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임선민 교수
"4기 암 치료 핵심은 OS 개선, 병용요법 첫 OS 개선 '마리포사' 의미 커"
"렉라자 병용 반응률 약 80%, CNS 억제 효과 타그리소 대비 약 3배"
"내성 발생 빈도 뿐 아니라 유전적·생물학적 특성 자체 변화 동반"

올해 유럽폐암학회(ELCC)와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4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를 위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연구한 마리포사(MARIPOSA) 3상 임상의 최종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와 내성 억제 기전 그리고 이상반응 관리 전략 등이 소개되면서, 임상 현장의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기대된다.
전이성 또는 국소진행성 암종으로 분류되는 4기 암은 환자의 생존기간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숙제이자 목표로 꼽힌다.

3세대 EGFR-TKI 제제인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와 EGFR-MET 이중 항체 '리브리반트(성분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지난 3월 26일 개최된 ELCC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1년 이상 개선된 전체생존기간을 입증했다. 4기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중앙 생존기간 4년을 넘는 치료요법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더불어 지난 11월 세계폐암학회(WCLC 2025)에서는 MARIPOSA의 후속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이 연구를 통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EGFR, MET 등 주요 변이 내성 억제에 효과적임이 확인됐으며, 세계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됐다.
이에 더해 피부 이상반응 관리 전략을 다룬 COCOON 연구와 리브리반트의 피하주사(SC) 제형을 적용을 평가하는 PALOMA-2 등 후속·보완 연구도 이어지며, 환자의 편의성과 치료 관리 측면에서도 병용요법 전략이 완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히트뉴스는 MARIPOSA 연구의 임상 책임자(PI)인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와 최근 WCLC 2025에서 PALOMA-2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세암병원 임선민 교수를 만나 렉라자 병용요법의 주요 연구 결과와 임상적 의미 그리고 향후 국내 임상 현장에 미칠 영향 등을 들었다.
ELCC에서 렉라자 병용요법의 최종 OS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향후 임상 현장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하나요?

조병철 교수 =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요법으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연구한 마리포사(MARIPOSA) 연구는 화학요법이 포함되지 않은(Chemo-free) 병용요법 중 전체생존기간(OS) 개선을 입증한 첫 연구입니다.
항암화학요법 없이도 두 가지 표적치료를 병용해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유의미한 생존 기간 연장을 이끌어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동안 1차 치료 병용요법들의 OS 개선 입증 데이터가 공개되지 없던 상황에서 논의의 중심은 무진행생존기간(PFS)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ELCC에서 MARIPOSA 연구의 최종 OS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실제 임상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당분간 국내 의료 현장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렉라자 병용요법 중 어떤 옵션을 사용할 지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8년 전 타그리소가 기존 1·2세대 EGFR-TKI 대비 OS를 개선하며 등장했을 때도, 많은 의사들이 즉시 치료 옵션을 변화하기 보단 단계적 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었습니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오랫동안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아온 만큼 이번 변화에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임선민 교수 = "조병철 교수님 말씀처럼 3상 임상연구의 핵심 목표는 OS 개선입니다. 최근 마리포사 연구와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의 플라우라2(FLAURA-2) 연구 모두 유의미한 생존 개선을 입증하며,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이들 병용요법의 처방이 이뤄지고 있어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표준요법인 타그리소 단독요법에 어떤 미충족수요가 존재했나요?
조 = "현재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OS 중앙값은 약 36개월에 불과합니다. 환자의 20~30%는 장기간 치료를 유지하지만, 나머지 70%는 3년 이내에 질병이 진행돼 결국 세포독성 항암요법으로 넘어가고, 1년 내 사망에 이릅니다. 이에 반해 렉라자 병용요법은 OS 중앙값을 12개월 이상 연장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다양한 평가 요소들이 있겠지만, 결국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 지입니다.
실제로 최근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40세 미만의 젊은 환자가 4기 폐암 진단 이후 렉라자 병용요법 치료를 희망해 내원하기도 했습니다. 환자들이 이미 연구 데이터를 알고 치료 선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타그리소나 렉라자 등 3세대 EGFR-TKI 단독요법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3개월마다 경구용 약을 처방만 받으면 되는 등 투약 관리가 단순하고 진료 과정에서의 편의성이 크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치료 옵션입니다."

