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주요 결정은 우리와 아픽사, 예외 규정 해당"
공정위 "동의권·협의권 등 단순 투자 보기 어려워" 맞불

유난히 더웠던 8월 말 어느 오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심판정은 정적이 감돌았다. 맨 앞줄 좌측에 앉은 대웅제약 측도, 옆에 앉은 공정거래위원회 심의관들도, 우측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은 심의위원들까지 이따금 소근거렸지만 목소리는 들릴듯 말듯했다. 2시 시작된 심판의 핵심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문제의 핵심
대웅제약과 영국 아빅타의 합자법인인 신약개발 기업 '아피셀테라퓨틱스' 내 VC 투자를 공동출자로 볼 수 있느냐
공정위는 지분을 지키지 못했던 8개월여 기간동안을 위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웅제약은 처벌 자체가 과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 날 논의의 핵심은 '벤처캐피탈'을 공동출자자 지위로 놓을 수 있느냐였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25일 공정위는 대웅제약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자회사 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한 행위와 관련 시정명령(향후 재발방지)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시정이 되었기에 대웅 측은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았다.
<히트뉴스>는 한 달 전 심판정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다시한 번 담기로 했다. 이번 결과가 낳을 국내 제약사의 신약벤처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에 끼칠 선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권해석 요청 했을 뿐인데 공정위 조사가 '훅' 들어왔다
대웅제약과 영국 아박타라이프라사이언스는 2020년 1월 세포유전자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아피셀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중간엽 줄기세포 플랫폼 기술을 가진 대웅제약과 면역조절 기능 강화 기술인 '아피머'를 가진 두 기업의 만남이었다. 처음 둘의 지분은 대웅제약 54%와 아박타 45% 수준이었다.
2021년 아피셀은 벤처캐피탈에 8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몇 달 뒤 165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자연히 지분은 조금씩 희석됐다. 그러던 2023년 기술 라이선스의 대가로 신주를 무상 발행해 제공하는 '상계 증자'가 필요해졌다.
대웅제약 측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보유 관련 규정에 어긋나지 않은지 공정위 측에 물었다. 지주회사 대웅의 지분을 받는 자회사 대웅제약은 아픽셀의 주식을 최소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공동출자법인이면 지분의 변동제한 조건은 있지만 40%를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동 출자 법인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결국 대웅제약은 약 60억원을 들여 지분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공정위는 2023년 12월9일부터 2024년 9월5일까지 대웅제약이 아피셀의 지분을 40% 미만으로 소유한 것으로 보고 공정거래법 제8조와 시행령에 위반했다며 조사를 진행했다.
VC는 공동출자냐 아니냐
공정위는 "맞다" 주장... 대웅제약은 "아니다" 반론
특히 문제가 된 것은 2021년부터 투자를 한 벤처캐피탈(VC)을 공동출자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공정위는 벤처캐피탈을 공동출자자로 봤고 대웅제약은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실제적 기업 경영은 자사와 아빅타만이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가 상황에 따라 자발적 판단을 하고는 있다지만, 이들을 공동출자자로 인정하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벌어진다. 이는 현행 법령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VC는 지분변동 제한이 없어 공동출자의 법인 요건에 맞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나온대로 공동출자 법인으로 인정되면 지주회사가 손자회사 지분을 40%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되지만 벤처캐피탈까지 공동출자자로 포함되면 지분이동 제한 규정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공정위가 중요하게 보는 '지주회사의 규제 회피 문제'와 맞물리기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이다.
더욱이 대웅은 과거 지주회사의 자산기준을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당시 자산이 모자람에도 예외사항을 지주사 체계를 유지한 바 있다는 사실이 심판정에서 나오기도 했다. 지주사가 가지는 세금감면의 회피는 누리면서 지분율을 갖추지 않는 문제 소지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대웅제약 측은 이를 두고 30분 상당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며 공정위 측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회사 측은 아피셀에 투자를 한 벤처캐피탈 등은 단순 투자목적으로 총 지분이 5.73% 수준에 불과하고 경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VC는 단지 자본 가치 보호를 위한 감시권만을 행사하고 있고 실제 회사 경영 관련 의결권·결정권은 이사회가 아닌 대웅제약과 아빅타가 꾸린 공동위원회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주요 경영사항 중 신주발행이나 대표이사 선임 등의 경우에만 이사회를 통과하는 등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예시도 들었다.
여기에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공동출자자 정의에 나오는 '상당한 지분'은 수치가 모호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공동출자법'에서는 20%, '자본시장법'에서는 10%으로 해석되는 등 벤처캐피탈의 소수 지분 자체를 '상당한' 이라는 단어에 끼워맞출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발표를 듣고 있던 공정위 심사관은 대웅제약의 모든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반론을 시작했다. 공정위 측은 먼저 벤처캐피탈이 가진 동의권과 협의권의 범주가 경영에 매우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라고 운을 뗐다.
실제 조사과정에서 공정위가 아피셀의 이사회 규정 내에는 이들이 대표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정관 변경, 자본증가, 합병분할 등 중요 사항을 동의하거나 문제가 있을 경우 비토할 수 있는 권한이 담겨 있다. 이 정도의 단순 투자자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말이 이어졌다.
공정위는 앞서 회사가 주장한 이사회 내 '특별결의요건' 에도 주목했다. 특별결의요건으로 공동출자를 한 대웅제약과 아빅타만의 중요한 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유사 사례에서도 5% 내외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가 공동출자자로 인정될 만큼 법령 뿐만 아닌 실제 회사 경영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동의권' 정도의 큰 역할은 단순 감시 수준이 아닌 경영 행사로 볼 수밖에 없고, VC를 공동출자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주장이었다.
이 날 공정위는 이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과징금 및 행위 금지를 요청했다. 여기에 공정위는 회의록과 이사회 규정은 물론 아빅타 역시 한국 법을 어길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며 내민 메시지 내용까지 보여주며 VC를 공동출자자로 봐야할 요건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서 처음 있는 일 "산업성장 발목 잡는 일"
양 측 발표 이후 심판정에서 논리 다툼을 이어가길 한 시간 여, 대웅제약은 이번 사안은 한국 제약바이오에서의 현실이라는 문제를 언급했다. 실제 이번 그동안 지주회사의 공동출자 관련 공정위의 심판은 여러번 있었지만 아피셀 같은 경우는 제약바이오에서 처음 있는 사례다.
대웅제약 측은 "신약 개발에는 글로벌 자금 조달이 필수다. 공동 출자 법인의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며 무혐의 또는 최소 경고 처분을 한 번 더 요청했다.
신약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고 변수도 많은데, 투자 유치 없이 법적 규정을 모두 맞추려면 추가적으로 최대 300억원 이상 자본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유권해석 요청 이후 위반사항을 없애기 위한 60억원 투자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정상참작'을 요청한 셈이다.
방청객이라고는 기자 혼자 뿐이었던 심판정을 빠져나오면서 '새 기사'를 찾았다는 마음보다 고민이 앞섰다. 공정위 주장이 타당하면서도 해외와 비교, 자금력이 취약해 신약개발에 올인할 수 없는 우리 업계의 주장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조원 이상 매출을 거두는 제약사, 대웅제약도 이같은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현행법의 충돌은 예정된 수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을 가리지 않는 오픈 이노베이션 속에서 이번 사례는 희귀하지만 국내 업계와 당국의 간극을 보여주는 현장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