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신진우 대한통증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
대한통증학회, 창립 40주년 맞은 국내 유일 통증 전문 학회
"조기 적절한 관리 없으면, 평생 지속되는 비가역적 고통 겪을수도"
"신경 차단술, 고위험에도 충분한 교육 없이 타 진료과 사용해 우려"
국내에는 다양한 의료 분야 학회가 존재한다. 학회는 해당 분야의 학술적 연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환자들의 치료 및 재활 지원, 혁신적 신약의 허가 혹은 급여를 위한 지식 자문, 정부 정책 개선을 위한 제언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의료 분야 학회들을 찾아 그 역할과 활동을 소개한다.
1. 대한치매학회, 학술적 연구, 진료지침 개발부터 환자 문화 활동까지 지원
2. 대한자궁내막증학회, 한국형 임상지침·교과서 개발과 환자 인식 제고 총력
3. 대한부정맥학회, 정부ㆍ의료진이 참고할 수 있는 한국 대상 팩트 시트 발간
4. 대한통증학회, 만성·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통증' 일선에서 치료·홍보

흔히 통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증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우에 따라 '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일시적인 두통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통증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만성 통증은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우울증 등 삶의 질 저하로 이어 질 수 있다.
더욱이 초기에 마취통증의학과의 진료 없이 이를 방치했다가는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는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시의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국내 유일 통증 전문 학회인 '대한통증학회'는 설립 후 40년 동안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환자들의 인식 제고 활동부터 가이드라인 개정, 그리고 등 국내 자궁내막증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대한통증학회 신진우 회장을 만나 학회의 소개부터 통증 치료의 중요성과 적절한 치료 방법 그리고 치료 환경 변화를 위한 제언 등을 들었다.
창립 40주년 맞은 국내 유일 통증 전문 학회 '대한통증학회'
신진우 교수는 "대한통증학회는 마취통증의학과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통증 전문 학회다. 대한의학회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학회이며,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고 소개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현재 약 58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대부분의 회원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돼 있다. 학회는 SCIE 등재 국제 학술지 'The Korean Journal of Pain(IF 3.1)'을 발행하고 있고, 의학회에서 인증하는 표준 진료 지침을 정기적으로 개정하는 등 국내 통증 치료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통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연수강좌를 제공하고 올바른 치료 방법을 지도하는 등 교육적인 역할과 정기 학술대회 등 최신 치료 지견을 공유하기 위한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신 교수는 "일반 시민 대상의 강좌, 통증 질환에 대한 인식 제고 캠페인을 비롯해 환우회 지원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과 같은 난치성 통증 질환 환자들을 위한 환우회와 협력해 환자 중심의 연구 및 정책 제안, 정부와의 소통, 환자 행사에서의 강연 및 교육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통증이 만성화되기 전에 조기에 차단하고 치료하는 '신경 차단술', '고주파 열치료', '신경자극술'과 같은 다양한 기술과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단순히 통증을 관리하는데 수준을 넘어, 통증이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그럼에도 일반인을 포함해 일부 의료진조차 최신 치료법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만 잘 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환자들이 정보 부족으로 인해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회는 현재 유튜브 채널 운영, 시민 대상 공개 강좌,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통증의학, 급성 통증부터 신경병증성 통증까지 커버

신진우 교수는 마취통증의학과를 '수술 후 발생하는 급성 통증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통증'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진료과라고 소개했다.
과거에는 통증을 단순히 질환을 알리는 신호로만 여겨 ‘참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통증 자체가 하나의 질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통증 치료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급성 통증이나 근골격 통증의 경우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다른 과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암성 통증이나 만성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과 같은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통증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 통증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치료법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영역에 집중해서 연구와 임상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증은 일시적? 치료 시기 놓치면 만성으로 악화될 수도

