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유산균 넘은 항암 유산균…PP-P8, 퍼스트인클래스 노린다

쎌바이오텍 생물학적 제제 의약품 제4공장 / 사진=쎌바이오텍
쎌바이오텍 생물학적 제제 의약품 제4공장 / 사진=쎌바이오텍

쎌바이오텍이 기존 유산균 기업의 이미지를 넘어, 합성생물학 기반 항암 치료제 개발사로 탈바꿈 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표 브랜드 '듀오락'으로 알려진 쎌바이오텍은 최근 유전자 재조합 유산균 'PP-P8'을 활용해 대장암 치료제의 전임상에 성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임상 1상에 돌입한 상태다. 

PP-P8은 쎌바이오텍이 30년간 축적해온 듀오락 유산균 연구의 집약체로, 특허 유산균 CBT-LR5(KCTC 12202BP)에서 유래한 항암 단백질 P8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형질전환 유산균 CBT-SL4(KCTC 10297BP) 기반으로 개발됐다. 기존 유산균보다 P8을 약 100배 이상 고효율로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가장 큰 한계였던 '유효성'을 극복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활용된 모든 유산균은 '듀오락 골드', '듀오락 더 퍼스트 클래스' 등 기존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어온 100% 국산 CBT 유산균이다. 항암 단백질을 생성하는 균주도, 이를 전달하는 운반체 균주도 모두 같은 유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즉, 장 건강을 위해 일상적으로 섭취하던 유산균이 이제 대장암을 겨냥한 치료제로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PP-P8의 작용 기전도 주목할만 하다. 회사에 따르면 PP-P8이 분비하는 항암 단백질 P8은 세포막을 직접 관통하지 않고, 암세포가 외부 물질을 세포 내로 끌어들이는 엔도사이토시스(endocytosis)를 통해 세포질로 유입된다. 이후 P8 단백질은 Wnt 신호 전달 경로의 핵심인 GSK3β에 결합하여, 암세포의 성장촉진인자인 β-catenin(베타카테닌) 분해를 유도한다. 

세포주기 조절 기전 역시 관찰됐는데, p8 단백질은 핵 내 단백질 운반체인 KPNA3(importin α4)에.결합해 세포핵으로 이동하며, 암세포의 세포주기 조절 인자인 Cyclin B1과 Cdk1의 발현을 억제하여, 암세포의 G2 세포주기를 선택적으로 정지시킨다.

PP-P8의 작용기전 / 그래픽=쎌바이오텍
PP-P8의 작용기전 / 그래픽=쎌바이오텍

전임상 효능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회사가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 대장암 세포주(DLD-1)를 이식한 생쥐 모델에서 재조합 단백질 p8(r-p8)을 복강 내 주사한 경우 최대 59%, 유산균을 이용해 p8을 경구 전달한 경우 최대 64%까지 종양 크기를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 수치는 대조군은 물론, 비교군으로 설정된 항암제 5-Fu(52% 억제율)보다도 우수한 수준이다. 투여군에서는 종양 조직 내 Cyclin B1과 Cdk1의 발현이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p21과 p53의 발현은 증가했다. 이는 세포실험에서 관찰된 신호전달 조절 기전이 실제 종양 조직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함을 의미한다.

또한 쎌바이오텍은 염증 유도성 대장암 마우스 모델(AOM/DSS)에서도 PP-P8의 예방 및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이 모델은 염증성 장질환을 기반으로 대장암이 유도되는 자연발생적 모델로, PP-P8 경구 투여군에서 대장 점막의 염증 및 용종 발생이 뚜렷하게 줄었고, 대장 내 미생물 균형의 회복도 함께 관찰됐다. 이는 PP-P8이 단순히 종양세포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염증과 마이크로바이옴 교란이라는 암 발생 전단계까지 조절하는 다중작용 경로를 가진 치료제임을 보여준다.

자연 발생적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 나타난 용종 발생 억제 및 항암 효과 / 그래픽=쎌바이오텍
자연 발생적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 나타난 용종 발생 억제 및 항암 효과 / 그래픽=쎌바이오텍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은 총 32명의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용량 증량(PART 1) 및 확장(PART 2) 단계를 통해 안전성과 내약성, 유효성을 평가한다.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시약은 모두 쎌바이오텍 김포 본사 내 생물학적 제제 공장에서 직접 생산된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이 대부분 CDMO 외주를 통해 생산되는 현실에서, 후보물질 생산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는 쎌바이오텍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또한 PP-P8은 경구 복용이 가능한 제형으로 개발돼 항암제 복약의 번거로움을 줄였다. 유산균이라는 친숙한 생물체를 기반으로 하기에 전통적인 항암제 대비 부작용 우려도 적고, 위산에서 살아남아 장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회사의 특허기술인 듀얼코팅 기술도 적용됐다. 이 기술은 이미 듀오락 제품군을 통해 기능성과 안정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현재 쎌바이오텍은 대장암뿐 아니라 비만 치료제 등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을 후속 과제로 준비 중이다. 동시에 유산균 브랜드 듀오락의 글로벌 확장을 지속하며, 덴마크, 일본 등 유산균 강국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2024년에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며, 한국산 유산균(CBT 균주)의 기술력과 수출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Research Nester)는 전 세계 대장암 치료제 시장이 2023년 185억달러(약 25조원)에서 2033년 580억달러(약 7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직까지 유산균 기반 항암제는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PP-P8은 대장암 치료제 시장 내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할 수 있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쎌바이오텍은 올해를 바이오의약품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2055년까지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유산균에서 시작된 이 도전이 대장암이라는 난치병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임상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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