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 투여군서 평균 9.9% 감량... 근육 손실 없어
위장관 부작용 '경미'...간 수치 변화 등은 후속 검증 과제

국내외 제약사들이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를 앞다퉈 개발하는 가운데, 일동제약이 임상 1상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았다. 다만 이번 시험은 단기간에 소규모로 진행됐고 일부 피험자에서 간 수치 변화가 확인된 만큼, 후속 임상 결과에 따라 개발 속도와 시장 진입 가능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29일 경구용 GLP-1 계열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임상 1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하며, 4주 만에 평균 10%에 가까운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쟁 약물인 릴리 오포글리프론(–6.4%)과 로슈 CT-996(–7.3%)보다 높은 수치다.
4주 만에 최대 9.9% 감량...근육 손실 없어

경구용 GLP-1 계열 치료제는 주사제 대비 복용 편의성을 강점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6.4%, 로슈의 CT-996은 -7.3%, 바이킹 테라퓨틱스의 VK2735는 -8.2% 체중 감소율을 기록했다.
다만 VK2735는 임상 2상에서 99%에서 위장관 이상반응이 발생했고 중도 중단율이 28%에 달해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에 공개된 일동제약의 ID110521156은 평균 -9.9%(최대 -13.8%) 체중 감량을 보여, 이들보다 앞선 결과를 제시했다.
ID110521156은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소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이번 임상 1상은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단회투여(SAD)와 반복투여(MAD, 4주) 설계로 50mg, 100mg, 200mg 용량군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4주 반복 투여 시험에서는 용량이 높아질수록 체중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간용량(100mg)군은 평균 6.8% 감소(p=0.020)를 기록했고, 고용량(200mg)군은 이보다 더 큰 폭인 평균 9.9%(p=0.001) 감소했으며, 가장 크게는 -14kg(-13.8%)의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고용량군에서 참가자의 대부분(87.5%)이 5% 이상 감량에 성공했고, 허리둘레도 평균 5.7cm 줄었다.

무엇보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 흔히 동반되는 근육 손실이 나타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고용량군은 체지방(FM)이 15% 줄었지만, 제지방(LBM)은 오히려 1.7% 늘어났다. 여기에 포도당 섭취 후 혈당이 낮아지는 반응이 4주간 유지돼, 당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확인됐다.
위장관계 부작용 '경미'...간 관련 수치는 '중증'
이번 시험의 특징은 별도의 용량 적정(titration) 과정 없이 목표 용량을 바로 투여했다는 점이다. 회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GLP-1 계열 약물은 위장관 부작용(GI) 위험 때문에 낮은 용량에서 점진적으로 증량하지만, 이번 임상은 초기 단일투여(SAD)에서 문제가 될 수준의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아 곧바로 상용량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용량 적정 단계가 없었음에도 위장관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한 수준에 그쳤고, 치료 중단이나 중도 탈락 사례도 없었다. 부작용은 대체로 경증~중등도(Grade 1~2)였으며 자연 회복됐다.

하지만 간손상 관련 지표에서는 '중증(Grade 3)' 수준의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앞서 화이자의 경구용 GLP-1 계열 약물 '다누글리프론'은 간 효소 수치 상승과 무증상 간손상 가능성이 보고되며 개발이 중단된 바 있는 만큼, 간 안전성은 GLP-1 계열 개발에서 중요한 검증 요소다. 이번 시험에서는 고용량군 일부에서 중증(Grade 3) 수준의 빌리루빈 상승이 보고됐다.
빌리루빈은 적혈구가 분해될 때 생기는 색소로, 간에서 처리돼 체외로 배설된다. 수치 상승은 간 손상이나 담도 폐쇄, 용혈 반응 등과 연관될 수 있어 간 안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번 시험에서 보고된 빌리루빈 수치 상승은 ALT·AST 같은 간 효소 수치와 무관한 간접 빌리루빈 증가로, 간독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빌리루빈 수치가 기준 대비 3배 상승하면 중증(Grade 3)으로 분류되지만, 이는 단순 수치상의 분류일 뿐 임상적으로 간손상이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며 "실제로 ALT·AST는 모든 피험자에서 정상 범위를 유지했고, 빌리루빈 수치는 약물 중단 24시간 내 정상화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상 2상은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 목표... 내년 상반기 기대
업계에서는 "용량 적정 단계를 적용하지 않고도 중증도 이상의 위장관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라며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용량별 제조가 필수적인 데 반해, 단계적 증량 과정 없이 단일 용량으로 복용 가능한 약물이 개발된다면 제조 ·유통시에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동제약은 내년 하반기 미국에서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임상 2상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단독 추진은 어렵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전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메이저 제약사 한 곳과 임상 설계와 제형 개발 방향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임상으로 하루 한 알 복용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며 "복용 편의성과 효능을 모두 갖춘 약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구용 GLP-1 계열 치료제의 시장성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이 보여준 이번 결과가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과 시장 진입 경쟁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