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유형곤 하늘안과의원 센터장(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실명 경험 환자 100만명 전망…정신건강·물리적 자극 최소화 중요

"연령 관련 황반변성은 이미 진행된 후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중증 질환입니다. 안구 내 항체 주사를 여러 번 투여해도 이미 손상된 황반을 건강했던 황반으로 되돌릴 수 없어요.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으니 정기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최선입니다."
국내 망막질환 치료 권위자인 유형곤 하늘안과의원 망막센터 장(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은 안과 질환의 이해를 높이기 위 한 책 '실명 인구 100만 시대, 당신의 눈은 안녕하십니까? – Q&A 100'을 출간했다. 조기 발견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오랜 진료와 상담을 통해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안과 질환의 위험성과 관리 수칙을 100가지 질문으로 풀었다.

국내 녹내장 유병률이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내 인구 약 5000만 명 중 100만 명이 사망 전 실명의 위험에 노출될 것 으로 예상된다. 황반변성 등 시력 장애로 등록된 인구는 26만 3000명으로 집계되지만, 등록되지 않은 통계 사각지대를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질환은 자칫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오인되거나 다른 질병 대비 경증으로 치부돼 초기에는 환자와 가족 모두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눈은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부위다. 시력 손상이나 상실은 겪어보기 전까지 그 영향을 잘 모르지만, 막상 닥치면 삶 전반에 걸쳐 상상 이상의 '상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환자가 사회 생활을 이어가지 못해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크다.
유형곤 센터장은 △안구 질환은 중증 질환이다 △ 누구나 걸릴 위험이 있다 △안구 질환은 치료가 어렵다 △조기 진단 및 치료로 예방할 수 있다 △예방 을 통해 건강한 안구를 유지할 수 있다 등 5가지 포인트를 짚으며, 인식도 제고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잇는 병
눈 건강 관리하면 만성질환도 호전
안과 검사 장비가 발전하고 검사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정밀한 검사가 가능해져 안질환을 경험하는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모르고 넘겼을 법한 이상 증상도 정밀한 검사로 조기에 발견된다.
이에 따라 55세 이상이던 나이 관련 황반변성 기준은 50세로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50세 이전 연령층에서도 발견되는 추세다. 유 센터장은 "녹내장·황반 변성·당뇨망막병증·망막박리 등 중증 안질환은 당뇨병 및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밀접해 위험성이 크지만 환자 인식이 낮아 검진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질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황반변성이나 안구 질환 환자들을 보면 교통사고를 겪었거나 다른 원인으로 질환이 생한 계기가 있어도 환자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다른 만성질환을 진료하는 과정에서도 의료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질환 인식을 높이고 스스로 눈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최우선"이라 며 "안구 질환은 만성질환 및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진료실 밖에서 만나는 황반변성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100가지를 뽑아 '실명 인구 100만 시대 당신의 눈은 안녕하십니까? Q&A 100' 도서를 발간했다. 또한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안질환의 위험을 알리고 있다. 다양한 진료와 상담 사례를 모아 환자와 보호자가 알기 쉬운 눈 건강 수칙을 발굴하는 데는 한국망막변성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오재령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학술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훈동 순천향대 의과대학 교수, 김준형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한정우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함께했다.
유 센터장의 집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발간한 '실명 인구 100만 시대, 당신의 눈은 안녕하십니까? Q&A 100' 도서는 그가 2011년 발간한 책 '황반변성의 모든 것'과 2018년 발간한 개정증보판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망막 분야 최고 전문의로 서울대학교병원 망막 변성연구실을 이끌며 활발한 학술 활동과 진료 권위를 인정받던 그가 바쁜 진료 시간을 쪼개 책을 집필하고, 뜻 있는 동료들과 함께 한국망막변성협회를 설립, 하늘안과의원으로 자리를 옮겨 환자 소통에 더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유 센터장은 "과거에는 의사가 의료정보를 독점했지만 지금은 환자와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라며 "환자 가 질병을 얼마나 이해하고 치료에 능동적으로 동참 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떤 원인 때문에 질병이 발생했는지 살피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며 “학술 활동이나 연구, 책 쓰기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 모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와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의사로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고단하더라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치료 어렵지만 예방은 쉬워
환자 자발적 인식과 참여 관건

눈 건강이 악화하기 전 중증질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치료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유 센터장은 환자들이 한쪽 시력이 떨어져도 관리를 통해 유지되면 방심해 병원을 찾지 않다가, 반대쪽 시력까지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때문에 처음 방문한 환자에게 반대쪽 발병 위험성을 설명하고, 환자가 주도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도록 예방 방법을 전달하고 있다.
유 센터장이 회장으로 활동 중인 한국망막변성협회는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전문 상담을 제공하며 소통하고 있다. 유 센터장은 안구 질환과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눈은 자율신경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신체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변성의 진행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피곤할 때 쉬기만 해도 많은 병이 예방된다. 잠을 잘 자고,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정신 건강을 챙기고, 눈에 물리적인 자극을 가하지 않는 평소 습관이 눈 건강을 좌우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시각장애는 환자의 노동력 상실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실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30% 노동력을 상실하고, 양쪽이 보이지 않으면 100% 노동력이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사회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최소 두 명의 노동력이 사라진다. 유 센터장은 "시각 장애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과 사회적 독립성에 깊이 관여하는 중대한 건강 문제"라며 "세상을 인지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통로와 자율성까지 제한받아 깊은 상실과 좌절을 겪게 되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인 치료와 예방을 위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필요하다고 유 센터장은 강조했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는 혈관 생성 인자를 표적으로 삼아 변성의 한 부분만 억제하면 되기 때문에 예후가 좋지만, 건성 황반변성은 여러 부분을 표적해야 하기 때문에 습성 황반변성 대비 예후가 좋지 않다. 건성 황반변성이 방치되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돼 실명 위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치료제가 필요하다 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의료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진단에 활용 되는 추세에 대해서는 "최근 AI 기반 검사 장비가 다 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는데 활용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검사 결과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의료진이 필요한데 인재 양성은 부족하기 때문에 AI 검사장비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는 시기상조"라 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구 질환은 환자가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완치는 아니어도 보조 치료가 가능하다. 눈 건강을 관리하면 다른 위험 인자인 만성질환이 호전되는 등 건강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의학적 도움과 함께 눈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예방을 위한 보조제를 활용하는 등 환자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현재) 하늘안과의원 망막센터 센터장
(2021~현재) 대한베체트병학회 회장
(2021~2023) 대한검안학회 회장
(2009~2022) 서울대학교 안과 교수
(2018) UC Davis Eye Center/Massachusetts Eye & Ear Infirmary 연수
(2008~2009) UC Irvine Beckman Laser Institue 연수
(2004~2009)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
(2004~2005) 하버드의대, Massachusetts Eye & Ear Infirmary 연수
(2001~2004)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1999~2001)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조교수
(1998~1999)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소 상근연구원
(1997~1998)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