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고향길, 제약바이오 MAP] (하) 제약바이오 MAP, 충청/호남편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히트뉴스는 이번 기획에서 귀향길에 만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창업자의 고향과 생산·연구 거점을 기준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차창 밖 풍경 속 스쳐 가는 기업의 간판에서, 그 뿌리와 오늘을 잠시 떠올려보면 어떨까. 지역과 함께 성장해온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자취가 2025 한가위의 따뜻한 이야깃거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제약바이오 MAP - 충청/호남편
제약바이오 MAP - 충청/호남편
GC녹십자의 화순공장은 화순군이 추진하는 ‘백신 글로벌 산업화 기반구축사업’의 핵심 기반시설 중 한 곳이다. 사진출처=화순군청.
GC녹십자의 화순공장은 화순군이 추진하는 ‘백신 글로벌 산업화 기반구축사업’의 핵심 기반시설 중 한 곳이다. 사진출처=화순군청.

[전남 화순] 혈액제제·백신 사업 개척자 'GC녹십자'

GC녹십자의 경영을 맡고 있는 허은철 대표. 그는 창업주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GC녹십자의 경영을 맡고 있는 허은철 대표. 그는 창업주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GC녹십자는 북한 개성 출신의 한일시멘트 창업주 고 허채경 회장의 차남 고 허영섭 회장(1939~2009)이 실질적인 창업자로 꼽힌다. 1967년 ‘수도미생물약품판매’로 출발해 국내 혈액제제 산업을 개척했으며, 지금도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공급받은 혈액을 분획해 만든 혈액제제와 독감·수두·수막구균 백신이 주력 사업이다. 특히 전남 화순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혈액제제·백신 생산 기지로, 글로벌 수출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안동 백신공장을 거점으로 성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는 '백신 쌍두마차'로 비교되곤 한다.

녹십자는 일반 제약사와 달리 먹는 알약 중심 사업 비중이 낮고, 혈액제제·백신이라는 특수한 구조 덕분에 "공기업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본사 및 연구소는 경기도 용인 기흥에 있으며, 오창·음성에도 제약 공장을 두고 있다. 그러나 화순공장이야말로 녹십자의 상징적 거점으로 꼽힌다. 현재는 창업주의 차남인 허은철 사장(1972년생, 서울대 식품공학 전공)이 회사를 이끌며 차세대 유전자치료제와 신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더스제약 익산공장 전경 / 사진=마더스제약
마더스제약 익산공장 전경 / 사진=마더스제약

[전북 익산] 한방 과학화 '한풍제약' + IPO 도전 '마더스제약'

1973년 조인식·조형권 형제가 설립한 한풍제약은 국내 최초로 한약제제를 의약품 허가 체계 안에 도입한 회사다. 1974년 ‘계지가작약탕(소건중과립)’을 허가받으며 한방 제약의 길을 열었고, 이후 한약 성분의 표준화·과학화를 선도해왔다. 최근에는 개정된 ‘한약(생약)제제 허가 규정’에 맞춰 국내 첫 제품인 글리돈정을 내놓으며 다시 한 번 업계를 주목시켰다.

또한 한풍제약은 한약제제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CMO 사업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GC녹십자의 대표 비타민제 비맥스가 바로 전북 완주에 위치한 한풍제약 제2공장에서 생산된다. 제1공장은 전주 덕진구에 있다. 한풍제약은 양·한방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2024년 연매출 약 9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북을 대표하는 강소 제약사로 자리 잡았다.

같은 전북 익산에는 마더스제약 신공장이 있다. 2011년 김좌진 대표가 아남제약을 인수해 출범한 이 회사는 항생제와 소화기계 전문의약품에 강점을 가진 중견 제약사다. 경북 경산에 기존 공장을 두고 있지만, 2021년 완공된 익산공장이 가동되면서 생산능력을 크게 확충했다. 2024년 연매출은 2000억 원 규모에 달하며, 오는 2025년 하반기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예정이다.

 

보령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역사회 협력 강화를 위해 예산군 황새 서식지 인근에서 ‘플로깅’ 봉사활동을 펼쳤다.
보령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역사회 협력 강화를 위해 예산군 황새 서식지 인근에서 ‘플로깅’ 봉사활동을 펼쳤다.

[충남 보령] 글로벌 항암제 생산기지 갖춘 '보령'

보령 경영을 이어받은 김정균 대표.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이다. 
보령 경영을 이어받은 김정균 대표.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이다. 

겔포스, 용각산 등 브랜드로 유명한 ㈜보령의 모태는 1957년 문을 연 서울 종로 보령약국이다. 창업주인 김승호(1932년) 회장은 충청남도 보령 출신으로 보령약국을 통해 의약품 도소매업을 시작했고 1963년 의약품 제조업 까지 진출하면서 보령제약이 탄생했다. 이후 2011년 국내 최초 ARB계열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발매하며 고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카나브는 수출 포함 연간 1600억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22년 재도약 선언하며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이 사이 글로벌 제약회사의 항암제 허가·판매·생산 등과 관련한 권한을 모두 사들이는 전략을 통해 2024년 매출 1조원을 첫 돌파했다. 연구소와 기존 공장은 경기도 안산에 있고 2019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보령 응봉면 예산캠퍼스는 항암주사제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이다. 현재 기업 경영은 김승호 회장의 손자인 김정균 대표(1985년생, 미시간대학교 산업공학)가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우주 시대 인류건강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되자"는 미션을 설정하고 우주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휴온스그룹 건강기능식품 계열사인 휴온스엔(구 휴온스네이처)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충남 아산 재난대책본부 등에 면역력 증진용 홍삼제품을 기증했다.
휴온스그룹 건강기능식품 계열사인 휴온스엔(구 휴온스네이처)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충남 아산 재난대책본부 등에 면역력 증진용 홍삼제품을 기증했다.

[충남 아산] 실용 R&D와 공격적 M&A '휴온스'

휴온스그룹은 1965년 충청남도 아산 출신의 고 윤명용 회장이 설립한 광명약품에서 시작됐다. 주사제, 국소마취제 등 기초 의약품 중심으로 사업을 꾸렸고 2003년 사명을 휴온스로 변경하며 기업 정체성을 확대해 나갔다. 현재 경영자는 창업주의 아들인 윤성태(1964년생) 회장으로 한양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한국IBM에서 근무하다 1997년 부친 별세로 33세에 대표이사직을 물려 받았다. 윤 회장은 실용적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사업을 공격적으로 다각화했고 14개의 계열회사를 통해 8000억대(2024년) 매출 규모를 확보하며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연구소는 경기도 과천에, 그리고 생산 거점은 충청북도 제천시 바이오밸리로에 1, 2공장이 있다.

충청도에는 이밖에도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생산거점이 여럿 있다. 동아제약은 충남 당진과 천안에 생산거점을 운영한다. 국민드링크 박카스, 종합감기약 판피린, 구강청결제 가그린 등 생활밀착형 제품들이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대웅제약은 충북 청주 오송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한다.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펙수클루, 보툴리눔톡신 나보타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GC녹십자는 전남 화순 뿐만 아니라 청주(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음성(항생제/전문의약품)에 공장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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