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 체중 감량률 12.4% 기록
바이킹 VK2735, 위장관 이상반응 99%로 아쉬운 성적
K-비만약 앞장서는 일동제약·디앤디파마텍

비만치료제의 다음 키워드는 '경구제'다. 알약 하나로 체중을 줄일 수 있는 신약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임상 데이터를 내놓고, 국내 제약사들도 발빠르게 성과를 내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먹는 비만약'의 승기를 누가 잡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두 달리는 일라이 릴리 '오포글리프론'
일라이릴리는 지난 13일 GLP-1 계열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인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ATTAIN-1 결과를 공개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비당뇨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오포글리프론을 72주간 투여했을 때, 고용량군(36mg)의 체중 감량률은 평균 12.4%로 나타났다. 이는 위약군(0.9%)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임에도,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 '리벨서스' 감량률인 15%보다는 낮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중간 및 고용량군에서 이상반응으로 인한 중단율이 최대 24%에 달해 한계에 부딪혔다.
릴리는 해당 결과 발표 직후 릴리 주가가 14% 이상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190조원이 증발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릴리가 지난 26일 공개한 임상 3상 ATTAIN-2 연구에서, 2형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 환자 고용량군(36mg)의 체중 감량률은 10.5%였고, 동시에 당화혈색소(HbA1c)가 최대 1.8%포인트 개선됐다. 저용량군(6mg), 중용량군(12mg)에서도 각각 5.5%, 7.8% 감량이 관찰됐다. 이번 임상에서 체중과 함께 혈당이 개선되는 등 추가적인 임상지표가 부각되며 평가가 달라졌다. 이번 발표 직후 릴리 주가는 3.8% 상승세로 전환됐다.
릴리는 올해 안에 오포글리프론으로 FDA 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추가 글로벌 3상 세 건(ACHIEVE-2, ACHIEVE-3, ACHIEVE-5) 결과 발표도 앞두고 있다. 특히 '위고비(세마글루티드)'와 당뇨병 치료제 SGLT-2억제제 계열 '다파글리플로진'과의 직접 비교 시험이 포함돼 있어 릴리의 경쟁력이 입증될 전망이다.
주춤한 바이킹 'VK2735'...모건스탠리 "잠재력 있다" 분석
강력한 도전자로 꼽혔던 바이킹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의 VK2735는 내약성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20일 회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VK2735는 GLP-1/GIP 이중작용제로 임상 2상 13주차 최고 용량군(120mg)에서 12.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위약군(1.3%) 대비 우월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전체 환자의 99%에서 위장관 이상반응이 발생했고, 중도 중단율은 28%, 최고 용량군에서는 38%에 달했다. 결국 발표 직후 주가는 하루 만에 40% 이상 폭락했고, 시가총액 약 2조5000억원이 증발했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해당 결과에 대해 "저용량(30mg) 유지요법 코호트 결과에서 잠재력이 확인됐다"며 "용량을 점진적으로 증량한다면 위장관 부작용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데이터는 여전히 비만 유지요법으로서 잠재력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국내사는 일동제약·디앤디파마텍 참전
국내 기업들도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동제약그룹 자회사 유노비아는 저분자 GLP-1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다. 지난 6월 회사가 발표한 임상1상 결과에 따르면, ID110521156을 중간 용량(100mg)으로 4주 투여 시 평균 6.9%, 최대 11.9%의 체중 감량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위장관 부작용과 간독성 지표 변화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약물 투여군 중 66.7%는 5% 이상 체중 감소를 보였으며, 투약 중단 사례도 없었다. 고용량군(200mg) 데이터는 오는 9월 발표될 예정이다.
디앤디파마텍은 GLP-1 유사체 'DD02S'를 자사가 개발한 오랄링크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DD02S는 비글견 실험에서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미글루타이드 '리벨서스' 대비 10~12배 높은 경구 흡수율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DD02S는 현재 북미에서 임상 1/2상이 진행 중으로, 연말에는 초기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파트너사인 미국 '멧세라'에서는 MET-097o, MET-224o 같은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병행 개발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MET-224o는 흡수 최적화와 지속형 GLP-1 기반 경구용 펩타이드로, 디앤디파마텍의 오랄링크 플랫폼 기술과 멧세라의 HALO(지속형 제형) 기술을 결합해 개발되고 있다. 이 약물은 기존 주사제 대비 저용량 투여와 우수한 체내 반감기를 지향하며, 올해 4주 투여 임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또 다른 후보물질 MET-097o 역시 동일한 오랄링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경구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단독 시험에서 36일간 평균 7.5% 체중 감량 효과가 공개됐으며, MET-224o와 병용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임상 1상 결과는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복용 편의성과 생산성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며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약물이 결국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릴리, 경구용 비만약 3상 성공적..연내 허가신청
- 식약처 "GLP-1 비만치료제, 허가범위 내에서 신중히 사용해야"
- 마운자로, 폐쇄성 수면 무호흡 치료제로 허가 확대
- 빅파마 2분기 실적, GLP-1·항암제·백신 '삼각 성장축' 부상
- 릴리 "먹는 GLP-1 '오포글리프론' 3상서 평균 12.4% 감량 확인"
- 노보 노디스크, 전 세계 9천명 감원…비만·당뇨 분야 재투자
- 일동, R&D 투자 빛보나...유노비아 효과로 주가 고공행진
- 화이자, '멧세라' 인수... 디앤디파마텍 기술이전 파이프라인도 주목
- [HIT 포커스] 일동제약, 경구 비만치료제 청신호... "빅파마와 협업 중"
- '먹는 위고비' 출시에 美 처방 변화… 뒤쫓는 릴리 '약가' 초강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