임 = "실제 진료 현장에서 렉라자 또는 타그리소 병용요법을 사용해 보면 초기 반응이 매우 빠르게 나타나며 환자들의 증상도 빠르게 개선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초기 부작용만 적절히 관리 및 예방하면 외래 진료로도 충분히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마리포사 임상의 후속 연구에서 어떤 결과들이 도출됐나요?
조 = "이번 글로벌 의학 학술지 'NEJM(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마리포사 연구를 통해 렉라자 병용요법은 OS 개선 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렉라자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약 80%에 달했으며, PFS도 유의하게 연장됐습니다. 특히 유의미한 중추신경계(CNS) 억제 효과를 보였고,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약 3배 많은 환자에서 CNS로의 진행 없이 반응이 유지됐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내성 기전 분석 결과입니다. 렉라자 병용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에서 내성 기전의 발생 빈도(양적 변화)뿐 아니라 유전적·생물학적 특성 자체의 변화를 동반하는 질적 변화까지 확인됐습니다. 이는 액체생검(ctDNA) 분석으로 입증된 결과로, 기존 연구와 달리 내성 기전의 질적 변화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상적인 치료제라면 인종, 임상적 배경, 후속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고른 효과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마리포사 연구는 바로 그 일관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고령/기저질환 환자도 렉라자 병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조 = "고령 환자에서도 병용요법의 혜택은 분명히 확인됩니다만,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고령 환자들은 대체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가족 지원이 충분한 '선별된 환자군'이기 때문에 실제 임상 환경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GFR 변이 폐암 환자의 평균 연령은 60대 중반으로 일반 폐암보다 약 10년 젊은 편인 점을 고려하면, 80세 이상에서는 병용요법 적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령 자체보다는 치료 의지, 자기 관리 가능 여부, 기저질환, 전이 양상 등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환자가 뇌전이가 있거나 치료 의지가 강하고 관리가 가능하다면 병용요법을 우선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의료진은 여전히 단독요법을 선호하지만, 환자의 요구와 데이터 확산을 고려할 때 병용요법이 결국 표준치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약 1달전 타그리소 병용요법 또한 최종 OS 개선을 입증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 하시나요?
임 = "이번 플라우라2 발표에서는 처음으로 아시아인을 중국인과 비(非)중국인으로 구분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인이 포함된 약 100명의 비(非)중국인 아시아 환자군에서는 OS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상대위험비(HR)는 1.0으로 확인돼 서양인 환자군에서 보인 개선 효과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과거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다룬 플라우라(FLAURA) 연구에서도 아시아 환자의 OS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인종 간 차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 = "두 가지 측면에서 의문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항암화학요법의 투여 기간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WCLC 2025 발표 결론에서도 페메트렉시드의 투여 기간이 길지 않았다고 언급됐는데, 실제 중앙값은 8사이클이었지만 의료진 판단에 따라 3회에서 12회까지 다양하게 투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일관되지 않은 기준은 타그리소 병용요법이 엄연히 항암화학요법 병용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임상 현장 밖에서는 화학요법을 배제할 수 있는 치료로 오인될 수 있어 명확한 표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둘째로, 후속치료의 비율 변화입니다. 지난 ELCC 2025 발표 당시에는 타그리소 병용 환자의 약 40%만이 후속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근 발표에서는 그 비율이 60%대로 급증했습니다.
구체적 정의와 산출 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해석에 한계가 있지만, 이는 항암화학요법을 중단했다가 질병 진행 시 재투여한 사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후속치료의 범주, 시점, 약제 구성 등 세부 데이터가 명확히 제시돼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렉라자 병용에서 나타나는 피부 독성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어떤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나요?

조 = "과거 1·2세대 EGFR-TKI 사용 시에는 발진 발생 이후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연고를 바르는 등 반응적 관리(reactive management)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렉라자 병용요법은 1차 치료로 장기간 사용해야 하고, 특히 리브리반트는 치료 초기 12주 동안 피부 발진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피부 부작용 예방적 관리 전략을 연구한 'COCOON' 연구는 이 시기에 항생제, 두피 크림, 손·발톱 관리제를 선제적으로 투여했을 때 발진과 조갑주위염이 3~5배 감소하고, 환자의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됨을 입증했습니다.
환자가 직접 설문을 통해 삶의 질 변화를 보고하는 평가한 환자보고결과(PRO)에 따르면, 단순히 의사가 발진의 등급을 낮게 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피부 발진·손발톱 증상 완화로 일상생활이 편해졌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상반응 관리 전략이 환자의 삶의 질을 유의하게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임 = "COCOON 연구에서 두피, 피부, 손톱 관리법을 강화한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중증(Grade 3) 이상의 피부 이상반응 발생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이상반응의 관리는 환자들이 저렴하고 쉽게 적용 가능한 방법으로 장기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담당 의사가 환자와 보호자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연세암병원에서도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이상반응 관리 책자를 배부해 환자와 보호자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렉라자 병용 연구를 주도해 이상반응 관리에 능숙한 국내와 달리, 국외 현장에서 이상반응 우려가 크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 = "이는 과장된 우려입니다. 대표적으로 손발 저림(paraesthesia)은 한국 환자에서는 비교적 흔하지만, 오히려 서양인에서는 드뭅니다. 인종별 약물 동태학적 차이와 피부 특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단독요법에서는 손발 저림이 약 30% 환자에서 보고됐지만, 글로벌 병용 임상에서는 5%를 넘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작은 증상에도 민감하므로 의료진이 반복적으로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용량 감량이나 관리법으로 조절 가능하며,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렉라자 병용요법은 PALOMA-2, COCOON 연구 등을 통해 이상반응이 충분히 관리 가능함을 입증한 만큼, 비용 문제를 제외하면 병용요법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NEJM 종양학 분야에 제1저자/교신저자로 3건의 이름을 올린
국내 첫 연구자가 되셨는데, 소감과 함께 후배 연구자들에게 조언의 말씀해 주세요.

"이번 연구 결과를 포함해 NEJM에 3건의 제1저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매우 기쁘고 의미가 깊습니다. 작년 마리포사 연구의 PFS 결과를 처음으로 게재했을 때는 감격에 한 시간 내내 눈물을 흘렸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기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렉라자라는 약 덕분에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신약 개발은 연구자와 약이 함께 긴 시간 고생하며 완성되는 과정입니다. 한국에서의 신약 개발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렉라자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지금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딱 10년이 걸렸습니다. 무생물이던 약이 환자를 살리는 실제 치료제로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정말 값진 경험입니다. 후배 연구자들도 반드시 이런 경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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