신진우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통증을 단순한 증상이라고 인식하지만, 사실 통증 자체가 하나의 질환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원인이 명확한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질환 정도에 비해 통증 강도가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는데, 이 경우 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통증이 과도하게 증폭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신 교수는 "의학적으로 원인 질환을 치료했음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뇌의 구조나 기능에도 변화가 생기고, 말초 부위를 치료했음에도 평생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며 "과거에는 이러한 환자들이 제대로 진단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통증의학 전문의들이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면서 만성화나 신경병증성 통증으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통증을 조기에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평생 지속되는 비가역적인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들었다.
신 교수는 "대상포진에 걸리면 대부분 피부과에서 약을 처방받고 치료를 받지만 일부 환자들은 매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이때 통증을 방치하거나 적절한 진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통증이라는 만성 질환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통증의 강도는 다소 조절할 수 있어도 평생 지속되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10년, 20년 이상 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에는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또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 중에서도 신경병증성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환자들은 초기에는 치료 반응이 좋지만, 10년 이상 통증을 앓아 온 경우는 치료가 쉽지 않다. 이는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일반적인 진통제 보다는 신경병증성 통증에 특화된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 통증의 대표 질환, '신경병증성 통증'
신 교수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일반적인 체성 통증과는 성격이 완전 다르다. 근골격계 통증 등 체성 통증은 진통제에 비교적 잘 반응하고, 완치도 가능하지만, 신경병증성 통증은 치료가 어렵고,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를 들어 대상포진 자체는 치료가 가능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대상포진 후 극심한 신경통이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체 국민의 약 7~10%가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체도 상당히 높은 수치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되고 있다.
일반적인 체성 통증은 피부를 살짝 만졌을 때 통증이 발생하지 않지만,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는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통증을 느끼고, 반대쪽과의 감각 차이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통증 자극에 대한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환자 스스로도 기존 통증과 다른 양상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으로 약한 자극에 경미한 통증을 느껴야 하지만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는 날카롭게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차가운 느낌, 불에 타는 듯한 통증 비정상적인 증상을 호소한다. '닿기만 해도 아프다', '느낌이 이상하다', '멍든 것 같고 옷을 입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진다'는 식의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림 증상도 신경병증성 통증의 일부로 간주되며, 이런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통증과는 구분되는 면이 있다.
신 교수는 "어떤 환자의 통증 중 30% 또는 60%가 신경성일 수도 있는 등 다양한 비율로 나타나는 등 신경병증성 통증의 경계가 넓고 복합적인 만큼 치료시에는 통증 요소를 고려한 약물 처방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경병성 통증 치료의 핵심 약제 '프레가발린'
신 교수는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에는 단계별 지침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적용되는 1차 치료 약제로는 프레가발린(오리지널 리리카)을 포함한 칼슘채널차단제와 삼환계 항우울제, SNRI 계열 항우울제 등 항우울제와 항경련제가 있다"면서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1차 약물이 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에는 2~3차 치료로 넘어가게 되며 여기에는 보다 강력한 약물이나 복합적인 치료 전략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신진우 교수는 다양한 치료옵션 중에서도 프레가발린이 1차 약제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가 워낙 많고, 프레가발린을 제외하면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임상적 활용도가 높다. 무엇보다 부작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며 "특히 장기간 복용에도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안심하고 처방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이상한 통증이 많이 줄었다', '이 약만 먹어도 버틸 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소수의 환자에게 초기 복용 시 어지러움, 졸음, 또는 졸림을 동반한 불면증, 위장 장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며, 전문의와 상담하여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제통증학회 산하 신경병증성 통증 전문가 그룹(NeuPSIG),
10년 만에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신진우 교수는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변화로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꼽았다.
신 교수는 "기존의 2차 치료제로 포함된 ‘트라마돌’이 이번 개정에서 3차 치료제로 조정됐다. 이는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성과 의존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며 "실제로 암이 완치된 이후에도 약물 의존이 지속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완치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마약성 진통제를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 '치료 접근 방식'의 변화도 주목할 점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1~3차 약물 순서에 따라 일률적으로 치료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개정에서는 환자의 통증 양상과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우선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는 "3차 치료 옵션에 '뇌신경 자극기' 시술이 처음으로 포함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이는 약물 치료로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적극적인 시술 치료를 권고하는 것으로, 약물 사용량을 줄이고 빠른 통증 완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진료 지침이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술이 치료 옵션으로 새롭게 포함된 것은 중요한 변화다. 특히 CRPS 환자들에게 시술 치료를 적극적으로 적용해왔는데, 이번 개정에서 그 중요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는 초기 치료 단계에서부터 시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약물 의존도를 낮추고 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학회 최우선 과제는 '신경 차단술 인력 기준'
현재 학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과제는 '신경 차단술에 대한 인력 기준' 마련이다. 신경 차단술은 만성 통증 및 척추 질환 환자에게 널리 사용되는 시술로, 원래는 통증의학과에서 약물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전문적으로 시행하던 치료이다.
신 교수는 "최근에는 다양한 진료과에서 신경 차단술을 시행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의료진이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 안전성과 치료의 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경차단술은 보험 급여 항목으로 수가가 책정되어 있어, 일부에서는 경제적 동기나 수익 중심의 접근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술은 고위험 시술로 분류되며, 신경 손상 가능성, 스테로이드 남용에 따른 전신 부작용, 반복 시술로 인한 감염 및 합병증 발생 가능성 등의 다양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교육과 숙련된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학회에서는 신경 차단술에 대한 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과 트레이닝을 받은 의료진에게만 시술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추진 중이다. 인력 기준을 통해 환자 안전을 확보하고, 보험 재정의 낭비를 줄이며, 의료 현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학회는 현재 11월 국제학회를 준비 중에 있다. 세계적인 통증학회로 성장하기 위한 국제화 전략의 일환이다. 신 교수는 "우리 학회는 더 많은 글로벌 독자와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국제적 규모의 행사와 콘텐츠를 통해 통증의학 분야의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국가대표 및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통증 심포지엄도 준비 중이다. 최근 들어 스포츠 의학, 특히 스포츠 통증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통증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언을 한다면.

"많은 분들이 통증을 단순히 '없애면 된다'고 생각해서 진통제를 쉽게 복용한다. 진통제는 남용하거나 장기간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진통제는 단순히 복용해서는 안 되며, 통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진료하는 전문가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통증을 약으로 억제하면 된다고 인식이 강해서, 약국에서 진통제를 반복적으로 구매해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수십 년간 진통제를 복용한 후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겪는 환자들도 존재한다.
통증을 방치하면 만성화되거나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진행될 수 있고, 결국 중증이나 난치성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예방 차원에서도 조기에 통증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증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