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얀센,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실태 및 최신 치료지견' 마스터클래스
조성준 교수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시도 7배"
"신약 스프라바토, 기존 치료 한계 극복 가능 …환자 경제 부담은 숙제"

기존 항우울제로 치료가 충분하지 않고, 재발을 경험하는 치료저항성 환자들에게 우울증 신약 '스프라바토나잘스프레이(성분 에스케타민염산염, 이하 스프라바토)'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학계 의견이 공유됐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 원인 중 1위(37.7%)가 정신과적 문제로 나타났고, 그 중에서도 우울장애가 가장 높은 빈도(74.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모노아민 성분의 약제들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초기에 이들 성분의 항우울제를 사용하더라도 약 1/3의 환자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다른 항우울제로 치료하더라도 반응률은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신 질환 분야에서는 이들과 다른 기전의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9일 한국얀센이 개최한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실태 및 최신 치료지견' 마스터클래스 행사에서 "국내 우울장애 약물 치료 지침서에는 치료저항성 우울증을 2가지 항우울제와 1가지 비정형 항정신병제를 병합 치료했음에도 반응이 부적절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며 "이들은 일반 주요 우울장애 환자와 비교했을 때 자살 시도가 7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치료 실패가 반복될수록 추후 약제에 의한 관해율이 낮아지고, 재발율은 높아져 기존의 치료법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해왔다"고 설명했다.
신약 불모지인 '정신과' 분야에서 2020년 우울증 신약 ‘스프라바토’가 허가되면서 임상 현장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이 가능해졌다. 스프라바토는 글루탐산 신경전달 경로를 조절해 시냅스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다.
조 교수는 "주요 임상시험에서 스프라바토 투여 환자들의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28일 째 관해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4시간 내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증상 개선을 보였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약제 투여 후 다음날부터 증상이 개선된 것 같다고 하는 환자들이 존재한다"며 "기존 치료제는 반응이 도달하기까지 2~3달이 소요되는 만큼, 응급 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필요했는데 스프라바토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택에서 환자 스스로 복용할 수 있는 경구제와 달리 전용 디바이스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만 투여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자들은 1주일에 2회(초기 유도기)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약제 투여와 이상반응 여부 모니터링에 2시간가량이 필요한 만큼 일과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해리증상이나, 어지러움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스프라바토는 미국, 유럽, 호주 등지에서 보험 적용돼 사용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비급여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 경제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스프라바토는 전용 디바이스 1개 투여용량 기준 약 40만원 수준에 처방되고 있는데, 65세 미만 성인의 경우 1회 치료에 2개 디바이스가 필요한 만큼 한 주에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160만원에 달한다.

그는 "스프라바토의 저렴하지 않은 비용이 환자들의 약제 사용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많은 환자들이 사용해야 전문의들도 해당 약제에 대한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치료저항성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만이라도 급여 적용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