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전문가 "중간분석 관련 회사 입장 타당, 대응은 아쉽다" 평가

셀비온이 최근 전립선암 치료제 임상 2상 최종 결과를 둘러싼 효능 논란에 관한 해명을 내놓은 가운데 중간분석 당시에 비해 객관적 반응률이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임상 전문가들은 중간분석은 윤리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도구이지 효과 평가를 위한 기준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는 지난 4일 방사성의약품 루테튬(Lu-177-DGUL)을 활용한 전립선암 치료제 임상 2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총 91명 중 78명을 분석한 결과 최종 객관적반응률(ORR)은 36%로, 완전관해(CR) 9%, 부분관해(PR) 27%를 포함했다.
발표 당일 "ORR 35.9%로 기대 보다 낮은 결과"라는 하나증권 리포트가 공개됐다. 피험자수의 부족으로 중간분석에서 확인된 ORR이 48%보다 12%포인트 낮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셀비온은 셀비온 주가는 전일 대비 21.15% 떨어진 2만20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임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임상시험 '중간분석'은 최종 결과 평가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의사)은 "중간분석은 최종 결과를 추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윤리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이라며 "약의 효과가 지나치게 뛰어나거나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임상시험 지속 여부를 중간에 판단하기 위한 장치로 효과 평가를 위한 기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항암제 임상시험에서는 중간분석 결과 약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임상시험을 중단해야 한다"며 "효과 없는 약을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반대로 효과가 뛰어나다면 대조군의 피험자에게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충분히 1차 유효성 평가 지표를 만족했다는 판단이 중간분석을 통해 이뤄지고 임상은 중단된다
즉 중간분석이라는 윤리적 평가 기준을 '최종 분석' 결과와 비교하면서 '효과가 떨어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데 이를 같은 잣대로 분석한 증권가 리포트가 발간된 점이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임상 전문가들의 견해다.
글로벌빅파마 출신 약물 감시 전문가(보건위생학 전공, 의사)도 "중간분석은 시기나 대상 인원을 디자인하기에 따라서, 최종분석과 대상자수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며 "중간분석 당시보다 피험자수가 줄어들면서 최종분석 ORR이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중간분석이 대상자수가 줄어들어 ORR이 낮아졌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는 셀비온이 증권가 리포트가 나온 직후 발표한 해명과도 일치하는 해석이다. 셀비온은 8일 '주주께 알리는 글'을 통해 "임상시험은 비용과 자원이 대단히 많이 소요되는 시험"이라며 "임상시험의 중간분석은 효과가 없거나 또는 이미 효과가 충분한 약물일 경우의 임상시험의 의미없는 진행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셀비온 측이 중간분석 결과를 섣불리 공개하면서 해당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들린다.
또다른 임상전문가(의사)는 "증권가가 중간분석의 개념과 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논란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며 "임상 2상의 최종 분석 결과 1차 유효성 평가 지수를 만족하면 그 결과 자체로 해석을 해야하는데 이를 최종분석과 비교하면서 효과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성이 결여된 태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셀비온 측이 과거에 중간분석 결과를 타당하게 판단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서 데이터를 섣불리 공개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며 "주주들과 비전문가들 입장에서 약의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셀비온이 이번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대응 전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히트뉴스 취재진은 17일 이와 관련된 셀비온 측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