했다.
사업지원TF의 팀장이 정현호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이 회장은 지근거리에서 돈독한 관계를 시작한지가 벌써 25년이다. 이 회장은 일본의 게이오(大)를 거쳐서 1999년 미국 하버드대(大)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이 회장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정 고문이 먼저 다녔다.
삼성전자 공시
정 고문의 위상을 보여주는 일화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정 고문을 HH로 부른다는점이다. 마치 이재용 회장을 영어 첫 글자인 JY로 부르는 점과 유사하다.
정 고문이 그룹의 2인자로 승승장구했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2위 기업으로 추락했다. AI 시대를 맞아 HBM에 있어서 SK하이닉스에 뒤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작년에는 주가 수익률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절반에 그치기도 했다.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경계현(62) DS 사업부장이 작년 5월 전격 경질됐다. HBM 사태는 2019년부터 잉태된 비극이었기에 최고 수뇌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 고문과 이 회장의 퇴진은커녕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작년 연말 정 고문이라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 이사를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 고문은 미등기 임원은 고수하면서 부회장 자리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힘입어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로 복귀했다.
따라서 이번 경질은 사업과는 무관해 보인다. 올해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모두 종료됐다. 사법 리스크가 끝나자, 이 회장이 정 부회장을 고문으로 발령냈다는 분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